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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소설가

미래적 섹스 이론 정립하고 싶다

마광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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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수 소설가

마광수
●1951년 서울 출생
●대광고, 연세대 국문학과 박사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윤동주 연구’ 등

내가 죽기 전에 먼저 꼭 해보고 싶은 것은 ‘진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사랑을 여러 번 해보긴 했다. 그러나 그 사랑들은 진짜로 ‘겉과 속이 다 야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 아니었다. 배가 고픈 김에, 하는 수 없이 ‘겉만 야한 여자’거나 ‘속만 야한 여자’와 나눈 사랑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죽기 전에 ‘겉과 속이 다 야한 여자’랑 사랑을 깊이 나눠보고 싶다. 배가 고프든 그렇지 않든, 내가 푹 빠져들어 얼이 쏙 빠진 상태로 나누는 사랑이 그것이다.

물론 그 사랑이 ‘짝사랑’이어서는 안 된다. 상사상애(相思相愛)하는 사랑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느덧 내 나이 60. 아무래도 그건 ‘짝사랑’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 머리가 다 빠지고 허옇게 센 늙은이를 사랑해줄 젊고 야한 여자가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나는 지금 정말로 슬프다.

내가 연애하고 싶은 여자를 가리키며 ‘젊은’이라는 말을 집어넣었다고 나를 염치없는 놈이라고 욕해선 안 된다. 시인 괴테도 70대 나이에 10대 후반의 소녀를 사랑했고, 화가 피카소 역시 그랬다. 이건 병적(病的)인 ‘롤리타 콤플렉스’도 아니고 그저 그런 당연한 욕구다. 세상에 젊은 여자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건 여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늙은 여자들도 젊고 예쁜 미소년을 좋아한다.

사실 나는 2005년 이후에만도 20대 여인 두 명이랑 사랑을 나누었다. 두 명 다 ‘속만 야한 여자’들이었다. 그래서 한 명은 내 쪽에서 사랑 나누기를 그만두자고 했고, 한 명은 그쪽에서 이별을 통고해왔다.

나는 문학사상 쪽으로도 ‘탐미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에 ‘겉이 야한 여자’에게 마음이 더 쏠린다. 이를테면 화려하고 화장 짙게 하고 섹시하게 생긴 여자들이다. 그런데 사실 그런 여자들은 주변에 남자들이 쌓이고 쌓인 상태다. 그러니 나 같은 늙은이를 좋아할 리 없다.

나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의 현실상, 남자가 나이를 먹은 후에 젊은 여자와 사랑을 나누려면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능력’이란 곧 ‘금력(金力)’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돈이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니 나 같은 월급쟁이 선생한테 ‘겉이 야한 여자’ 차례가 돌아올 리 없다.

특히 한국처럼 남녀 간에 연애를 함에 있어 나이를 따지는 사회에서는 자연히 ‘남자는 능력, 여자는 색력(色力)’의 공식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겉도 야하고 속도 야한 여자’와의 연애를 바라는 나의 소망은 죽을 때까지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만 부연 설명을 해두겠다. ‘속이 야한 여자’란 명기(名器)를 가진 색녀(色女)인 ‘옹녀’같은 여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나이가 50이 넘은 이후에도 ‘비아그라’ 같은 약을 먹고 섹스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내가 정력이 센 것도 아니다.

나는 소싯적부터 ‘생식적(生殖的) 섹스’를 혐오해왔다. 그보다는 ‘비생식적(非生殖的) 성희(性戱)’를 더 좋아한다. 다시 말해서 ‘놀이로서의 섹스’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내게 있어 ‘속이 야한 여자’란 유희적 성희를 성교보다 더 좋아하는 여자를 말한다. 또한 남자를 그저 ‘오르가슴 제공자’로만 보지 않고 다정한 ‘성희 파트너’로 보아주는 여자를 가리킨다.

그 다음으로 내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은, 한국을 ‘성적(性的) 표현의 자유’가 이루어지는 문화적 선진국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헌법에 분명 ‘표현의 자유’가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성(性)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부정되고 있다. 아니, 부정되는 정도가 아니라 매도되고 처벌받는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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