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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안티조선논쟁

나는 조선일보의 몰상식과 싸운다

  • 김정란·시인·상지대 교수

나는 조선일보의 몰상식과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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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티조선 운동은 이념 논쟁이 아니다. 그것은 숨쉬기 운동이다. 나는 거짓말이 정론이라고 선전되는 이 땅의 대기를 견딜 수 없어 반조선일보 운동에 동참했다. 나는 조선일보의 몰상식을 견딜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 언어의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미디어의 존재다. 복잡해질대로 복잡해진 현대사회 안에서 개인은 직접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세계를 인지할 수 없다. 정보는 무한팽창을 거듭한다. 누군가 나서서 정보를 분류하고, 가치를 매겨주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정보가 올바른 가치를 창출해 내도록 물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역할은 현대사회에서 언론에 맡겨져 왔다. 언론에 높은 합리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한번도 실질적으로 수평적 권력배치, 즉 주권재민의 원칙이 확립된 시대를 살았던 적이 없다. 말로는 ‘보통사람의 시대’라면서 실제로 권력자들은 등뒤에서 보통사람들의 주머니만 털어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군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3공화국이 형성해 놓은 수구기득권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해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이후에 어쨌든 군부는 표면에서 사라졌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정경유착으로 끈끈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수구세력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무엇인가 정말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 교체된 듯한 표면적 구조 뒤에서 ‘부조리 공장’이 계속 돌아가도록 만드는 어떤 이면 구조가 있다.

이것은 대언론사들에 의하여 재생산되고 있다. 대언론사들이 수구기득권 세력에 유리하도록 말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개혁하려면 반드시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많은 피를 흘렸으면서도 제대로 민주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언론사들이 독재정권에 아부하면서 부와 권력을 누려왔다는 사실이다.

변치 않는 수구기득권 세력

근본적으로 한국 언론의 문제는 사주 중심의 소유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까지 이르러야 실질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사주가 편집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구조적인 장치를 마련해 국민의 진정한 의도가 반영되는 말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국 언론의 문제는 조선 동아 중앙의 ‘빅3사’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 아닌가? 어째서 반조선일보운동 진영은 조선일보만 문제삼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반조선일보운동 진영은 ‘조선일보만’ 문제삼는 것이 아니다. 반조선일보운동은 조선일보를 ‘특히’ 문제삼는 것이다. 전체적인 테두리에서 살펴보면 빅3 모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동아나 중앙은 ‘사상 검증’의 칼을 들고 자신들에 불리한 인사를 낙마시키는 몰상식한 짓거리는 하지 않는다. 조선일보의 매카시즘 사냥 때문에 우리 사회는 능력있는 인사들이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낙마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한완상, 김정남, 이장희, 최장집 등이 그 직접적인 희생자들이다.

또한 동아, 중앙 양사의 사설이나 중요 칼럼들을 살펴보면 그 논조가 조선일보처럼 수구 일색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혁적인 필진들이 집필하는 합리적인 글들도 찾아볼 수 있다. 양사는 중요 칼럼 지면을 외부의 개혁적인 인사들에게 많이 개방하고 있다. 반면에 조선일보의 중요 칼럼들은 거의 내부 필자들이 독점하고 있다. 개방되는 경우에도 철저하게 자기 입맛에 맞추어 글을 써줄 필자들에게만 개방한다.

반면에 문화면에는 아주 다양한 필자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조선일보와 정치적으로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좌파 지식인들과 좌파 문인들에게마저 큰 지면을 할애해준다. 그러나 ‘문화적 접근’에 한정된다. 정치에는 절대로 손대지 못하게 한다. 또한 그들에게 고정 칼럼을 맡기는 법도 좀처럼 없다. 고정 칼럼이 제공되는 경우는 정치적인 색채가 없는 지면들 뿐이다. 조선일보는 정치적으로는 자신들의 반대자들에게 절대로 지면을 제공하지 않는다. 실제적으로 한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치 논리이기 때문이다.

진지전과 기동전

반조선일보운동이 조선일보를 ‘특히’ 문제삼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신문이 동아, 중앙과는 달리 자신들이 기대고 있는 사회적 집단의 정치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기 위해 매우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동아, 중앙 양사는 대체적으로 보수적이거나 수구적인 논조를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역사를 치장하기 위해서 역사를 왜곡하는 만용까지 부리지는 않는다.

조선일보가 ‘민족정론 80년’이라는 구성물까지 시청앞에 설치하는 등 요란법석을 떨며 창간 80주년 잔치를 벌인 데 반해 동아일보는 같은 연조를 기념하는 행사를 조용히 치르는 겸양을 보이기도 했다. 5·18 항쟁 20주년 기념일에도 비록 짤막하기는 하지만, 사설에 “언론도 반성할 점이 있다”는 멘트를 내보냈다.

그 날짜에 조선일보가 어떻게 했는가를 살펴보면, 어째서 반조선일보운동 진영이 조선일보를 ‘특히’ 문제 삼는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신문들이 모두 기획기사를 내보낸 데 반해 조선일보는 기획은커녕 사설에서조차 단 한 줄도 5·18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 날 조선일보는 ‘美 맥아더 기념관서 찾은 6·25 미공개 사진’을 총천연색으로 실었으며, 기획기사 ‘그러나 역사의 증언은 끝나지 않았다’에서도 6·25 관련 흑백사진을 두 면 전면에 걸쳐 깔았다. 그 저의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조선일보는 6·29 항쟁의 실질적 근원인 5·18의 역사적 의미를 죽어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속마음을 보다 솔직하게 드러내는 ‘월간조선’은 5·18 항쟁을 아직까지도 ‘광주사태’라고 부른다. 조선일보는 민주적 정통성 자체를 부정하는 언론사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이 신문은 자신들이 숭앙하는 수구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자신들의 친일 경력을 깡그리 숨기는 것은 물론 이미 독재자로 판명난 이승만을 국부로 숭앙하고, 한국사회의 현 기득권 계층 형성의 근원인 박정희 통치를 미화하기 위하여 대대적인 상징조작을 감행하기도 한다.

상징조작을 보다 대대적으로, 보다 노골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은 ‘월간조선’이다. ‘월간조선’은 끈질기게 진지전을 수행한다. 그러다가 사회적 여건이 갖추어졌다 싶으면 월간조선을 통해 드러낸 자신들의 일방적 논리를 조선일보가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기동전에 들어간다. 조선일보는 이런 방식의 사상검증으로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을 제거해 왔다.

그런가 하면 자기들이 밀어주기로 결정한 정치가에게는 입속의 혀처럼 군다. 이건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전혀 아니다. 조선일보는 정말 입속의 혀 노릇을 한다. 최근에 조선일보는 이회창씨 입 속의 혀다. 조선일보 사설에 나왔던 정치 메뉴들이 다음날이면 이회창씨 입에서 한 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 조선일보는 이미 차기대통령 만들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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