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호

4·13총선, ‘미니 신당’ 바람 불 것인가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입력2006-12-18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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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3총선에 ‘벤처기업형 신생정당’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3김식 정치의 유산으로 평가되는 기존의 정치구도 변화여부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역구후보와 별도로 지지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1인2투표제가 실시됨에 따라 기성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무당파층을 겨냥한 신생정당들이 속속 깃발을 들고 나서 총선판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오는 4월 총선에 후보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 10여개의 군소정당 가운데 원내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는 신생정당은 대체로 서너개 정도다.

    김용환(金龍煥) 의원과 허화평(許和平) 전의원이 함께 추진중인 ‘희망의 한국신당(가칭)’, 홍사덕(洪思德) 의원과 장기표(張琪杓)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의 ‘개혁신당(가칭)’, 권영길(權永吉) 전 민주노총위원장 등이 주축이 되어 창당중인 민주노동당, 그리고 박계동전의원과 김도현(金道鉉) 전 문화체육부 차관 등을 주축으로 한 ‘한국의 선택 21’, 정호용(鄭鎬溶) 전의원 등 대구·경북 출신 인사들 사이에 논의중인 ‘TK신당’ 등이 그런 예다. 이들은 저마다 색깔과 기반에서 차이는 있지만 ‘1인 보스정치 종식’(한국신당), ‘지역정당구도 해소‘(개혁신당), ‘보수·금권정치 타파’(민주노동당) 등을 표방, 3김식 정치의 낡은 틀에 식상한 대중정서를 겨냥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의 한국신당’과 ‘TK신당’

    2월11일 창당하는 ‘희망의 한국신당’은 보수와 진보를 포괄하는 우파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고 있으나 신생정당 가운데 가장 짙은 보수색채를 띠고 있다. 그러나 운영은 ‘1인보스 붕당정치 타파’ 라는 구호에 걸맞게 집단지도체제로 이루어지며 공정한 경쟁의 원칙에 따라 지도부의 대표격인 의장도 윤번제로 돌아가며 맡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사에 대표실도 두지 않고 있다. 또한 미국식 모델을 원용, 중앙당 조직을 극소화해 평소에는 국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에 주력하다가 선거때만 중앙당을 집중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총선에 모든 지구당에서 후보를 내고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다는 목표 아래 조직책 선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창당의 주도적 역할을 해본 프로들이 만든 ‘프로정당’이라는 점을 여타 신생정당과의 차별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충청권의 새로운 대표주자를 노리는 김용환 의원이 자민련 관계자 또는 충청·수도권과 경제계·법조계 인사 영입을 맡고, 5공초 개혁프로그램을 주도하면서 장영자사건을 계기로 대통령 친인척 정리를 주장하다 정무수석직에서 경질된 허화평 전 의원이 영남권과 군 엘리트 출신을 맡았다. 선명한 보수우익 정당을 선호하는 허 전의원은 이미 최평욱(崔枰旭) 전 철도청장 등 예비역 장성 4명의 영입을 성사시켰고 정호용·이치호(李致浩) 전의원 등 영남권 세력의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국신당의 기반확장에 일차적 변수는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민련 일부 의원들의 합류여부이지만, 기성정당에서 공천탈락한 인사들이 ‘대안’을 찾아 몰려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신당내에서는 3김식 정치 청산에 실질적 힘을 모으기 위해 홍사덕 의원 등의 ‘개혁신당’과 연대를 모색하자는 주장도 있다. 충청과 대구·경북을 근거지로 하게 될 한국신당이 수도권에서 인기가 높은 개혁신당과 연대할 경우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김용환 의원 등은 실제 지난 연말부터 홍사덕 의원과 몇차례 만나 연대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한국신당의 주요 참여인사 가운데 정치권 인사로는 김의원(보령)과 허 전의원(포항북)을 비롯, 오용운의원(청주 흥덕), 송업교의원(전국구), 김길홍(안동갑)·김동권전의원(경북 의성), 안성렬 전 자민련 대변인, 김창영 전 자민련 부대변인(현 창준위 대변인, 대전 서을), 장일 전 자민련 도봉을지구당위원장, 추재엽 전 자민련 정세분석실장(서울 양천을), 전만수 전 자민련 충남사무처장(청양·홍성), 김종현 보령시의회 의장 등이 있다. 군 및 관료 출신으로는 이택형 전 육군중장, 강명오 장석규 최기홍 전관 전 육군소장, 김택수 전 자민련 중앙위 국방위원장(예비역 소장), 최평욱 전 철도청장(남해·하동) 등이 있다. 학계 언론계 법조계 등 전문가군에서는 황재훈 연세대교수(성남 분당), 이원재(李源裁) 경기대 교수, 박영조(朴榮祚) 대구대 교수(대구), 최동우 전 연합통신 상무, 박한춘 전 외신기자클럽회장, 손경락(孫慶洛·경남 양산)·최성호(崔成豪, 수원) 변호사, 회계사 이상엽씨(李相燁), 세무사 정금영씨 등이 참여했다.

