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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스토리 ⑨

“공무원은 듣고(Listening), 배우고(Learning), 반응(Responding)해야”

집무실에 CCTV 단 진익철 서울 서초구청장

  • 배수강 기자│bsk@donga.com

“공무원은 듣고(Listening), 배우고(Learning), 반응(Responding)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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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계층제 없앤 ‘파격’ 현안회의

“공무원은 듣고(Listening), 배우고(Learning), 반응(Responding)해야”

자신의 집무실에 설치된 CCTV를 가리키는 진익철 구청장.

▼ 스피드 행정인가요?

“스피드? 그렇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창의력과 스피드 넘치는 기업문화를 강조하잖아요? 행정도 마찬가지예요.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어야죠. 공무원이 아닌 주민중심의 발상 전환. 이 때문에 사실 처음 6개월간 구청장으로서 상당히 절망했습니다.”

▼ 절망까지….

“주민을 위한 아이디어 내라고 하면 (직원은) 머리 아파 하고(웃음), 현장에 나가 확인하는 것도 기피하고, 심하게는 허위·축소 보고하는 직원도 있었죠. 그래서 간부 60여 명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했고, 아이패드도 구입했어요. 주민들과 빠르게 소통하려면 간부들이 변한 세상에 적응해야 하잖아요? 1년 지났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주민과 소통하려고 현장에 달려갑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주민과의 소통을 ‘입에 달았다.’ 그만큼 구정 철학 핵심도 ‘소통’과 ‘반응(피드백)’이었다. 취임하자마자 구청 대문과 담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고 벤치를 설치한 것도 그렇다. 구청장실 옆 국장실을 옮기고 그 자리에 신문고(申聞鼓)인 ‘직소민원실’을 만든 것도 그 연장선상이었다. 그래서일까.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한국인터넷커뮤니케이션협회(KICOA) 선정 ‘2010년 대한민국 인터넷 소통대상’에서 지자체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의 구정 철학은 다소 파격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가 도입한 ‘현안회의’가 그렇다.

보통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면 담당자→팀장→과장→국장→부구청장→구청장까지 6단계를 거치기 마련. 그만큼 ‘피드백’은 늦다. 기자 역시 A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을 때 ‘팀장 결재가 안 나서’ ‘국장이 휴가 중이어서’ ‘문서가 넘어오지 않아서’ 같은 대답에 ‘뒷목이 뻣뻣해진’ 경험을 했다. 진 구청장은 이 과정을 없앴다. 관내 주요 민원이 제기되면 부구청장을 비롯한 관련 부서 직원들과 구청장이 직접 머리를 맞대 ‘현안회의’를 연다. 회의 주제가 도서관 건립이면 문화행정과와 재무과, 토목과 등 관련 부서 직원들이 한자리에서 논의하고 구청장이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일종의 ‘원스톱 행정’인 셈인데, 그만큼 피드백도 빠르다.

▼ 관료 계층제를 없애고 청장이 현안회의를 여는 것은 파격적이라 할 만한데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행정의 중심은 공무원이 아닌 주민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관료 계층제 폐해는 완벽하게 깨부숴야 해요.”

2010년 대한민국 소통대상 지자체로 선정돼

그가 잠시 물을 마시는 사이 배석한 하익봉 행정지원국장은 “‘현안회의’를 통해 지금까지 320여 건의 민원을 심의,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소 미심쩍다는 기자의 표정을 읽었는지, 직원이 ‘현안회의 개최현황 자료’를 건넸다. 지난해 7월23일부터 올해 6월7일까지 개최된 현안회의는 모두 318건. 통학로 개선 추진계획, 잠원동 경로당 건립 민원 검토, 서초노인전문요양센터 준공지연 대책검토 등 내용도 다양했다.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진 구청장의 손이 올라갔다.

“관내 한 대학이 대학 부지 내 절개지에 있던 (손을 올린 것은 아름드리나무를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나무를 모두 베어냈어요. 구청에서 집중 호우에 대비해 절개지 관리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냈더니 나무를 다 베어낸 거죠. 그러니 인근 아파트 주민 수십 명이 주민과 협의 없이 과도하게 벌목했다고 구청장을 호출하더군요. 가서 얘기를 듣고 보니 주민들 얘기도 맞아요. 갑자기 동네 나무가 다 없어졌으니 얼마나 황량하겠어요.”

▼ 그래서요?

“총장을 설득해 다시 나무를 심게 했어요. 대학도 인근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했고, 구청도 관례처럼 공문을 보낼 게 아니었어요. 현장에 가보고 정확한 의견을 담은 공문을 보냈어야지….”

▼ 구청장께 전화하면 일이 풀리는군요.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모든 행정은 법을 근거로 이뤄지고, 구청장 권한을 넘어설 수도 없어요. 그래서 ‘예스’와 ‘노’를 분명히 합니다. ‘노’라고 하더라도 주민들 얘기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합니다.”

▼ 구청 홈페이지에 ‘구청장에게 바란다’ 코너가 있던데요?(기자의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직원에게 구청 홈페이지를 연결해보라고 했다)

“(홈페이지를) 보세요. 하루 20건가량 올라옵니다. 아침에 제가 가장 먼저 열어보고 답을 해줍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답하고, 전문적인 부분은 담당자와 과장과 상의하라고 합니다. 과장급은 휴대전화 번호까지 알려줍니다. 물론 구청 직원이 전화를 하죠. 보시다시피 구청 담당자가 언제 민원인과 통화했고 어떤 처분을 했는지 올라오잖아요? 민원이 해결되면 제가 직접 전화를 해 만족도를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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