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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운전석에 제대로 앉은 文 신중하되 속도 내라”

  • | 김정희 자유기고가 oak65@naver.com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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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는 우리에게 이익

우리 정부가 대화 과정에서 북한에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없지 않습니다. 

“남북 대화를 위해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해야 한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를 하자고 주장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고, 김정은이 그에 대답을 한 것인데, 이게 어떻게 북한에 끌려가는 것입니까. 다시 말하지만 지금의 대화 국면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입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대화를 제의한 ‘숨은 의도’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일반 사람들도 충분히 짐작하고 염려하는데, 정부가 그걸 과연 모를까요? 다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림픽 참여와 남북 대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의도가 ‘불쾌하다’고 우리 정부가 화해를 거부해야 할까요? 그러기엔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게 북한보다 훨씬 많습니다.” 

우리가 얻을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첫째,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와 남북 대화를 통해 최근 악화된 한반도 위기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이미 그런 효과를 보고 있고요. 적어도 올림픽 기간까지는 전쟁에 대한 위협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죠. 둘째, 북한이 참여함으로써 평창올림픽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북한이 선수단과 함께 예술단, 고위 대표단을 파견할 경우 세계적 이슈가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북핵 문제와 별도로 휴전선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무력 충돌을 관리해야 한다는 전통적 안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은 이런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북과의 소통 창구조차 부재했어요. 이제 대화 채널을 열었기 때문에 그만큼 한반도의 우발적 충돌 사태에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이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가 원활히 진행되면 이것이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고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얻을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북한의 의도’를 이유로 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우리 손해가 너무 큽니다. 그들의 의도를 아는 만큼, 우리가 전략을 확실히 수립하고 대응해나가면 됩니다.”


북, 제재 이겨낼 내구성 가져

이종석 전 장관은 그간 ‘압박과 제재 일변도’ 정책에 한계가 있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원유 공급을 중단하고 해외 송금을 차단하는 등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시각에 회의적이다. 북한의 객관적 실상을 잘못 판단해서 나온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체제에서 식량 자급도를 일정 수준까지 높여놓은 상태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을 이미 상당 수준 갖췄다는 것이다. ‘추우면 추운 대로,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픈 대로’ 견딜 준비가 되어 있다. 제재가 ‘무용’할 뿐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국지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제사회가 압박과 제재를 철회한다고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미사일을 더 이상 발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9년간 우리 정부는 북을 ‘제재’해왔습니다. 미국도 북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제재를 계속 강화해왔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멈췄나요? 오히려 제재가 강할수록 더 도발했습니다. 제재-도발의 악순환이 반복되었죠. 그렇다면 ‘제재’는 실패한 정책인 것입니다. 실패가 확인되었으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며 협상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체제 유지입니다. 북한에서 볼 때 자신들의 체제 안정을 보장해줄 나라는 바로 미국입니다. 미국이 북한에 ‘체제를 인정하고 공격을 안 할 테니 핵을 포기하라’고 협상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는 확신은 그 누구도 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시도조차 않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접근이 핵 문제 해결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전 장관은 그동안 ‘체제 인정’과 ‘공격 중단’을 약속하는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북미수교’와 ‘미국의 대북 불가침조약’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진 시점입니다. 자신들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었다고 생각해 위협을 느낀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 간의 수교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하지만 수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리비아 카다피는 대량살상무기 포기 대가로 미국과 외교를 수립하기로 합의를 받았음에도 2011년 리비아 민주혁명 때 미국이 주도한 나토군의 공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그 몇 달 뒤 집권한 김정은은 북한 헌법에 ‘핵무기 보유’를 등재했습니다. 리비아의 경우를 보고 학습한 결과죠. 수교만으로는 북한을 안심시킬 수 없으니 불가침조약까지 맺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북한과 미국 양자 사이에서만 맺어지는 조약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이 보장해주는 장치가 필요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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