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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無知한 언론이 미스터리 키운다

개구리소년 11년의 진실

  • 글: 김진수 jockey@donga.com

너무도 無知한 언론이 미스터리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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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년여 만에 유골로 발견된 개구리소년들의 죽음에 깃든 진실은 무엇인가. 법의학팀의 사인규명 작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경찰은 법의학팀의 감정결과가 나와야 본격수사에 나설 수 있다며 공을 넘긴다. 언론보도는 사고사와 타살의 경계를 넘나들며 춤을 춘다.
  • 사고사인가, 타살인가. 사인은 과연 베일을 벗을 수 있을까.
”여기, 번데기 더 있네.”

10월8일 오후 4시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해발 299.6m). 흰 천막을 지붕 삼고, 사위(四圍)를 주황색 경찰통제선으로 둘러친 개구리소년 유골 발굴 현장에선 3명의 대구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현장 주변의 흙을 네모난 체로 거르고 있었다. 분주해보인다. 체에서 곤충 번데기 하나가 걸러지자 한 경찰관이 앞에 놓인 바구니에 휙 던졌다.

경찰은 지난 9월26일 최초 유골 발굴 이후 행여 빠뜨린 유류품이 있을까 추가 발굴작업을 벌이는 중이었다.

경찰은 이날 부위가 밝혀지지 않은 뼛조각 3개와 탄두 18개를 발견했고, ‘대구 성서초등생 실종사건 수사본부’(이하 수사본부)는 이튿날 기자들에게 브리핑 자료를 돌렸다. 자료엔 ‘실종 당시 (실종)소년들을 보았다는 진술들을 재확인중이나 오랜 세월의 경과로 기억하지 못하는 목격자들에 대해 필요한 경우 추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최면수사를 의뢰할 것을 고려중’이란 내용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수사진척도는 하루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유골 발굴 현장은 승용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멀지 않다. 수사본부가 꾸려진 성서파출소에서 현장 부근 ‘외교구락부’ 골프연습장까지는 승용차로 약 7분 거리. 골프연습장을 끼고 와룡산 쪽으로 150m쯤 걸으면 성산고등학교 신축공사장이 나온다. 거기서 5분 가량 등산로를 따라오르면 곧 현장에 닿는다. 기자가 만보계로 재본 결과 230보 정도였다. 소로(小路)마다 드문드문 등산객이 눈에 띄었다. 유골 발굴 현장을 제외하면 화창한 가을날 오후의 고즈넉한 산속 풍경 그대로다.

현장에서 몇 발짝 떨어진 구릉에선 성서아파트단지가 바로 건너다보였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것은 11년 6개월 전. 지금의 빽빽한 아파트 숲은 당시 논밭과 산이었다. 과연 저체온사 등 사고사의 가능성은 희박한 것일까.

물론 경찰은 1990년 12월과 2001년 11월에 각각 촬영된 와룡산 일대 항공사진을 판독한 결과, 유골 발견 지점에서 250여m 거리에 민가 서너 채, 600여m 떨어진 곳에 구마고속도로가 있어 소년들이 길을 잃고 헤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잠정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것도 추정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사고사든, 타살이든 개구리소년들의 죽음을 둘러싼 많은 수수께끼 가운데 명쾌하게 풀린 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거듭된 경찰의 失機

주지하듯,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은 전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전형적인 미스터리성 사건이다. ‘1991년 3월26일. 기초의회의원 선거일인 이날 오전 9시 친구 사이인 대구 성서초등학교 남학생 5명은 “도롱뇽을 잡으러 간다”는 말만 남기고 와룡산으로 떠났다…그리고 다시는 산을 내려오지 못했다. 그날의 날씨는 초봄이라 조금 쌀쌀한 편. 최고기온 12.3℃, 최저기온 3.3℃. 오후 6시쯤부터 8.2mm의 비가 내렸다.’ 이것이 알려진, 사건 당일의 명세(明細)일 뿐이다.

그로부터 정확히 11년6개월 만인 지난 9월26일. 개구리소년들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되면서 세인의 관심은 온통 사인(死因)에 쏠리고 있다. 하지만 사인이 조속히 규명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여기엔 경찰의 실기(失機)가 한몫했다. 유골 발견 지점을 성급하게 삽으로 파헤쳐 훼손하는 바람에 현장을 원형보존하지 못해 사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를 놓친 것. 경찰 내부에서조차 “출동 경찰관들이 약간의 감식분야 지식만 지녔더라도 현장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과연 발굴 전 현장 상태는 어땠을까? 수사본부측이 10월9일 기자에게 보여준, 유골 발견 지점을 최초로 촬영한 사진엔 유골 중 두개골 일부와 옷가지 일부가 지표 위로 조금 비어져나온 정도였다.

경찰은 현장 훼손 외에 유골 발견 하루 만에 개구리소년의 사인을 ‘저체온사’로 예단하는 치명적 실수도 저질렀다. ‘개구리소년으로 추정되는 유골 발견 보고’란 경찰 자료에 나와 있는 ‘사망 분석(추정)’의 내용은 이렇다.

‘행불자들이 아침을 먹고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점심저녁을 굶은 채 하루 종일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 지친 상태에서, 당일 비가 오자 비를 피하기 위해 위 유골이 발견된 와룡산 4부 능선 구릉 밑에서 쪼그리고 모여앉아 있다 기온이 급히 떨어지므로 저체온 현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 아무리 ‘추정’이라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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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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