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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표류’ 사례연구

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서슬 퍼렇던 ‘대통령 어젠다’ 막판 몰려 졸속 진행되는 까닭은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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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심하게 깼다더라.”
  • 모두들 수군거렸다. 이만큼 강한 의지가 실린 과제는 또 없을 거라고도 했다. ‘외교관 충원 방법을 혁신해 대한민국 외교의 새 장을 열겠다’던 외교아카데미 설립방안.
  • 그러나 처음의 서슬과 달리 시간은 하릴없이 흘렀고, 막상 나온 결과물은 ‘달라진 게 없는 용두사미’라는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 하나의 개혁과제가 만들어지고 공론화된 뒤, 한참을 표류하다가 끝내 존폐의 기로에 선 일련의 흐름에서 도출해낸 네 개의 키워드.
외교아카데미, 레임덕 덫에 걸렸나

2010년 12월29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통상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왼쪽부터 김병국 국제교류재단이사장, 김성환 장관, 염재호 정책자문위원장, 신각수 외교통상부1차관.

“급변하는 국제사회에 기민하게 대처할 외교관을 뽑을 새로운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했는데, 근본적인 개혁을 하려 하지 않고 어정쩡한 절충안을 내놓는 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니냐.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2010년 3월 청와대 관련부서가 보고한 외교관 선발개혁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내렸다는 질책이다. 외무고시와 외교아카데미를 통해 절반씩 뽑거나 외시를 행정고시에 통합하겠다는 두 방안 모두 크게 미흡하다며 화를 냈다는 것. 1년 전 당시만 해도 외교관 선발제도 개혁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이렇듯 서슬이 퍼랬다. 대통령 본인의 반복되는 언급, ‘안보라인 핵심’으로 손꼽히는 청와대 인사가 컨트롤타워를 맡았다는 소식, 외교경쟁력강화위원회(이하 경쟁력위) 출범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관계자들을 긴장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관련 소식은 일제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외교관 선발 개혁안이 외교아카데미 설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은 가뭄에 콩 나듯 전해졌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형국이 이어졌다. 경쟁력위가 건의안을 작성한 뒤 정부 시안(試案)이 만들어지기까지 4개월, 2010년 6월 열린 공청회 이후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는 무려 8개월이 걸렸다.

비판과 반박

2월초가 돼서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에 제출된 정부의 최종방안은 3차에 걸친 시험으로 45명 내외를 선발해 1년간 국립외교원(외교아카데미의 정식 명칭)에서 실무교육을 시킨 뒤, 그 가운데 40명을 5급 외교관으로 선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입학자는 일반전형과 외국어 능통자, 지역·분야별 전문가를 각각 6대2대2의 비율로 선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3월3일 외통위 전체회의와 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갑론을박의 도마에 올라야 했다. 3월10일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기존 외무고시를 형태만 바꿔 유지하는 꼴”이라며 “대통령이 시키니까 바꾸는 시늉만 한 것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외시를 일반전형으로, 특채를 외국어나 지역 전문가 전형으로 통합한 것 외에는 신입 외교관 교육기간을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린 것에 불과한 용두사미라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 1차 전형의 영어와 제2외국어, 공직적격성평가(PSAT)와 한국사 공인성적 전형은 외무고시 과목과 다를 바가 없고, 2차의 전공 평가시험 역시 외무고시 2차의 필수과목인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 등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외통위 전문위원의 관련 검토보고서가 “기존의 체계를 크게 변경시키지 않으려 하는 관료주의”를 배경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외교부 관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운이 크게 좌우하는 당일 시험이 아니라 공인성적제출 형태로 많은 과목이 바뀐 데다 2차 평가의 사례해결형 에세이, 3차에서의 3일에 걸친 심층면접 등으로 필터링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는 반박이다. 일반전형을 통해 채용된 이들과 전문가 전형을 통해 들어온 이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 동안 그간 문제로 지적돼왔던 순혈주의나 동기 문화 역시 상당부분 희석되리라는 것. 한 당국자는 “밖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전형방식이 필요하다’고 쉽게 말하지만, 실무행정을 담당하는 이들로서는 현실성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당초 “외교아카데미에서 장기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 살아남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선발제도 개혁의 키워드로 떠올랐던 선발인원 규모 문제를 놓고 보면 외무고시와의 차별성은 더욱 찾기 어렵다. 현재 외시를 통해 선발되는 인원 규모 30명 남짓이 고스란히 일반전형 채용으로 옮겨갔기 때문. 입교생 가운데 10% 내외를 교육 과정에서 탈락시키겠다지만, 지금도 외무고시 3차 면접에서 성적이 나쁜 2명 내외가 탈락한다는 게 국회 외통위 측 인사들의 반박이다. 외교아카데미 방안이 처음 거론되던 무렵 경쟁력위는 최종합격자의 5배수에 달하는 인원을 입교시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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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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