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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화제의 다큐 ‘남극의 눈물’ 김진만 PD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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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BBC 다큐 카피? 돈 없어서 못해”
  • ● 문밖으로 나갈 때마다 옷을 24장씩 껴입어
  • ● “추위와 블리자드보다 더한 고통은 고립감이었다”
  • ● “황제펭귄 새끼 보며 아이 갖고 싶었다”
  • ●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다큐영화 만드는 게 꿈”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만들어 우리 정서와 통했어요”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아마존의 눈물’의 김진만(41) PD가 2년 만에 야심작을 내놨다. MBC가 2008년부터 매년 방영한 ‘지구의 눈물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남극의 눈물’이 그것이다. 김 PD는 지난해 300여 일 동안 남극 대륙 호주기지에 머물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황제펭귄의 삶을 영상에 담는 데 성공했다. 일본 NHK가 먼저 황제펭귄 다큐를 방영한 바 있지만 이는 NHK에서 돈과 장비를 지원해 BBC가 촬영한 것이었다.

남극에서 돌아오자마자 곧장 방송 준비를 시작한 탓일까. 1월 9일 오후 MBC 여의도방송국 영상편집실에서 만난 김 PD는 어깻죽지까지 자란 머리를 이발도 못한 채 편집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극 영상은 60분짜리 테이프 1500개 분량이다. 전체를 한 번 보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책상 위에 널브러진 방송자료들과 남극 영상이 저장된 두 대의 모니터, 어떤 거추장스러움도 용납할 것 같지 않은 차림새가 급박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허락한 방문이었지만 긴장이 감도는 일터의 정적을 깨자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촌각을 다툴 그의 상황을 고려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황제펭귄 촬영 원래 포기했었다”

▼ ‘눈물 시리즈’ 중 두 작품을 만들어 감회가 남다르겠네요.

“아마 이 시리즈에 가장 애착이 있을 거예요. 사실 남극 특집을 2008년부터 먼저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마존’을 할 사람이 없다고 해서 엉겁결에 맡았어요. 팀장이 아마존 안 하면 ‘남극’도 시켜주지 않겠다고 했거든요(웃음). ‘아마존의 눈물’은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BBC 같은 큰 방송사는 굉장히 객관적으로 접근하지만 우리는 휴먼다큐 찍듯이 원주민 가족 간의 대화를 들어보려고 통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낮에 촬영하고 밤에는 3단계로 번역하느라 고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것 같아요.”

그는 아마존에서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영상으로 포착하며 많은 사람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었다. 그 꿈은 곧 이뤄졌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25%가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남녀노소,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난 것이다. 지난 12월 23일 프롤로그 ‘세상 끝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1월 말까지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남극의 눈물’도 10%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1월 6일 잃어버린 알을 찾다가 비슷하게 생긴 얼음덩어리를 품는 황제펭귄 아비의 부정(父情)을 보여준 1부는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이날 수도권 시청률은 14%를 넘겼다. 김 PD는 “다규멘터리도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기쁘다”면서 “가족들이 환경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자체가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이 모여 황제펭귄을 보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좋은 시간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어요. 사실 BBC나 NHK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너무 깔끔하게 잘 만들어서 부럽기도 하지만 차가운 느낌이 있는데 눈물 시리즈는 그와 다른 따스함이 있죠. 그렇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만들어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눈물 시리즈가 BBC ‘살아있는 지구’를 카피했다고 보는 트위터리안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소재는 비슷할 수 있죠.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나 이미 저희가 간 곳들을 수없이 다녀왔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 다큐를 찍더라도 어떤 눈높이로 보는지, 어떤 시각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요. 다큐라는 게 사실의 기록이지만 만드는 사람의 시선이 안 들어갈 수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과 다를 게 없죠. 저희는 관찰자의 시선으로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사실을 기록했기 때문에 BBC와는 색깔이 달라요. 소재를 따라 했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죠. 소재는 한정적이니까요.”

▼ 어떤 색깔이 난다는 건가요.

“한국적인 색깔이죠. 한국 사람이 만든 거니까요. BBC나 NHK가 만든 화면은 우리가 엄두를 못 내는 엄청난 비용과 노하우로 만든 실로 대단한 그림들이에요. 그런데도 시청자가 우리 그림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 정서와 통해서죠. 한국 사람이 좋아하는 이야기거든요. 눈물 시리즈에선 이야기가 되게 중요한 모티프예요.”

이야기를 만들려다 보니 주인공이 필요했다. 북극에는 북극곰과 그곳 원주민인 이뉴잇족이, 아마존에는 부족민이, 아프리카엔 부족민과 코끼리가 있었다. 사람은 이야기를 만들기에 좋은 주인공이다. 어떤 식으로든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극은 원주민이 살지 않는 유일한 대륙이어서 제작진을 고민에 빠뜨렸다. 김 PD는 결국 펭귄과 해표를 주인공으로 내정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관심 밖이었던 황제펭귄이 주연 자리를 꿰찬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었다.

“황제펭귄을 찍으려면 돈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고 저희 노하우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진흥원에서 기대 이상으로 많은 제작비를 대주셨어요. 모두 25억 원 정도가 들었는데 그중 18억 원을 방통위에서 지원해줬어요. 돈이 있으니까 우리도 한번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더라고요. 그 무렵 우리 팀에 온 김재영 PD가 ‘황제를 찍자’고 제안했어요. 여건이 안 돼 포기하려고 했는데 그 말이 맞잖아요. 대륙의 주인공은 황제펭귄인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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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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