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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테이너를 아십니까?

  •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매체경영학 yule21@empas.com

    입력2011-06-21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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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 영화배우 김여진, 가수 박혜경.

    이들은 연예인이면서 사회 이슈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김제동과 김여진은 서울 청계광장 일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 집회에 단골로 등장해 분위기를 달군다. 박혜경은 트럭 콘서트를 통해 모은 수입으로 어려운 사람 돕기에 나선다. 일부 미디어는 이들을 두고 ‘소셜테이너(socialtainer)’라고 한다.

    김제동 김여진 박혜경

    social과 entertainer의 합성어로 ‘사회참여 연예인’ 정도를 의미하는 이 말은 ‘정치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폴리테이너(politainer)’와 구분된다. 최근 소셜테이너는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활용하거나 직접 집회 현장에 나간다. 그 영향력은 폭발적일 수 있다. 실제로 집회 주최 측에서는 이들 연예인의 참여를 두고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다”고 감격스러워 한다.

    사실 소셜테이너는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영어다. 영어권 국가에서 ‘소셜 엔터테이너’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누가 ‘소셜테이너’라는 용어를 만들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2008년 5월경일 것이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을 무렵이다. 일부 연예인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때 몇몇 언론이 이들을 ‘소셜테이너’라고 불렀다.



    사회를 향해 발언하고 행동하는 연예인들의 계보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수 정태춘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범 후 전교조 지지 공연을 하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철의 노동자’와 같은 대표적인 운동권 노래는 안치환의 성대를 거쳐 세상에 나왔다. 그는 2003년 청와대 앞에서 이라크 파병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했다.

    김여진의 이름 앞에는 ‘개념 찬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김여진은 지난 1월초 엄동설한이던 날 밑반찬 싸들고 홍익대로 가서 본관에서 농성 중이던 이 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과 함께 밥을 지어 먹었다. 이와 함께 자신의 트위터로 청소 노동자들의 소식을 실어 날랐다. 메시지를 받은 지지자들은 농성 현장에 쌀과 반찬을 보냈다. 기금을 모아 청소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신문광고를 내기도 했다.

    SNS는 소셜테이너에게 요술 방망이와 같다. 트위터에 무엇을 하자고 쓰면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우리의 소셜테이너와 유사한 행동을 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말론 브랜도는 미국 정부의 인디언 차별에 항의하는 표시로 아카데미상 수상을 거부했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데드 맨 워킹’으로 유명한 배우 수전 서랜던은 미국 뉴욕, 워싱턴의 인권관련 시위에 자주 등장한다. 이라크전 참전 반대 시위도 누구보다 열심이다. 뉴욕타임스 1면에 수갑을 찬 채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이 실리기도 한다. 서랜던은 셀레브리티(유명인사)로서의 명성을 사회변혁 운동에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선동인가 개혁인가

    우리나라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사회참여행위 중 일부는 다소 대중 선동적으로 비치기도 했다. 정파적이라는 의심도 받았다. 때로는 일부 세력의 허위 주장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소셜테이너를 아십니까?
    연예인의 유명세와 그로 인한 경제적 수익은 좌와 우를 모두 포괄하는 범사회적 기반에 의해 생성되는 것임에도 일부 연예인은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책무에서 벗어나 이념대결 사안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소셜테이너의 사회참여활동은 적어도 신정환의 도박보다는 덜 부정적일 것이다. 순수함, 책임감, 균형감을 유지한다면 사회개혁 등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소셜테이너가 이념적 독단에 흐르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사회가 소셜테이너에게 근거 없이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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