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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마니아들의 18홀 편력기

마음을 다스리는 자, 천하를 얻으리니

  • 글: 정청희 서울대 교수 · 골프심리학

마음을 다스리는 자, 천하를 얻으리니

마음을 다스리는 자, 천하를 얻으리니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오른쪽)와 타이거 우즈는 모두 심리기술훈련의 수혜자들이다.

골프의 사전적 정의는 ‘공을 채로 쳐서 지정된 거리에 있는 직경 108㎜의 구멍에 넣어 그 타수를 겨루는 경기’쯤 될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필자에게 골프가 어떤 운동인지 설명해달라고 한다면 내 대답은 이거다.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제일 재미있는 운동.’

다 아는 얘기지만 한번 골프에 심취하면 좀체 헤어나기 어렵다. 1986년, 40대 중반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골프를 처음 접한 나는 심지어 전공영역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한참 바쁠 때 골프의 맛을 알게 된 것이 애석할 따름이었다. 당시 공직(서울사대 부학장)을 맡고 있는 몸이다 보니 평일에 근무지를 이탈할 수도 없는 노릇이요, 일과 후에는 쌓여 있는 일 때문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묘안이 점심시간 연습. 12시 정각에 차를 몰고 나가 5분이면 도착하는 연습장에서 먼저 중국집에 자장면을 주문해놓고 연습을 시작한다. 25분 후에 음식이 배달되면 3분 만에 먹어치우고 다시 연습을 시작, 12시 55분에 직장으로 출발하기까지 정확히 47분을 연습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점심약속을 잡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눈물겨운 열정이다.

“첫 해에 싱글 핸디캡을 기록하지 못하면 평생 어렵다”는 친구의 조언에 따라 싱글 핸디캡 수준에 이르는 것이 당시 목표였다. 다른 교수들은 “초보자가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린다”거나 “골프를 무시하다 큰일난다”고 비아냥거렸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이듬해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교환교수로 파견되면서 나의 골프인생은 본격화되었다. 서점에서 골프입문서를 사다가 몇 번이고 숙독하고는, 운동학습이론에 따라 수없이 많은 반복연습을 했다. 회비 270달러만 내면 1년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대학 구내 골프장에서 ‘주연야독(晝演夜讀)’하기를 3개월, 스코어는 어느새 80대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좋은 컨디션으로 나선 경기라도 어느 홀에서 트리플을 하면 그 날은 싱글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같은 현상이 5개월 동안 계속된 어느날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골프는 신체적인 연습만으로는 결코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정확한 스윙을 익혔다면 언제든 일관성 있게 스윙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수시로 흔들리는 걸까. 답은 ‘마음의 안정’에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 안정!’ 되뇌어봤자 소용이 없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 그린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날로 골프에 적합한 심리기술훈련개발이 나의 새 연구과제가 되었다.

이때부터 저녁시간에는 무조건 골프심리학 책만 읽었다. 관련 해외서적 20여 권을 독파하자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는 여러 권의 책 저술로 이어졌고, KPGA와 KLPGA 등에서 골프심리학 특강을 하는 기회도 갖게 되었다. 한마디로 ‘골프심리학자’가 된 셈이다.

20세기의 골프황제는 잭 니클라우스이고 21세기의 골프황제는 타이거 우즈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물론 훌륭한 골프기술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또한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심리기술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골프경기의 승패는 90% 이상이 심리적 요인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우선 잭 니클라우스는 어떠한 경우라도 샷을 하기 전에 이상적인 스윙의 이미지를 머리에 그리는 것을 습관으로 삼았고 그것이 자신의 골프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타이거 우즈는 한술 더 뜬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로부터 심리기술훈련을 받았다는 그는 현재 전속 멘탈 트레이너를 고용해 연습할 때는 물론이요 경기중에도 라운드 사이마다 지도를 받는다.

최근 미국 프로골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한국 선수들도 심리기술훈련을 통해 도움을 얻을 여지가 많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심리기술훈련을 정식으로 받지 않은 프로선수나 주말 골퍼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리기술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박세리 선수를 훈련시켰던 부친의 교육 방법 중 몇 가지는 조금만 가다듬으면 좋은 심리기술훈련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작년 1년간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 체류하면서 많은 골프지도자들이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선수들에게 심리기술훈련을 적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습장에서 골프채만 휘두른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니다. 골프가 멘탈 게임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좋은 골프를 위해서 마음도 훈련시킬 필요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마음을 놓치는 자는 결코 천하를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다.

신동아 2003년 12월 호

글: 정청희 서울대 교수 · 골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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