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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카운트다운! ‘화폐혁명’

리디노미네이션 ‘일단 잠수’ 배경은?

박승의 ‘오버’, 이헌재의 무기력증, 초선의원 아마추어리즘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리디노미네이션 ‘일단 잠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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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 ‘시행 효과가 비용의 3배 이상’ 분석 끝내
  • ●이헌재 부총리가 8일 만에 입장 선회한 까닭
  • ●한은은 왜 보고서에서 ‘개혁’자를 떼어냈나
  • ●부총리 바뀌기 전엔 당분간 재론 힘들 듯
리디노미네이션 ‘일단 잠수’ 배경은?

리디노미네이션 문제를 처음 제기한 박승 총재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화폐단위 변경)에 관한 비용-편익 분석을 모두 마치고 원화에 대한 평가절하를 통해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발생할 총편익이 투입비용의 3배가 넘는 8조6000억원이라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년간의 검토작업을 거쳐 추정한 화폐단위 변경에 따른 항목별 비용-편익 분석 내용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에 대한 찬반논란이 거듭되자 국정감사 자료에서조차 리디노미네이션의 효과를 포함한 비용-편익 검토 내용의 공개를 거부해왔다.

‘신동아’가 입수한 한국은행 자료(2004년 9월)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원화를 1000 대 1의 비율로 절하해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경우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자기앞수표 발행과 관리비용을 줄임으로써 10년간 6조원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장부 기장 작업이 간편해짐으로써 발생하는 이익도 10년간 2조6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행은 이 보고서에서 리디노미네이션 비용은 모두 2조67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전산 시스템 수정 작업에 가장 많은 1조3500억원이 소요되고 새로운 화폐 제조에만 8200억원, 현금입출금기와 자동판매기 등을 전면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4400억원, 그리고 채권과 주식 등 유가증권과 각종 계약서와 관련서류의 액면을 재인쇄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을 포함한 기타비용이 600억원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을 모두 합쳐 2조6700억원의 비용이 들더라도 앞으로 10년간 8조6000억원이 절감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이는 충분히 수지가 맞는 일이므로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또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할 경우 현금입출금기를 전면 교체하고 전산시스템을 수정하는 과정에 1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실시 시기와 관련해서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함으로써 사실상 조기 실시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포함해 고액권 발행, 화폐 품질개선 등 화폐제도 개선을 위한 3대 조치를 참여정부의 주요 과제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분석은 박승 총재가 국정감사 답변을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며 한은은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밝힌 것과는 달리 한은의 속내를 비교적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리디노미네이션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경우 한국은행이 추정한 비용-효과 분석을 놓고 치열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당장 리디노미네이션에 반대하는 일부 야당의원들만 해도 시중은행에서 주장하는 수표 관리 비용은 4000억여 원에 불과한데도 한국은행이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수표관리 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2년 시중은행들이 한은에 국고수납 수수료를 요구할 때 은행들의 인건비 과다 계상을 비판하던 한은이 이제 와서 수표 관리 비용을 계산하면서 은행들이 주장한 인건비를 그대로 인용해 결과적으로 비용을 부풀렸다는 이야기다.

한은 비용 분석 놓고 논란 일 듯

자기앞수표 사용량이 2002년 이후 크게 줄어드는 점도 논란거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통계를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 한은에서 교환된 10만원권 수표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9%, 100만원권 수표는 15.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앞 수표 유통물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화폐단위 변경과 고액권 발행으로 인한 비용 절감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한은은 2002년 당시 시중은행에 대한 수표 유통물량 조사 결과만을 바탕으로 수표 발행 유통관리비용이 60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은이 공식 문서를 통해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도 한은은 이 문제를 중요 보고사항의 하나로 언급했는데, 이때 총 18쪽에 이르는 업무보고 내용에서 3쪽을 화폐단위 변경에 할애할 정도였다.

당시 인수위에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화폐단위 변경은 선진경제 진입을 앞두고 언젠가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못박고 ‘향후 수년간 물가와 국제수지가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화폐단위 변경 추진에 필요한 경제여건을 구비하고 있다’고 밝혀 참여정부 5년 동안 화폐제도 변경 작업을 추진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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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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