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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족쇄가 영국을 수렁에 빠뜨릴 것”(목사 아버지) “분노 일으킨 근원은 EU 아닌 보수당 정권”(교수 아들)

가족도 갈라놓은 브렉시트

  • 런던=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EU 족쇄가 영국을 수렁에 빠뜨릴 것”(목사 아버지) “분노 일으킨 근원은 EU 아닌 보수당 정권”(교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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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A
Date : 27 June 2016 21:54 BST
To : B


사랑하는 아버지,

연락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려 깊고 정직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아버지의 생각이 많은 경험에 기초한 원칙이고, EU 탈퇴에 투표하신 것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탈퇴에 투표한 다른 많은 사람도 좋은 의도로 그리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따라야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저 역시 아버지가 언급한 내용 일정 부분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그러니 우리는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저는 더 평화롭고, 더 공정하며, 더 지속 가능한 나라로 가는 최선의 길은 EU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거짓 공약으로 가득 찬 탈퇴 캠페인과 그 결과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U, 평화와 안정의 수단

우리는 많은 정치인과 유명 인사, 영향력 있는 미디어들이 지난 40년간 EU를 비난해온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매우 적대적이었고,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EU에 대해 매우 제한되고 완전히 왜곡된 방식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물론 EU가 완벽한 조직은 아닙니다. 제대로 작동시키려면 철저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EU는 선거로 뽑힌 구성원들로 이뤄진 책임 있는 조직입니다. EU의 서비스 조직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영국의 시티카운슬(시청)만 한 조직입니다. 2만300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요식적인 관료 조직이 아닙니다.

집행위원회의 각 부서는 다른 회원국이 선출한 위원(커미셔너)이 관장합니다. 이들은 각 나라의 해당 분야 장관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의 통제를 받습니다. 집행위원회는 선출된 의원들로 꾸려진 유럽의회가 관장합니다. 그 위에는 각국이 돌아가며 맡는 의장이 있고요. 올해 영국이 의장국 차례가 됐는데, 만약 영국에서 의장이 나왔더라면 뭔가 좋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구조에서 영국은 EU에서 2, 3번째로 큰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영국이 EU를 움직여왔고, 손해를 입은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가져왔지요. 돈으로 따지면 영국 GDP의 1% 미만을 제공하면서도 그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져왔습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경제가 경기침체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은 그런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뜻으로 봐도 될 겁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이익은 EU가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수십 년 동안 기능해왔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독재, 동구 공산권 국가들(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민주국가로 바뀌었습니다.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동독에서 일어난 투자와 건설 붐 같은 것, 그리고 분열된 유럽에 대해 러시아가 어떻게 반응할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EU는 모든 종류의 사회·환경적 보호 제도의 원천이 돼왔습니다. 영국은 EU가 없었다면 그런 것들을 결코 채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세계 최대의 무역권으로서 EU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을 이끌어냈습니다. 기후협약은 브렉시트로 인해 심각한 위협에 처했습니다. 전 세계가 축적해온 많은 일이 브렉시트 투표 때문에 흐트러질 상황입니다.

EU 덕분에 기업들은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었습니다. 국경을 가로질러 물이 흐르고, 새가 날고, 공기가 이동하듯이 말입니다. 브렉시트 투표는 유럽 각국의 경쟁을 멈추게 했습니다. 그동안 유럽 각국은 모든 영역에서 적어도 최소 공통분모는 갖출 수 있도록 하고, 더 높은 기준을 정할  때는 서로 협력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영국은 그동안 세계화, 신자유주의, 자유시장 분야의 챔피언이었습니다. 규제받지 않는 무책임한 대기업과 불평등, 착취가 뒤따랐습니다. 영국 정부는 EU가 은행을 규제해 또 다른 세계 위기를 야기하지 않도록 하려는 데 반대해왔습니다. EU를 떠난 영국이 균형 있고, 책임 있고, 포괄적이고, 진보적인 규제를 채택하리라는 생각은 순진합니다. 브렉시트 찬성자들은 모두 반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정부의 능력을 축소시키는 이들이지요. 저는 그런 모습들을 가까이서 봐왔습니다. 그들은 NHS(영국의 공적 보건의료 시스템)를 무너뜨리고 민영화하려 해왔습니다.



거짓말 캠페인

영국에서 많은 사람이 힘을 잃고 주변부로 밀려난 것을 잘 압니다. 그들의 임금은 오랫동안 정체되거나 더 떨어지고, 공공 서비스와 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의 근원은 EU보다는 수십 년 동안 작은 나라를 만들고 부자들을 위한 기회 만들기에 전념한 우익 보수당 정부에 있습니다.

그런데 EU가 이런 분노의 벼락을 맞은 피뢰침이 된 겁니다. 국민투표는 방향이 잘못된 저항의 투표가 돼버렸습니다. 국민은 경기침체와 위기를 초래한 정부와 금융권에 분노해야 했습니다. 탈퇴에 투표한 많은 가난한 이들은 경기침체와 그로 인해 초래된 긴축재정 탓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입니다. 이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입니다. 보수당은 그들에게 제대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국민투표는 민주적 절차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투표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탈퇴 캠페인은 여러 가지 과장된 거짓말에 근거했습니다. 탈퇴파들은 매주 3억5000만 파운드가 EU로 들어간다고 했고, 이 돈을 영국으로 가져와서 NHS와 농부들, 대학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투표 뒤에는 한발 물러섰습니다.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당수는 그건 불가능하다고 말을 뒤집었습니다.

또한 그들은 EU를 탈퇴해 경제에 해를 입히지 않고 우리 국경을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조건이니까요. 우리는 이 시장에 수출품의 45%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탈퇴는 곧 경제적 자살행위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세계의 다른 지역과 자유무역협정을 빨리 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무역협정 경험이 있는 사람이 영국엔 별로 없습니다. 무역협정은 체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무역협정 여러 건을 다루려면 적어도 5~10년은 걸릴 겁니다. 그렇게 되면 경기침체는 더욱 장기화하고, 수십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겁니다.



산산조각난 희망

그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투자가 줄거나 기업들이 떠나지는 않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환율이 떨어지거나 일자리가 줄어들지도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분열되지 않을 거라 했고, 북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공화국의 국경 문제가 다시 점화되지도 않을 거라 했습니다. 이제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스코틀랜드 정치인들은 다시 독립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나이절 패라지의 말 가운데 가장 터무니없는 것은 ‘모든 캠페인에서 총 한 발 쏘지 않고 승리했다’고 한 겁니다. 조 콕스 의원이 총으로 살해된 마당에 그런 말을 하다니 얼마나 공격적입니까.

이번 브렉시트 결정으로 수많은 젊은이의 희망이 산산조각나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수십 년간 이 작은 잉글랜드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민을 가야 합니다. 엄청난 두뇌 유출도 예상됩니다. 영국과 유럽 다른 나라들의 과학연구 협력 사업도 곧바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유럽 공동연구 3건에서 배제됐습니다. 다른 나라 연구진이 영국 파트너가 참여할 경우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죠. 영국은 기후변화 연구에서 세계 최고의 대학을 여럿 갖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겁니다. 대학은 정말 위기 상황입니다. 브렉시트를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동생이 과학부 장관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하네요.

브렉시트는 정말로, 정말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탈퇴에 투표한 모든 사람이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그런 결정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정말로 나쁘다는 겁니다. 하지만 결론은 났고, 이제 함께 뜻을 모으고 그 대의에 공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극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께
A 올림




신동아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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