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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Asia - 신동아 특약

‘쿨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국가적 노력으로 만들어낸 새 이미지, 그 양날의 칼

  • 글·아스거 뢰즐레 크리스텐센| 북유럽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번역·강찬구| 동아시아재단 간사

‘쿨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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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 시상식이 처음 시작된 2007년 이후로 매년 상을 거머쥔 것은 중국인 만화가였다. 함센 지국장은 서로 쓰는 언어는 다르지만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는 한자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들 나라 국민들이 보다 손쉽게 일본 대중문화에 다가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도 아시아 지역의 학교에서는 독특한 시각적 형태로 문자와 이미지를 혼합하는 전통 서예를 가르치고 있는데, 한자는 바로 이러한 아시아 공통의 특별한 전통을 대변하는 것이며 망가는 이로부터 파생된 현대적인 스타일의 상품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의 대중문화는 주변 국가와 공유하는 이러한 문화적·사회적인 틀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동아시아의 젊은이에게 일본은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주의 일본군의 침략을 몸소 겪으며 갖게 된 인상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고 있다. 함센 지국장은 현재 일본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 수가 8만명에 달하고 이는 일본 내 전체 유학생의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는 여전히 일본군이 대륙에서 저지른 잔학행위에 초점을 맞춰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정작 학생들은 일본 대중문화를 통해 정반대의 이미지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만화 연구가인 롤랜드 켈츠 씨는 전후(戰後) 한때 형성됐던 일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데도 일본 대중문화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일본 주식회사’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월급생활자들이 오(伍)와 열(列)을 맞춰 집단체조를 하는 제조공장의 암울하고 환경순응적인 이미지를 알지 못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일본의 이미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아시아의 장년층에게 일본 대중문화는 부정적으로 비친다. 싱가포르국립대학교의 펭엘람 선임연구원은 2007년 발표한 글에서 “일본 대중문화 상품에 매료되고 이를 즐기는 아시아인들 중에 언젠가 그러한 문화가 다소 유치하고 기괴하며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쓴 바 있다. 전직 주일 덴마크대사이자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조르겐 오에스트룀 묄러 역시 이러한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망가와 아니메에 열광하는) 중국과 한국의 젊은이들조차 강한 반일감정을 갖고 있고 일본을 제2차 세계대전과 직접적으로 연관짓는다”는 이야기다.

일본, 서구세계로 향하다



‘쿨한 일본’의 소프트파워

2006년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일본의 만화 캐릭터 아스트로 보이(한국명 우주소년 아톰)가 어린이들과 어울렸다.

사카모토 루미 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적인 수준이 높은 아시아 청년층은 일본과 일본 문화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동시에 일본의 과거에 비판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와 문화를, 아니메와 외교정책을 구분해 생각할 줄 안다. 여전히 강한 반일감정이 남아 있는 한국과 중국에서도 일본 대중가요나 만화책에 대한 애정이 공존한다. 일본 대중문화의 인기는 이들 국가의 젊은이들이 일본과 일본의 과거에 대해 더욱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서양 국가들의 경우 동아시아와 달리 일본에 대해 과거사로 인한 반감은 적지만 거꾸로 문화적·언어적 친밀감도 없다. 그럼에도 서구 세계에서 역시 일본의 현대문화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해냈다. 일단 유럽의 대학에서 일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의 수가 부쩍 늘었다. 망가나 코스프레에 매료되어 일본을 공부하기 시작한 일부 학생들은, 그러나 막상 일본을 방문하고 나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거리의 모든 이가 울긋불긋 머리 염색을 하고 예쁜 스커트를 걸친 채 활보하는 만화 속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서양 젊은이들이 일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다.

2009년 덴마크 일간지 ‘보르센’에 실렸던 곤도 전 대사의 말에 따르면 “일본 대중문화는 좀 더 심오하고 전통적인 일본 문화로 통하는 관문이다. 10명 중 1명, 혹은 20명 중 1명은 일본에 대해 더 깊은 흥미를 느끼면서 다도나 노가쿠에 관해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망가의 세계가 망가를 만들어낸 일본 사회의 모습을 닮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사회를 진실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 사회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은 분명 좋은 입문과정이다. 펭엘람 연구원은 “거품경제 현상으로 일본이 전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듯 보였던 1980년대 말에는 많은 학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망가나 아니메에 대한 열정과 애정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더 많다. 그렇게 함으로써 일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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