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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충격! 학교 폭력 실태

  • 이영미│다큐멘터리 방송작가 lym99@chol.com

‘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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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로 흉포해지는 학교 폭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따돌림과 집단 폭행, 노예 개념의 ‘빵셔틀’ 등이 일상화된 가운데, 우리 청소년 10명 중 3명은 학교 폭력으로 인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력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학교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수도권의 한 여자 중학교

‘찐따 바이러스’ 옮는다 따돌리고 집단폭행·성추행 동영상 돌려보고 교사 자식도 왕따 몰려 자살 시도
학교 행사를 위해 아이들이 모두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간 어느 날. 잊고 온 물건을 가지러 교실에 잠깐 들어온 중학교 3학년 A 양은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끔찍한 경험을 한다. 인근 중학교에서 넘어온 남학생 두 명에 의해 과학실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고 있을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인근 학교 남학생들이 어떻게 여학교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과학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고, 두려움에 질린 A 양은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 A 양. 울면서 부모에게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지만, 고민 끝에 부모는 사건을 덮어버린다. 학교의 미온적인 태도도 실망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아이가 느낄 수치심과 왕따 등의 2차 피해가 두려워서였다. 결국 이 소문은 몇몇 학부모 사이에서 은밀히 돌다가, 지금은 거의 묻히고 말았다.

최근 학교 폭력으로 인한 학생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와 함께 이런저런 학교 폭력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나 학부모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요즘 들어 갑자기 학교 폭력이 심각해진 게 아니라고. 그동안 가려지고 밝혀지지 않았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중에는 위의 사례처럼 그냥 묻혀버리는 학교 폭력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폭력 예방 재단’이 2010년 실시한 학교 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은 30.8%, 학교 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학생은 60.8%, 그 가운데 죽을 만큼 고통스럽다고 대답한 학생도 13.9%나 된다. 이쯤 되면, 이제 학교는 더 이상 우리 아이를 안심하고 보낼 만한,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영화 ‘여고괴담’의 한 장면처럼 은밀하고 음침하고, 폭력과 불안과 불신이 만연하는 괴물! 그런 곳이 지금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라는 공간이다.



# 서울 은평구 한 중학교

중학교 1학년생 B 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C 군에게 끊임없는 폭력을 당해왔다. C 군은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B 군을 괴롭혔다. 어느 날 B 군의 어머니는 아이의 손등에 난 시퍼런 멍 자국을 보고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 중학교 진학 이후, B 군에 대한 C 군의 괴롭힘의 강도는 더욱 심해졌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교사가 없는 시간 등을 틈타 “B와 접촉하면 ‘찐따(과거에는 덜떨어진 남자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요즘에는 ‘찌질한 왕따’를 가리키는 말로 쓰임) 바이러스’가 옮아서 더럽다” 등의 언어폭력을 퍼부었고, 다른 친구를 시켜 B 군의 귀 뒤와 머리 부분을 구타하기도 했다. B 군은 정형외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외에도 성적인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롭힘이 계속되자 B 군은 두 차례에 걸쳐 자살을 시도했다.

참다못한 B 군의 어머니가 C 군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그들은 “우리 아이가 절대 그럴 리 없다. 당신 교사라며? 당신 정도는 어떻게 해버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며 막무가내식으로 협박했다. C 군의 부모와는 더 이상 말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B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학교는 교사만 참석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게 사회봉사 5일, 상담치료 권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B 군의 부모는 C 군을 형사 고소하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학교를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 폭력을 일선에서 예방할 수 있는 사람은 담임교사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너무 바쁘다. 방과 후 수업, 보충 수업, 학교별 평가에 대비하기 위한 부진아 수업, 생활지도에다가 생활기록부 작성 등 각종 행정 업무까지! 웬만한 소신과 관심이 아니면 내 반에서 어떤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지, 어떤 아이가 집단 폭행을 당하는지 알기 어렵다. 안다 해도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자치위원은 담당교사 외에 의사, 변호사, 경찰관,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처리 결과는 모두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교육청에 보고하면 학교 폭력이 노출되고, 학교 폭력이 노출되면 학교 평가에 불리해지는 것이다. 승진 등을 신경 쓰는 일부 교직원이 되도록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서울 관악구 중학생 D 군

D 군의 부모는 D 군이 어릴 때 이혼했다. 그 후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란 D 군은 지금은 고모와 함께 살고 있다. D 군의 소원은 단 하나다. 일진 같은 아이의 곁에 붙어서, 친구들에게 무시당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 일진은 아니지만, 언젠가 일진이 되리라 결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D 군은 더욱 거친 행동을 보인다. D 군은 친구가 자기 앞에서 벌벌 떨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볼 때 비로소 자존감이 생긴다고 했다. 공부도 못하고 부모와 살지도 않는데다 가정 형편도 어려운 D 군. 그런 D 군이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인정받는 때는 폭력으로 그들을 제압할 때뿐이다.

D 군의 담임교사 E 씨는 D 군과 여러차례 상담을 했다. 먹을 것을 사주고, 때론 같이 손을 잡고 울기도 했다. 그러면 D 군은 그 앞에서 달라지는 모습을 보인다. 잘못했다고 하면서 함께 눈물도 흘린다. 그러나 그뿐이다. 다음 날이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친구들의 돈을 빼앗고, 담배를 피우고, 폭행을 일삼는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기술 시간이었다. D 군이 못이 잔뜩 박힌 널빤지를 친구들에게 휘둘렀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정말이지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교과 담당 교사가 D 군을 나무라자, D 군은 “X같이! 학교 안 다니면 되잖아~! XX”이라고 하며, 무단 조퇴를 해버렸다. 영화 ‘친구’의 한 장면이 학교 현장에서 고스란히 재현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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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미│다큐멘터리 방송작가 lym99@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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