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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농협 출범 50년, 한국농업이 사는 길 - ③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농촌문화 바꾸는 농협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농촌 유치원생 4명 중 3명이 다문화가정 자녀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농촌문화 바꾸는 농협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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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문화가정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미 우리 농촌의 보편적인 가족형태 중 하나가 됐다. 지난 수년간 농협은 다문화가정을 지원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글과 농업기술을 가르쳤고 모국 방문의 기회도 줬다.
  • 많은 수의 결혼이주여성이 농협의 도움으로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렸다.
  • 우리 농촌에도 보이지 않는 변화가 찾아왔다.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농협에서는 오늘도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글 읽는 소리가 메아리친다.
농촌문화 바꾸는 농협의 다문화가정 지원사업
포리(23)씨의 고향은 방글라데시다.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박힌 코와 눈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어딜 가나 미인 소리를 듣는다. 포리씨는 3년 전 고향을 떠나 낯선 땅 한국에 정착했다. 한국 여자와 결혼한 오빠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는데, 그만 사랑에 빠져버렸다. 14살이나 연상이었지만, 자기보다 2배쯤 큰 얼굴과 마음씨 좋아 보이는 웃음에 그만 마음을 놔버렸다. 사랑은 그렇게 슬그머니 찾아왔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알콩달콩 신혼을 즐기고 있는 포리씨는 자기를 쏙 빼닮은 딸을 하나 낳아 키우고 있다. 포리는 시어머니에겐 ‘엄마’, 남편에겐 ‘자기야~’라는 호칭을 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지만, 포리씨가 처음 이 땅에 왔을 땐 한국 생활이 그저 험난한 여행 같았다. 말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습관도 달라 애를 먹었다. 외국인 아내, 외국인 며느리를 보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도 따가워 하루하루 힘들게 살았다. 돼지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 이슬람교를 믿는 터라 어려움이 더했다.

“한국말을 모를 때는 정말 답답했어요. 한국 사람들 생활이 (방글라데시와) 너무 달라요. 고생 많이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주 편해요. 엄마(시어머니)도 이뻐해주시고, 애기도 잘 크고. 농협 다니면서 한국말도 배웠어요. 거기선 한국에 살면서 알아야 할 많은 것을 알려줬어요. 빨리 한국 국적을 받아서 직업도 갖고 싶어요.”

포리씨의 생활을 바꿔놓은 건 농협이었다. 그녀는 농협에서 진행하는 각종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조금씩 조금씩 한국 사람이 되어갔다. 친구도 생겼고 사람과 동네에 정을 붙였다. 집안일 하랴, 세 살이 된 아이 키우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지만, 포리씨는 매일 아침 9시면 만사를 제쳐두고 집을 나서 남양주시 수동농협 건물 2층으로 종종 걸음을 친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한국어와 한국사회의 이해를 돕는 각종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벌써 1년째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교육도 교육이지만 사실 그녀가 농협을 찾는 더 큰 이유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이주여성들을 만나고, 한국사회 적응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얘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농협 직원과의 상담도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이 직원은 포리씨가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들, 예를 들어 남에게 말하기 힘든 남편과의 생활문제, 고부갈등 같은 것들을 꼼꼼하게 들어주고 상담해준다. 한 번씩 마음을 터놓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해진다.

포리씨가 요즘 받고 있는 농협의 교육프로그램은 농협과 법무부가 공동 운영하는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통합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현재 전국 25개 지역농협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중 남양주시 수동농협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통합프로그램의 시범농협이다. 통합프로그램에선 외국인, 특히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 사람이 된 외국인이 한국에 살면서 꼭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치는데, 보통 0단계부터 5단계까지 총 6단계로 나뉘어 운영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3시간씩 단계별로 강의가 이뤄질 만큼 빡빡한 일정이다. 교육효과는 아주 좋다. 포리씨의 경우도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왔지만 1년 남짓 이 교육을 받은 지금은 한국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 거의 불편을 느끼지 못할 만큼 한국어 실력을 쌓았다. 포리씨의 말이다.

“통합프로그램이 끝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면 직업교육도 받고 싶어요. 한국말도 더 배우고, 운전도 배울 거예요. 공부를 많이 해서 방글라데시말을 통역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처럼 방글라데시에서 온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어요.”

기자가 수동농협을 찾은 3월9일에도 우리말 강의가 한창이었다. 수동농협 통합프로그램에는 현재 29명이 등록돼 있는데, 이들 중 아직 한국말이 서툰 1~2단계 이주여성 10여 명이 빙 둘러앉아 강사의 설명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시동생이니 아가씨니 하는 가족 간 호칭을 가르치는 강의였다. 30대 후반의 우리말 강사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족 간 호칭을 설명하고 읽고 쓰게 했다. 베트남, 파키스탄, 중국, 방글라데시 등에서 온 다국적 학생들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열심히 읽고 쓰며 강의에 집중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고 있는 수동농협 지현주 여성·복지팀장은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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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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