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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 행복했다. 심리학 공부하고 싶다”

  • 김성규│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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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 등 메달리스트말고도 또 다른 ‘영웅’을 탄생시켰다. 지난 10년 넘게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선수였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던 이규혁(32·서울시청) 선수다. 그가 또다시 메달을 따지 못하고 경기장 한쪽에 누워버렸을 때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무관의 영웅’ 이규혁 선수
그와의 인터뷰는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빙상 담당 기자를 할 때인 4년 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그를 처음 만났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였다. 첫인상은 ‘과연 운동선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체구가 작고 까무잡잡한 얼굴에 뻣뻣하고 경직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의 경기장에서 다시 그를 봤는데 장내 아나운서가 그의 출전 차례에 ‘이, 규, 혁!’하고 호명하자 경기장을 가득 채운 서양인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내 ‘이 정도로 유명한 선수였나’ 하고 놀란 기억이 있다.

빙상 담당 기자를 그만두면서 그 후론 이규혁을 보지 못했다. 4년의 세월이 지나 TV브라운관에서 그를 다시 봤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메달은 또 따지 못했고 경기장 한쪽에 누워버린 이규혁, 눈물을 글썽이며 기자회견을 하는 이규혁이었다.

올림픽도 끝나 국내로 돌아온 그에게 빙상경기연맹을 통해 얻은 연락처로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인터뷰를 포기할 때쯤 전화가 왔다. 최근에 휴대전화를 바꿔 옛날 번호의 휴대전화는 거의 사용을 안 한다고 했다. 목소리는 밝았다. 꽉 짜인 스케줄을 겨우 조정해 약속을 잡았다. 3월9일 낮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마침내 그를 만났다. 가죽 재킷 차림에 여전히 까무잡잡한 얼굴.

▼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도 못 땄는데 관심은 꽤 많이 받았죠.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제가 너무 슬퍼 보여 그런 게 아닐까요(웃음). 시합 끝나고는 정말 힘들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죠. 인터뷰도 싫었고 숨고만 싶었어요. 이번에는 정말 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국내에서도, 외국에서도 저의 우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고요. 준비하는 과정도 딱딱 잘 진행됐죠. 그런데 한순간에 무너지니까 오만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더라고요. 올림픽을 실패로 끝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런데 (기자회견을) 한 번은 해야 한다고 해서 끌려가다시피 그 자리에 갔어요. ‘그래 이왕 할 거면 당당하게, 쿨하고 깔끔하게 얘기하고 내려오자’ 마음을 다잡고 갔는데 그게 안 되더라고요. 남자가 눈물 흘리는 게 뭐 좋은 일이에요. 실패한 선수로서 바람은 그냥 모른 척해줬으면 하는 건데…. 어쨌든 그 자리에서 말씀드린 게 다 제 속마음이었어요. 당시 순간에 떠오른 많은 생각, 실패에 대한 생각 그런 부분을 다 진심으로 얘기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들어주신 것 같아요. 약간의 가식이나 연출이 있었다면 그렇게까지 위로를 안 해주셨을 거예요.”

올림픽, 꿈이자 목표였다

▼ 다르게 보면 빙상 선수로 올림픽 빼곤 이룰 건 다 이뤘잖아요.

“올림픽이 저한테는 꿈이고 목표였으니까요. 다 이룬 거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하나도 이루지 못한 느낌이에요.”

▼ 올림픽은 선수들에게 어느 정도의 대회인가요.

“최종 목표죠.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땄다는 것은 운동선수로선 좀 부족한 이미지를 주죠. 이번엔 어린 선수들이 메달을 땄잖아요. 그 선수들은 그 메달 하나로 앞으로 세계선수권 같은 대회에서, 물론 좋은 성적을 내겠지만, 성적 못 내도 영원히 올림픽 메달리스트로 남잖아요. 저 같은 경우엔 억울하죠. 20년 동안 해서 얻은 명성보다 단 한 번의 올림픽 메달로 얻는 명성이 더 클 수 있으니까요.”

▼ 메달로 얻는 명성도 중요하겠지만 기록을 앞당기거나 선수로서 보람을 얻는 다른 부분도 있지 않나요.

“그렇죠. 저희는 기록경기니까. 기록을 단축해 대회에 우승하고 또 기록을 앞당기고…. 물론 그런 것으로 얻는 성취감도 있어요. 하지만 다들 그것이 올림픽을 위한 전초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 더 힘들 수도 있어요. 운이나 상황이 아니라 정말 기량이 뛰어나야 우승할 수 있는 대회죠. 하지만 세계선수권 몇 번 우승해도 올림픽 메달이 없다는 평가를 받잖아요. 물론 이번엔 많은 분이 응원해주셨고 제가 메달을 못 땄는데도 지금 같은 대접을 해주시니까 좀 생각이 바뀌기는 하지만요. 그래도 평생을 봤을 때 운동선수로서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딴 건 정말 큰 타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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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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