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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성, 전략 부재 국방개혁2.0

상처투성이 전력증강… 敵이 누군지도 몰라

  •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구체성, 전략 부재 국방개혁2.0

  • ● 북한 위협 얘기하는 게 터부시돼
    ● 사그라진 킬체인·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 형해화한 ‘5대 게임체인저’
    ● 카카오톡·텔레그램이 지휘통신 대안?
2017년 11월 21일 경기 여주시 언양리 도하훈련장에서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실시한 잠수도하훈련에서 K2 전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

2017년 11월 21일 경기 여주시 언양리 도하훈련장에서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이 실시한 잠수도하훈련에서 K2 전차가 강을 건너고 있다.

국방개혁2.0이 발표됐다. 애초에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우리 사회에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강한 국방’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정권 출범 직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는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사실 많은 국민이 던지고 싶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북한보다 국내총생산(GDP)이 45배나 높은 대한민국이 비록 GDP 대비 2.4%이지만 많은 국방비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북한에 이길 자신이 없냐는 질타다. 

그러곤 ‘강한 군대, 책임 국방’을 이루기 위한 국방개혁안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국방 정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내놓은 병력 자연 감소에 대비한 개혁안인 국방개혁2020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국방개혁2.0으로 명명됐다. 이를 위해 2017년 9월 국방개혁특별위원회가 국방부 장관 아래에 만들어졌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위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었지만, 결국 장관 아래에 설치함으로써 국방장관이 책임지고 국방개혁안을 만들고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10개월이 흐른 후인 7월 27일 국방개혁2.0이 발표됐다. △군 구조 △국방 운영 △병영 문화 △방위사업 등 4개 분야에 대한 개혁 세부안이 나왔다. 물론 논란이 된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은 이날 개혁안에 포함되지 않고 일주일 뒤인 8월 3일 해편(解編)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발표된 개혁안을 보고 있으면 42개의 과제가 나열만 돼 있을 뿐 어떤 것에 우선순위가 매겨지며 어떤 것이 배경이 되는지가 명백하지 않다. 강한 군대와 책임 국방이라는 목표가 무엇인지 구체화하지 못했을뿐더러 이를 이루기 위해서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현 전략도 전혀 없다.


사그라진 한국형 3축 체계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북핵의 위협에 대비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갑자기 3축 체계와 관련된 이야기는 모두 사그라졌다. 이른바 화해 무드가 형성된 이후 북한의 위협에 대해 얘기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됐다. 국방은 애초에 무엇이 위협인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모든 절차의 시작이다. 전략문서가 안보환경 평가에서 시작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북한이 현재의 적인지 잠재적 적인지 명백히 얘기할 수 없다 보니 ‘전방위 안보위협 대응’이라는 만병통치약이 다시 등장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말은 냉전 종식 후 주적(主敵)을 잃은 미국이 한 말이다. 한마디로 적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위협을 솔직히 평가했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가 가능하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우리의 주된 위협이 돼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비핵화 협상과 종전 협의가 시작된 이상, 군사적 긴장 완화를 통해 적대적 행위는 감소시킬 필요가 대두됐다. 우리 군은 신뢰 구축부터 시작해 군축을 지양하되 군축의 이행을 감시하고 강제하기 위해 한반도 전체에 대한 정보감시정찰체계를 강화하고 평화가 올 때까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강한 군대를 유지한다.” 

최악의 상황을 막는 카드로 이전부터 제시돼온 것이 바로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다. 하지만 한국형 3축 체계는 우수한 재래전 전략일지언정, 핵무장을 한 적국에 대항하는 핵전략으로서는 부족하다. 인류의 전쟁과 전략의 역사에서 적의 핵에 대항하는 핵전략은 자국이나 동맹국의 핵전력으로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핵 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우리의 경우 적실한 핵전략은 유일한 핵안보 동맹국인 미국의 3원 핵전력(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활용해 북한의 핵무기 발사를 저지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적의 핵공격을 재빨리 탐지해 제거하는 킬체인, 공격 시작 후 공중에서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피해를 보고 나서 곧바로 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은 부가적인 노력이지 주된 노력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3축 체계를 재래전 전략으로 인정하고 이를 강화함으로써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이러한 당연한 원리야말로 강한 군대로서 위치를 찾기 위한 시작점이자, 국민 전체의 생명을 스스로 책임지고 지키기 위한 책임 국방이다. 즉 과거 정권들이 전략적 본질을 외면하고 정권 차원에서 노력을 강조하기 위해 왜곡한 군사전략을 비판하고, 애초에 가야 할 방향성을 되찾는 것이야말로 국방개혁의 시작점이 됐어야 한다는 말이다.


