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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여성 강압수사’ 법정으로

검찰, 인권위 권고 무시··· 피해자, 검사·국가 손배소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성폭행 피해여성 강압수사’ 법정으로

  • ‘신동아’ 2004년 11월호(116쪽)는 성폭행 당한 뒤 자살을 기도한 16세 소녀를 검찰이 피의자와 장시간 대질시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경고’를 권고받은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이 피해자는 최근 미성년자 성폭행 예방운동을 펴는 강지원 변호사를 통해 당시 검사와 수사계장,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2000년2월10일 오전1시 미성년자인 조OO양이 승용차 안에서 박모씨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 박씨가 조양측에 합의금을 전달하면서 조양측은 고소를 취하했다. 이 과정에 검찰은 가해자와 피해자 대질심문을 벌였다.

조양을 치료한 K병원 진료기록에는 “임신중독, 질의 염증이 심하고 정신과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라고 기록돼 있었다. 조양의 부모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 “딸이 강간피해의 후유증으로 흉기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결과는 이러했다.

“검찰은 조양이 가해자와 대면하기를 꺼리는데도 수사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대면조사 및 보호자 입회배제를 관철했다. 첫 대면조사에서 조양이 건강이 악화된 상태인데도 10시간 조사를 강행해 조양이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은 조양에게 다음날 다시 출석할 것을 요구했는데, 조양이 ‘몸이 아파 못오겠다’고 하자 검사가 ‘조사받기 싫어서 그러느냐. 나오라’고 했으며 다음날 조양이 출석하지 않자 검찰은 조양의 부모에게 ‘보내라’고 거듭 강요했다. 나중에는 화를 내면서 ‘몸이 아프면 응급실로 데려가라’고 해 2차 대질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는 2004년 5월 보고서에서 “대검 지침은 ‘대질심문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시행하고 보호자 입회 허용은 성범죄 수사담당자의 기본자세’로 정하고 있다”면서 “검찰은 대질조사시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란히 앉혔고, 건강이 좋지 않은 피해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장시간 조사를 강행했으며 보호자 입회를 배제해 피해자에게 불안감, 성적수치심,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담당 검사와 수사관에게 경고하라”고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검찰이 ‘낙태지휘’ 안 해줘 출산”

조양은 2005년 1월12일 강지원 변호사를 통해 담당 검사와 수사계장, 국가 등 3자를 상대로 2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강 변호사는 “대질심문 등 강압적 수사방식도 문제지만, 검찰이 낙태지휘를 해주지 않아 원치 않는 출산을 하게 된 것도 조양에게 고통을 안겨줬다”고 주장했다.

조양은 당시 성폭행으로 임신 4주째였으나 가해자측이 낙태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조양이 찾은 7개 병원은 “검찰에서 낙태지휘서를 받아와야 낙태시술이 가능하다”는 서류 등을 조양측에 제공했으나 검찰이 낙태지휘를 거부해 결국 출산하게 됐다는 것.

조양의 어머니 김모씨는 “딸은 어린 나이에 당한 성폭행과 검찰의 강압적 수사, 검찰과 병원이 적절한 조치를 외면함으로써 원치 않는 임신 및 출산으로 후유증이 생겨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정상적인 학업이나 직장생활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아이를 출산한 12월이 되면 심한 불안증세와 발작증세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담당검사에게 경고하라’고 한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경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 조양을 대질심문한 검사는 “조양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내용이 일부 언론에 일방적으로 보도돼 불쾌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검사의 반박 내용.

“20대 회사원이던 피의자가 한밤중에 길 가던 당시 16세의 조양을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차 안에서 성폭행했다는 사안이다. 피의자가 나중에 조양측에 2000만원을 주고 합의했지만, 조사 당시엔 피의자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었다’며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범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기소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대질심문을 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사실을 주장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피해자측도 피의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검찰이 대질심문에 나오라고 해도 피해자는 안 나오면 그만이고, 대질심문 중 몸이 불편하면 귀가할 수도 있다. 강압수사를 한 적 없다. 모자보호법은 성폭행에 의한 임신인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성폭행이 입증되지 않았기에 낙태지휘를 해줄 수 없었다.”

신동아 2005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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