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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욱의 대선 삼국지

홍준표의 ‘척당불기’(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얽매이지 않다)

권력의지는 크나 모래성을 쌓다

  • 김재욱|‘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저자 kajin322@hanmail.net

홍준표의 ‘척당불기’(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얽매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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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와 ‘막말 정치인’

강직하다고 해서 반드시 야당으로 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따라서 홍준표가 신한국당에 입당한 것을 두고 굳이 비난할 이유는 없다. 여당은 아무래도 자신의 소신을 상대적으로 좀 더 현실화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홍준표의 행적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앞서 밝힌 것처럼 홍준표는 1989년 ‘노량진수산시장 사건’과 1993년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하면서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 어렵다.

홍준표는 권력을 ‘잃은’ 전두환의 형 전기환을 수사했고, 김영삼 정권에 반기를 들었으나 역시 권력을 ‘잃은’ 박철언을 수사해서 ‘정치 보복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특히 슬롯머신 사건에는 박철언뿐 아니라 김영삼의 측근들도 연루돼 있었는데 이들은 쏙 빼고 박철언만 수사했다. 게다가 박철언은 현재까지 뇌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박철언은 무엇 때문에 벌을 받았을까. 측근들의 ‘증언’이 전부였다. ‘증거’ 없이 ‘증언’만으로 박철언은 벌을 받은 셈이다. 이를 두고 홍준표는 이렇게 말했다.

“뇌물 사건의 80%는 증거 없는 사건이다.”

엄정하게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는 검사가 ‘증거 없이도 잡아들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어찌되었건 남는 건 기록이다. 일개 검사가 권력의 몸통과 한 판 싸운 것만으로도 대중은 홍준표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홍준표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의 행적을 살펴보자. 홍준표는 정계 입문 첫해, 제15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운동원한테 2400만 원의 활동비를 주고 허위로 지출보고서를 꾸민 혐의로 기소된 후 당선 무효 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검사 시절의 ‘강직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한편 언제부터인가 대중은 홍준표에게 ‘저격수’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홍준표는 특정인을 향해 송곳 같은 말로 주목을 받았는데 대체로 보수 진영은 환호했지만 진보 진영은 ‘막말하는 정치인’이라며 폄하했다.

“김영삼 대통령 집 앞에는 주차할 곳도 없어요. 전직 대통령, 살고 계시는 현황을 한번 살펴보세요. 지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 지어서 살고 있는 사람이 없어요.”(이동형의 ‘와주테이의 박쥐들’)

홍준표의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몇 천억의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폭로했다가 거짓임이 들통나자 “야당의원이 그 정도 말도 못하냐?”고 한 말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회자된다. 정치적 라이벌에 대해 저런 정도의 말은 할 수 있다고 인정해주기로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상황은 용납하기 어렵다. 2012년 홍준표는 방송국에 출입하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하는 ‘경비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날 불러놓고 왜 기다리게 하느냐. 이런 데서 방송 안 하겠다.……넌 또 뭐야. 니들 면상을 보러 온 게 아니다. 너 까짓게.”(2012년 11월 15일 한겨레신문)

이 순간 자신의 아버지가 경비원이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일까. 2011년, 홍준표는 삼화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유입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 한 여기자가 홍준표에게 질문했더니 이런 반응이 돌아왔다.

“그걸 왜 물어봐? 너 진짜……너 맞는 수가 있다. 진짜 나한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야당이) 내 이름 거론했어? ……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2011년 7월 14일 프레시안)

이에 대해 ‘한나라당 측’이 사과를 했지만 도지사로서 도민들을 대하는 태도를 두고도 많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홍준표의 행적을 살피다 보니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동탁의 장수로 동탁이 여포의 손에 죽자, 용맹하지만 지략이 부족한 여포를 멀리 유인해 손쉽게 황제가 머물던 장안을 점령하고 권력을 차지한 이각(李傕·?~198)이다.


홍준표의 ‘척당불기’(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얽매이지 않다)

홍준표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가 된 뒤 당사 대표실에 검사 시절부터 즐겨 써온 ‘척당불기’(倜儻不羈·기개가 있고 뜻이 커서 남에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뜻)란 글씨를 걸었다. [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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