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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미래를 저당 잡히다

‘대출의 늪’ 빠져드는 청년세대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미래를 저당 잡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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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8년생 이민성 씨와 1980년생 강석진 씨. 두 사람에겐 ‘빚 트라우마’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 시절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메웠고, 졸업 후 생활비는 신용카드로 충당했다. 가정을 꾸린 지금껏 대출금을 갚느라 허덕인다. ‘빚에 살고 빚에 죽는’ 우리 청년들의 애환.
빚의 일상화, 무감각화 미래를 저당 잡히다
지난 3월 식품가공 중소기업에 입사한 이민성(가명·28)씨. 대학 졸업 후 2년간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하다가 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더 이상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는 안도와 기쁨도 잠시, 그는 요즘 “숨 쉬고 잠만 자는데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월급 대부분을 빚 갚는 데 쏟아붓는다.

“결혼한 선배가 ‘결혼자금을 모으려면 빚부터 갚아야 한다’고 조언하더라. 대학 학자금 대출 3100만 원, 졸업 후 2년간 생활비로 사용한 신용카드 대금 100만 원을 갚으려면 내년까지 월급(220만 원)의 70%를 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소득의 3분의 2를 저축이 아니라 대출 상환에 써야 한다는 얘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좋은 빚’은 없다

이씨가 빚을 지게 된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학자금 대출이다. 2007년 봄, 이씨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경기 이천이 고향인 그는 기숙사 입주를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가계 소득분위가 낮긴 하지만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씨는 자취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았지만 이씨의 어머니는 은행 대출을 받아 보증금 2000만 원, 월세 35만 원짜리 방을 얻어줬다. 이 때문에 가계부채가 늘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씨의 부모에게 “대학졸업장은 취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이니 빚을 내서라도 학업을 마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대학 4년, 8학기 등록금을 학자금 대출로 치렀다.

7년이 흐른 2013년 2월, 이씨는 빚과 함께 대학을 졸업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이 공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3005만 원)보다 많다는 사실에 막막했지만, ‘취업만 하면 해결될 문제’로 여겼다. 그에게 대학 졸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는 취업 문턱 앞에서 턱하니 막혔다. 졸업 후 2년 동안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 그는 대학졸업장을 갖고도 일자리를 얻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대학진학률’을 꼽는다.

대졸자가 넘쳐나는 탓에 취업시장에서 대학졸업장이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1990년 33.2%이던 대학진학률은 18년 뒤인 2008년 83.8%로 껑충 뛰어올랐다.

“대학 다닐 때도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했고, 돈이 많이 드는 어학연수는 꿈도 꾸지 못했다. 미래를 꿈꿀 선택지까지 제한하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다.”

돌려막기 악순환

이씨의 말마따나 우리 사회엔 미래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선 빚을 내서라도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는 인식이 굳건하다. 심지어 학업을 위한 빚은 ‘좋은 빚’이라며 정당성을 부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세상에 좋은 빚이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조금득 청년연대은행 ‘토닥’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면 채무자는 그 대가로 원금에 이자를 더해 갚아야 한다. 당연히 채권자가 이득을 보는 구조다. 학자금 대출은 신용 능력과 사회적 기반이 약한 청년들에게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갚을 능력이 안 되는 청년을 대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 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씨가 빚을 지게 된 두 번째 요인은 신용카드다. 그가 갚아야 할 신용카드 할부금과 현금서비스 대금은 100만 원이 넘는다. 정규직 사원으로 취업하기 전 아르바이트와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면서 사용한 것이다. 혹자는 “비정규직 처지에 경제관념 없이 과소비한 것 아니냐”고 핀잔을 줄지 모르겠다. 이씨가 들으면 “속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맞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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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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