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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 |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 ⑥

한국의 공공철학과 사회정의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의 공공철학과 사회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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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사태와 시민의 미덕

제가 오늘 드리는 말씀의 핵심은 당신과 내가 안 싸우고 공유할 수 있는 공공철학의 가치관이 매우 협소하다, 이게 첫 번째입니다. 최근에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논쟁을 보고 참 답답했어요. 자유민주주의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민주주의를 주장하느냐? 이거 설명하려면 복잡해지죠. 사실 별로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를 두고 합의할 수 있는 지경까지 온 거예요. 균열성-당신은 저쪽에 있고 난 여기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그 대립성과 균열성이라는 어떻게 보면 참 사소하기 짝이 없는 그 균열성이 한국 사회에 많이 생겼어요. 이게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가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남겨놨던 족적입니다. 이 족적 속에 크게 보면 젊은 사람들의 분노가 들어있어요.

공공철학이 무엇인가? 그걸 찾아내야 사회정의 쪽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공공철학은 좀 협소하지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떤 모습인지를 제가 탐색해보려 합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에서 70만부나 팔렸다고 그러더라고요. 굉장히 복잡한데 이 책 안 봐도 됩니다. 제가 요약해드릴게요. 샌델이 말이죠, 하버드대학 클래스에 일주일에 한 번씩 들어가 열두 번 강의합니다. 그런데 열한 번까지는 계속 정의란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정의인지 판단해봐라. 그러면 토론을 하잖아요. 맨 마지막에 이 양반이 자기 의견을 살짝 보여줬어요.

바로 이 얘기하려고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책을 쓴 거죠. 그게 세 가지예요. 개인의 자유, 인디비주얼 프리덤(Individual Freedom). 그 다음이 시빅 버추(Civic Virtue). 시민의 도덕이라고 해야 될지 미덕이라고 해야 될지. 시민이 되는 법이에요. 세 번째는 공공성, 여기선 제가 공동체라 표현했는데, 공익에 관련된 겁니다. 문제는 이 세 가지를 이루기가 전 세계 선진국도 어렵다는 얘기죠. 제가 미국에 가보니까 과거 한 30년 전, 20년 전에 비해서 민심이 굉장히 흉흉해졌어요. 공익 개념도 상대적으로 옅어졌고요. 참 시민이 되는 법, 이게 참 어려운 얘기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개화기까지도 시민이 형성돼 있지 않았어요. 이승만 정부 이후 시민이 생겨났죠. 그런데 그 시민이 시빅 버추라는 도덕성을 갖고 있느냐? 도덕성이란 한마디로 얘기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예요. 나하고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입니다. 그게 커지면 공동체가 되지요. 그게 발전하면 공익이 됩니다.



제가 서초동에 사는데, 이런 얘기하면 쫓겨날지 모르겠어요. 서초동 우면산에 올라가 돌을 던지면 박사가 맞는다고 해요. 공식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박사가 가장 많이 사는 마을이 서초동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우면산 사태가 났을 때 시빅 버추가 작동했느냐. 산사태가 나서 마을을 덮었잖아요. 그때 마을주민들이 자치조직을 만들어 그것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던가. 첫날 아무도 못 봤어요. 대신 군대가 왔어요. 둘째 날도 없었어요. 셋째 날 부녀회가 꾸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고도 보름이 지났는데 부녀회뿐이었어요. 대한민국에서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데서 시빅 버추가 작동하지 않았던 거예요.

대학입시제도의 사회정의

서울대학교는 정원의 일부를 기회균등 차원에서 뽑아요. 극빈자와 소년소녀가장을 뽑는 게 기회균등이에요. 그러면 교수회의 할 때요, 반대가 심해요. 늘리자고 하는 건 주로 사회학과 교수들이고 반대하는 건 주로 이공대 쪽이에요. 왜냐 하면 수재가 필요하다는 거죠. 물리화학이나 고등수학을 가르치는데 이해를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도 그 아이들을 데려다가 부가가치를 높이면 사회정의라고 얘기하거든요. 그러니까 정의가 부딪치고 있어요. 입학제도가 잘 안 바뀌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등록금 지원도 그래요. 소득수준의 몇 %부터 할지에 대해 토론하면 아마 오늘 밤새워야 될 걸요. 밑에서 70%까지 자르자. 이게 민주당에서 올리는 안이고, 한나라당은 50%까지 하자는 거지요. 그 50%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하자고. 민주당은 무조건 다 주자는 거고. 여기에 사회정의 개념이 정확하게 대립돼 있어요. 어떻게, 뭘 정할 것인가? 모든 사회적인 정책과 사회적 행동에 다 들어 있어요.

학력, 성차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지금 정부에서 고등학교 졸업자를 뽑으라고 기업에 권고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졸 취업자가 늘었습니다. 제가 직접 들은 얘기인데, 어떤 CEO가 ‘좋아, 내가 그럼 고등학교 졸업자를 찾으러 한번 가보겠다’ 해서 제일 괜찮은 고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마이스터고랍니다. 찾아가 면접을 해봤는데 뽑기가 참 어렵더래요. 그럼 기대수준을 좀 낮춰 뽑을 수 없느냐? 참 어렵다는 거예요. 이게 현실이거든요. 사회정의 개념이 부딪치고 있는 거죠.

사회정의 개념의 한가운데에 있는 게 대학입시 제도입니다. 말하자면 이게 흐트러지면 정의 개념이 흐트러지거나 이게 변하면 정의 개념이 변할 겁니다. 그래서 잘 안 변하고 있어요. 그동안 차츰 변해온 것도 사실은 기적과 같은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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