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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세계 뇌 과학 선두주자 예일대 이대열 교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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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전두피질은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 역할’
  • ● 손실 혐오하는 개미 투자자, 뇌 과학으로 투자 훈련 가능
  • ● 원숭이와 가위바위보 실험 “원숭이도 후회하며 배운다”
  • ● “한국 뇌 과학, 일본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뇌의 비밀을 푸는 자가 경제를 지배한다”
인생은 의사 결정의 연속이다. ‘오늘 뭐 입지?’하는 단순한 고민부터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큰 결정까지. 선택은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의사 결정은 어렵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뇌는 우리 몸에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본부’ 역할을 한다. 20세기 현대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지만, 뇌 내부 연구를 시작한 지는 20년 정도다. 세계 뇌 과학 연구의 선두에 선 한국인, 예일대 신경생물학과 이대열(45) 교수를 8월8일과 10일 두 차례 만났다.

이 교수는 1989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일리노이대 신경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웨이크포레스트대, 로체스터대에서 조교수 생활을 하다 2006년 예일대 교수로 임용됐다.

경제학, 심리학, 생물학, 뇌 과학…. 이 교수는 학부, 석사, 박사 전공이 모두 다르다. 그런 이 교수를 두고 한국 뇌 과학 연구의 원로인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소장은 “이대열 교수야말로 21세기형 융합 인재”라고 평했다. 경제를 공부한 그가 왜 꼬불꼬불 복잡한 뇌에 천착하게 된 걸까? 그가 웃으며 답했다.

“학부 때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왜’란 근원적인 질문이 생겼어요. 경제학은 인간의 의사결정, 행동을 연구하는 학문이잖아요. 더욱 근원적인 답을 찾기 위해서는 의사 결정을 최종 승인하는 뇌에 대해 연구해야만 했습니다.”

그의 연구 분야는 ‘신경경제학’이다. 신경경제학은 뇌 실험을 통해 경제학적 ‘효용’과 관련된 인간의 선택을 분석하는 학문으로 ‘인지신경학’의 한 분야다. 이 교수는 의사 결정을 할 때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원숭이를 이용해 연구한다.

여름휴가를 맞아 한국을 찾은 이 교수는 에너지가 넘쳤다. 다른 사람보다 말이 두 배는 빠른데도, 그 안에 논리가 어긋나거나 단어를 잘못 말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간간이 던지는 유머도 때마다 적절했다. “교수님 뇌에는 제 뇌보다 성능 좋은 엔진이 달렸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제가 종종 하는 말인데, 세계 과학이 발전하려면 머리 나쁘고 성실한 과학자는 열심히 실험을 하고 머리 좋은 과학자는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이론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저는 원숭이들이랑 씨름하면서 아기자기한 게임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원숭이, 사람 등 영장류 뇌의 가장 큰 특징은 전전두피질(전전두엽)이다. 인간은 전전두피질이 뇌 앞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다. 원숭이의 뇌에서도 사람보다는 비율이 적지만 전전두피질이 뇌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쥐, 고양이 등 포유류의 뇌에는 전전두피질이 아주 작다. 이 교수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뇌 부위가 전전두피질”이라고 말했다.

모든 결정은 ‘시간 간 선택’

사람은 여러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선택한다. 말을 할 때도 수많은 단어 중 하나를 고른다. 이 교수는 “모든 결정은 ‘시간 간 선택(인터템퍼럴 초이스·inter-temporal choice)’”이라고 주장한다. ‘시간 간 선택’이란 현재의 선택은 과거, 현재, 미래 중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1000원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목을 축이기 위해 1000원짜리 음료수를 사 먹을 수도 있다. 반면 목마른 걸 참고 1000원을 아껴두면 나중에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거나, 은행에 넣어 돈을 불릴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시간 간 선택’을 할 때 전전두피질 뉴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한다.

이를 알기 위해 이 교수는 원숭이로 실험한다. 목이 마른 원숭이의 머리를 고정시키고,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게 한다. 화면에는 빨간 점과 파란 점이 각각 하나씩 나타난다. 원숭이가 빨간 점을 보면 주스를 세 방울 주고, 파란 점을 보면 주스를 두 방울 준다. 10분 정도 실험을 반복하면, 목이 말랐던 원숭이는 주스를 한 방울이라도 더 먹기 위해 계속 빨간 점만 본다. 이 교수는 “모든 생물은 ‘보상(reward)’에 반응한다”고 덧붙였다.

상황을 바꾼다. 빨간 점과 파란 점 사이에 노란 점들이 생긴다. 이 노란 점은 1초에 1개씩 사라지는데, 노란 점이 다 사라져야 주스를 먹을 수 있다. 노란 점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주스를 주는 시간이 지연된다.

빨간 점 주변에 노란 점이 8개고 파란 점 주변에 노란 점이 없다면? 원숭이들은 계산하기 시작한다. 원숭이가 빨간 점을 선택하면 8초를 기다렸다가 주스 한 방울 더 먹을 수 있다. 파란 점을 선택하면 한 방울 적지만 주스를 바로 먹을 수 있다.

이 교수는 “원숭이 한 마리당 1주일 동안 하루 300~400번 연구를 하면 일정한 패턴이 나온다. 원숭이들은 대부분 빨간 점 옆에 노란 점이 6개 있으면 기다리지만 8개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는 파란 점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원숭이들은 주스 한 방울 더 먹기 위해 6초를 기다리는 일은 가치 있지만, 8초까지 기다릴 가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원숭이들이 이런 고민을 할 때 뇌 내부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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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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