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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고급 운송수단이라고? 근로여건은 막노동꾼만도 못한데…

대중교통 사각지대에 갇힌 택시 24시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고급 운송수단이라고? 근로여건은 막노동꾼만도 못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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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기사들이 뿔났다. 하루 12시간을 일하고도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으로 살아가야 하는 탓이다.
  • 이들의 울분을 받아주는 곳도 없다. 회사는 불법 사납금제로 잇속 챙기기에 바쁘고, 이를 감시하고 질책해야 할 공무원은 책임을 미루기에 바쁘다. 결국 죽어나는 건 기사뿐.
  • 이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야간근무에 동행해 9시간 동안 체감한 택시기사의 애환과 수도권 민심을 전한다.
고급 운송수단이라고? 근로여건은 막노동꾼만도 못한데…
11월3일 오후 5시30분,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 앞에서 기자를 태우고 출발한 택시는 한동안 빈차 표지등을 켜지 않고 달렸다. 합승은 불법이라 다른 이를 태우기가 껄끄러웠나보다. 택시기사 황달수(24)씨는 “취재차 동승 중이지 손님이 아니지 않으냐”는 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표지등을 켰다.

그는 2년 전 평생 직업을 꿈꾸며 택시운전을 시작했다. 다니던 중소기업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권고사직을 당한 게 계기였다.

“회사택시를 3년 동안 무사고로 운전하면 개인택시를 몰 수 있어요. 개인택시 영업은 70대에도 할 수 있고 수입도 좀 더 나으니까 그거 보고 하는 거예요.”

황씨는 사납금으로 운영되는 택시운수회사에 다닌다. 사납금은 회사가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과 차량, 연료 일부를 대주는 조건으로 기사에게서 거둬들이는 돈이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액수가 정해져 있다. 택시기사는 사납금과 함께 더 들어간 연료비를 회사에 입금하고 나머지 수입을 갖는다. 중견 택시기사들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대기업 부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벌이가 쏠쏠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 당시에는 하루 연료비가 1만원이 채 들지 않을 만큼 LPG 가격이 저렴했고 사납금도 5만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납금과 LPG 가격 모두 2배 이상 뛰었다. 버스와 지하철 환승이 자유로워지면서 택시가 설 자리마저 좁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택시 영업도 예전과 같지 않다. 회사택시보다 월평균 50만원 정도 더 벌지만 수리비 등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개인택시가 더 나을 것도 없다는 것이다.

기사 잡는 ‘사납금제’

동승 취재를 하며 황씨와 대화를 나눴다.

▼ 사납금이 얼마인가요.

“회사와 차종에 따라 달라요. 저희 회사에서는 EF소나타를 몰면 10만8000원, NF소나타를 몰면 11만1000원을 주야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받아요. 야간에는 주간보다 1만~2만원을 더 받는 회사도 있고요.”

▼ 2교대 근무인가요.

“네. 오전·오후 3~6시에 회사 차고지에서 교대하는데 오늘은 오후 5시에 교대했으니 새벽 5시까지 일하면 돼요. 내내 야간근무만 하는 건 아니에요. 이번 주는 야간, 다음 주는 주간, 이런 식이죠. 일요일에는 그나마 쉬게 해주지만 주마다 생체리듬이 바뀌니까 월요일이 가장 힘들어요.”

▼ 주간보다 야간 근무가 더 힘들지 않은가요.

“한밤중이 되면 잠이 쏟아지니까 아무래도 힘들죠. 그럴때는 껌을 씹거나 스트레칭을 해요. 다른 기사들은 담배로 졸음을 쫓는다고 하더라고요. 집에 거의 녹초가 돼서 들어가는데 금방 잠이 안 와요. 밥 차려 먹고 오전 7시까지 TV를 보다 자는데 밖이 환해서 깊은 잠을 잘 수도 없고요. 그러다 오후 3시에 일어나 출근 전에 식사를 하고 나와요.”

그는 출근해도 바로 차를 빼지 않고 안전 여부를 꼼꼼히 점검한다. 폐차를 한 달 앞둔 차량이라 더 신경이 쓰이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지난달에 폐차하기로 했는데 회사에서 한 달 더 타라고 한다”며 “폐차 시기가 1년도 안 남은 차를 받은 게 벌써 세 번째”라고 했다.

“이번에 폐차해도 새 차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임원에게 밉보이면 새 차를 안 주더라고요. 어용노조라 기사들이 힘든 일을 당해도 회사 편을 들어요. 그러니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어요. 기사들끼리 친목 도모 차원에서 술을 마셔도 무슨 작당을 하고 있다고 일러바친다니까요. 그래서 회사 근처에선 술도 못 마셔요. 이 차의 히터가 제대로 작동이 안 돼서 고쳐달라고 해도 곧 폐차할 거니까 그냥 타래요.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승객이 춥다고 하면 뭐라고 하냐고요.”

▼ 회사에서 대주는 연료로 12시간 주행이 가능한가요.

“부족하죠. 보통 250~300㎞를 달리거든요. 회사에서 LPG 25ℓ를 지원해주는데 주간에는 30~35ℓ, 야간에는 45~50ℓ가 들어가요. 시내 주행이 많으면 50ℓ정도 들고, 장거리 손님이 많을 땐 더 들죠. 더 들어간 가스는 기사 부담이에요. 정부에서 ℓ당 220여 원의 유류비를 보조해줘도 매일 1만~2만원이 더 들어가죠.”

▼ 회사에서 월급을 얼마나 받나요.

“근무기간이 1년이 안 되면 보너스를 안 줘요. 기본급 99만원에서 세금 공제하면 실 수령액은 80만~90만원이에요. 전 2년차니까 107만원을 가져가요. 사납금을 다 채웠을 때요.”

▼ 사납금을 못 채우면 불이익을 당하나요.

“채우지 못한 만큼 월급에서 까요. 급여명세서에 가불금으로 처리되거든요. 처음엔 지리를 몰라 사납금을 채우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지금은 노하우가 생겨 가불 처리되게 놔두진 않죠. 예를 들어 토요일 낮에 결혼식 있으면 모자란 만큼 내 돈으로 사납금을 맞추고 야간에 더 악착같이 뛰어서 벌충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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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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