송영무판 마켓가든 작전

물론 현 정부도 그 나름의 전략적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취임 이후 신(新)전쟁 수행 개념을 적용하는 개혁안을 준비하겠다고 빈번히 공언했다. 새롭게 도입하는 첨단무기를 바탕으로 슬림화된 군대만으로도 전시에 평양을 2주 만에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평양 점령 계획은 ‘공세적 작전 개념’으로 불리다가, 남북 대화 무드로 개념 자체가 부담스러워지자 ‘입체 기동작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실 평양 점령 작전이라는 화두만으로도 자랑스럽고 가슴 벅찬 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전략적 기동 능력과 재보급 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작전을 수행하면, 투입된 부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수부대로 평양 특각을 점령하고 해병대의 상륙기동으로 특수부대를 지원하고 평양을 밀어버리겠다는 계획은 역사 속 실패한 한 군사작전을 떠오르게 한다. 이 계획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마켓가든 작전과 소스라치게 닮아 있다. 

마켓가든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의 버나드 몽고메리 원수가 연합국 내에서 전쟁을 주도하기 위해 기획한 작전이었다. 작전의 첫 단계는 3만여 명에 이르는 영·미 공수부대를 전선에서 150㎞ 떨어진 적 후방의 네덜란드로 투입해 주요 교량을 점령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교통로를 확보한 사이 다음 단계로 영국 제30군단이 전차를 앞세우고 돌격해 들어가 공수부대를 구출하고 독일 심장부로 향하는 진격로를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공수부대를 보내놓고 나니 문제가 발생했다. 너무도 비좁은 유럽의 시골길은 전차부대의 이동에 커다란 장애가 됐다. 특히 독일군이 길목에 매복해 선두 차량을 무력화해버리면 행렬은 멈춰 서야만 했다. 벌 떼와 같은 독일군의 공격에 응원 부대는 별달리 전진할 수 없었다. 그사이 가장 깊숙이 투입된 영국 제1공수사단은 아른헴 다리를 무려 5일간이나 사수하며 오지 않는 지원부대를 기다리다가 전멸했다. 영화 ‘머나먼 다리’가 바로 이 비극을 그대로 재현한 영화다. 그리고 이 비극이 21세기의 한반도에서 반복될 뻔했다.


공세적 작전 개념 어디로

비록 작전의 방안이 잘못 잡혔다고 해도 송영무 장관의 용감한 사고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사고를 공세적으로 전환해 전쟁을 조기에 승리함으로써 최소한의 피해로 국민을 지키겠다는 전략 기조만큼은 역대 어느 장관보다도 우수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그림은 국방장관이 아니라 합참의장과 각 군 총장을 중심으로 그려져야 한다. 비록 군 출신 장관이지만 세부는 합참과 각 군에 맡겨야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효율적인 그림을 그린 것은 육군이었다. 육사가 적폐세력으로 규정되고 육군이 최대의 병력 감축 대상이 됨으로써 육군은 그야말로 국방개혁의 타깃이었다. 그러나 강한 개혁을 정권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민 전체가 바라고 있다는 믿음은 육군으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갖고 구체적 행동방안을 구축하도록 자극했다. 그래서 육군이 제시한 그림이 바로 5대 게임체인저였다. 

