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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⑬

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현실 속이는 판타지’ 좌시 않는 미모의 저격수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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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만큼 이념대립이 심한 나라도 드물다. 그러나 인신공격과 막말로 얼룩진 싸움이 이념논쟁의 전형은 아니다. 미국 내 이념논쟁은 지극히 개인적인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미국 보수층의 ‘디바’로 불리며 말과 글을 통해 진보세력을 조목조목 신랄하게 비판해온 앤 코울터의 시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대표 보수논객 앤 코울터

미국 언론과 문화계의 진보 성향을 비판한 책.

좀잠잠해지는가 싶던 우리 사회의 이념논쟁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다시 사회를 달구고 있다. 갈등과 분열의 도가 심한 만큼 통합을 갈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계해야 할 점은 ‘싸움’ 자체에 대한 환멸이 ‘사실과 논리’에 대한 환멸로 번지는 것이다.

현대사회의 이념전쟁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회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물질적 풍요를 어느 정도 이룬 나라들은 ‘거리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머릿속에서의 싸움’(복거일)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념논쟁이 우리 못지않게 치열한 곳이 바로 미국이다. 그 과정에서 몇몇 스타 논객도 떠올랐다. 오늘은 그중 한 사람인 앤 코울터를 소개하려고 한다.

앤 코울터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미국 보수계의 대표 논객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다. 1961년생이니 올해 만 48세다.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도 맨해튼에서 살고 있는 독신여성이다. 저술과 강연으로 돈을 많이 벌어 맨해튼 고급 아파트와 플로리다 별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금발의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늘씬한 몸매에 한쪽 어깨를 드러낸 검은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타임’이 선정한 100인에 뽑혀 행사장에 나왔을 때 그녀를 지지하는 미국 보수층은 환호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보수의 디바(Conservative Diva)’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음을 확인시켜줬다.(‘보수의 디바’는 ‘타임’이 2005년 4월25일자 미국판 커버스토리에 앤 코울터를 등장시키면서 붙인 제목이다.)

그녀는 본래 변호사였다. 코넬대와 미시간대 로스쿨을 나와 연방항소법원 판사 서기로 일하다 보수 성향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다. 1994년 폴라 존스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상대로 성희롱 손해배상소송을 내자 존스 측 변호사를 도와 일한 것을 계기로 정치와 연(緣)을 맺는다. 1995년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자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일하게 된다.(폴라 존스 사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이던 1991년에 폴라 존스란 여인한테서 고소를 당했다. 클린턴 주지사가 호텔로 자신을 끌어들인 뒤 오럴섹스를 요구하는 등 성적으로 희롱했다는 것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는 클린턴의 바람기가 공개되는가 싶어 존스의 주장에 솔깃한 사람이 많았지만, 나중에 존스가 사건을 미끼 삼아 누드잡지에 등장해 출연료를 챙기는 등 도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진실성이 떨어진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폴라 존스는 1998년 클린턴 측으로부터 85만달러의 위자료를 받고 소송을 취하했다.)

‘독설의 디바’

앤 코울터가 정작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MSNBC라는 케이블 채널이 새 뉴스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정치평론가로 그녀를 발탁하면서부터다. 지성미와 섹시미를 갖췄다는 평가를 들은 그녀는 특유의 냉소적이고 신랄한 말투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던 그녀가 ‘보수의 디바’로 우뚝 서게 된 것은 펴낸 책들이 잇따라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면서부터다.

1998년에 펴낸 첫 책이 ‘극악무도한 범죄와 경범죄: 빌 클린턴을 소추한다(High Crimes and Misdemeanors: The Case against Bill Clinton)’이다. 이 책에서 그녀는 1997년 르윈스키 스캔들을 일으킨 클린턴이 탄핵을 당하기에 충분한 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7주 연속‘뉴욕타임스’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4년 뒤 2002년에는 ‘중상모략(Slander·국내 번역)’이란 책을 냈는데 역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8주간이나 지킨다. 그러나 정작 ‘뉴욕타임스’는 서평을 싣지 않았다. 저자가 ‘뉴욕타임스’를 향해 “위선과 편견으로 가득하다”고 ‘씹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미국의 정계와 언론계, 문화계가 ‘진보를 우대하는’ 진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서 각종 매체가 얼마나 어떻게 진실을 왜곡하고 경시하는지를 정밀한 논리와 팩트(fact)로 설파했다.

“진보주의자들은 스스로가 옳다고 병적으로 믿고 있다. 여기에 광적인 증오심까지 갖고 있다. 당신들이 진보주의자들을 빨갛게 달구어진 꼬챙이로 찔러도 그들은 당신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그들이란 미합중국의 상원의원이며 ‘뉴욕타임스’의 편집인이고 뉴스 앵커이며 TV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완전히 고삐가 풀려있다.” 짧은 인용에서 느껴지듯 그녀의 말투는 지극히 공격적이며 신랄하다. 한마디로 ‘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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