5대 게임체인저란 △미사일 전력 △전략기동군단 △특수임무여단 △드론봇전투단 △워리어 플랫폼 등 5가지를 뜻한다. 우선 미사일 전력은 적의 미사일과 방사포·장사정포의 선제 기습을 막는 킬체인 전력이자, 적의 전략적 중심을 파괴하는 KMPR의 핵심 전력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탄두 중량 4t의 슈퍼벙커버스터급 탄도미사일이 개발된다면 이는 비핵무기지만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막는 전략무기로 의미가 있었을 터였다. 전략기동군단은 현재 1개에 불과한 것을, 부대 개편으로 2개 이상으로 바꿔 전략적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북한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승리를 보장할 수 있을 터였다. 특수임무여단은 단순히 참수부대로서가 아니라, 적의 지휘부를 혼란시키고 위축시키는 전략적 선택지가 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국방개혁안에서 공세적 작전 개념이 사라짐으로써 5대 게임체인저 가운데 3가지는 이제 희미해졌다.


전작권 전환, 이래서 할 수 있겠나?

남은 것은 드론봇전투단과 워리어플랫폼이다. 드론봇전투단은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유행하면서 국방의 미래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지만, 드론 산업 자체가 아직은 군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 성숙하지 못한 게 문제다. 그래서 그나마 유일한 개혁 성과는 개혁안에서 강조되지도 못한 워리어 플랫폼뿐이다. 사실 디지털 군복을 제외하고는 베트남전 수준의 장비로 싸워야 하는 우리 병사들이, 병력 감축으로 북한과 3대 1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 전장에서 생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워리어 플랫폼으로 전투피복 10종, 전투장구 10종, 그리고 전투장비 13종을 추가해 현재의 미군 병사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전투력과 방호력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국가를 위해 보낸 소중한 자식들을 우리 군도 소중히 여겨, 좋은 옷과 방탄조끼와 소총 등을 주어 죽지 않고 잘 싸워 이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강한 전사가 강한 군대를 만든다. 사람이 바뀌어야만 개혁이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국방개혁2.0에서 강조됐어야 했을 기조다. 

전시작전권 전환이야말로 현 정부에서 염원해 마지않는 국방 분야의 성과일 것이다. 소위 스스로 책임지는 국방이라는 것도 결국 군사적 결정을 스스로 하겠다는 말이다. 아무리 맹방이라고 해도 대북 대응의 핵심 기능을 미국에 의존한다면, 마치 마마보이처럼 우리 군의 야성과 독립성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방개혁2.0은 바로 이런 전작권 전환을 위한 본질은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전쟁에서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서 핵심인 것은 최첨단의 무기체계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최첨단 무기체계가 없어서 진 게 아니다. 오히려 일사불란한 지휘통제의 부재, 지리멸렬한 러시아 전선에서의 재보급 한계, 국가총력전과 경제전쟁에서의 패배야말로 독일이 패배한 원인이었다. 최소한 우리가 북한에 경제력과 생산력에서 뒤질 일은 없다. 그러나 치명적인 것은 지휘통제 능력과 작전지속 지원 능력의 한계다. 

우리 군이 얼마 전 실전배치를 시작했다고 하는 군 전술정보통신체계(TICN)는 데이터 이동통신의 일부로 이제는 사장된 와이브로망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도 일선에서는 지휘통제망이 불비해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이 지휘통신 수단의 비공식적 대안으로 제기될 정도다. 애초에 분대원 간 무선데이터 통신은 아예 불가하고, 심지어는 분대 간 통신도 무전기의 성능 제한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한심한 능력으로 미군을 지휘통제한다고 하면 미군이 따라올 리 만무하다. 

작전지속 지원 능력은 한심할 정도다. 국방부는 국방개혁2.0을 통해 군수 등 비전투병과의 병력을 줄이고 민간, 즉 군무원을 늘려 이를 감당하겠다고 한다. 군수 지원이 전쟁에서 가장 핵심 요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 판단으로는 국방개혁은커녕 전쟁을 하면 필패하게 된다. 국방개혁2.0은 전쟁에서 승리할 능력을 만들어내는 바탕이 돼야지, 대중주의적 정치 어젠다를 선전하는 장이 돼서는 안 된다. 특전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공약대로 진정한 안보대통령이 돼 이 나라를 지켜주길 충심으로 기원한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특전사의 구호처럼 어려운 안보 상황을 역전의 계기로 만들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도한다.


신동아 2018년 9월 호

|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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