    TK신당론은 정호용(대구 서갑) 이치호(대구 수성) 전의원 등을 중심으로 TK(대구 경북) 인사들의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다. 정호용 전의원의 주선으로 1월4일 이수성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과 신현확 전 국무총리, 김준성 전 부총리, 장태완 재향군인회장, 윤재철 상이군경회장 등 TK출신 원로인사들이 서울 모호텔에서 오찬회동을 가진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특히 정 전의원과 장태완 전 수경사령관은 신군부의 정권장악 과정에서 극과 극에 섰던 사이였지만 자리를 함께 한 것. 그러나 이부의장은 TK중심의 독자신당론과 새천년민주당을 통한 ‘역할론’ 사이에서 오랫동안 고심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TK 지역은 15대 총선에서 대구의 13석중 자민련이 8석, 무소속이 2석을 차지하는 등 ‘무당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전국 평균 무당파층이 40%선인데 TK지역은 56.7%로 나타났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느껴온 상실감, 소외의식 등 이른바 TK정서를 대변할 독자적 정치세력이 없다는 얘기다. TK신당론자들은 복합선거구제 무산에 따라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자민련내 이 지역 출신의원들의 동참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정호용 전의원은 ‘TK신당’에 적극적 자세이며 허화평 전의원과 접촉을 통해 동참을 설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허 전의원은 “명분이나 실리면에서 TK만의 지역당으로는 안된다”며 한국신당으로의 동참을 권유하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TK신당이 실제 창당에 이르지는 못한 채 15대 총선때 일부 5·6공 인사들이 시도했던 무소속구락부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개혁신당’과 ‘한국의 선택 21’

    2월 발족을 목표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개혁신당은 온건보수와 온건진보의 연대를 표방하는 중도적 개혁성향을 띠고 있다. 홍사덕 의원(무소속)과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주도하는 개혁신당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과 20대 유권자의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나자 적잖게 고무돼 있다.

    당의 회계와 당무회의 등 의사결정 과정을 인터넷과 PC통신을 통해 리얼타임으로 공개하고 당 운영과 선거운동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하는 ‘정보화 정당’을 특색으로 내세우고 있다. 당원가입신청도 인터넷을 통해 받고, 당비를 내면 당원 ID를 발급받아 주요 당무를 결정하고 공직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중앙당은 기성정당의 웬만한 지구당 규모보다 별로 크지 않은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40~50대 초반의 신진인사를 주축으로 전 지역구에서 후보자를 낸다는 목표아래 변호사, 시민단체 간부, 의사, 학계·언론계 출신 등으로 조직책 선정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현승일(玄勝一) 국민대 총장 등의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홍사덕 의원(서울 강남을)과 장기표 원장(서울 동작갑)을 포함, 상당수 인사를 수도권에 집중 공천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에 새인물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타당 공천경합에서 낙천한 사람들은 원칙적으로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개혁신당은 또한 ‘참신성이 떨어지는 기성 정치인들이 주도하는 신생정당’과의 연대에는 다소 소극적이지만 ‘한국의 선택 21’ 등 정치적 지향성이 비슷한 그룹과는 연대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개혁신당측은 기성정당과 다른 제3의 새로운 정치세력 형성을 강조하면서 ‘선택21’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선택 21’측은 한나라당까지 포함하는 ‘범야세력 연대’ 가능성을 포함한 다양한 내부 입장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상태다.

    ‘DJP식 정치의 한계 극복을 위한 범야 개혁대연합’을 내걸고 지난 11월 하순 준비위가 발족된 ‘한국의 선택 21’은 박계동(朴啓東) 전의원과 김도현 전 문체부차관, 장준영(張浚暎) 전 교토통신 특파원 등 20여명이 만든 정치그룹이다. 김원웅·장기욱 전의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홍사덕 의원의 개혁신당과는 물론이고, 한나라당과도 개혁을 전제로 연대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구락부 형태로 총선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박 전의원은 선거법위반 유죄판결에 대한 사면이 이뤄지면 옛 지역구인 강서갑에 출마할 예정이며 김도현 전 차관은 광진갑에 출마준비중이다. 이부영 한나라당 원내총무 보좌역을 지내기도 한 장 전특파원은 노원을에, 한국은행 런던지점부지점장을 지낸 최회원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은 고양 일산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고진화 ‘한국과 세계’ 대표는 영등포갑에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내걸고 1월30일 닻을 올린 민주노동당은 1만800여명에 이르는 당원 가운데 55% 가량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종래에도 진보노선을 표방하는 정당들이 총선을 겨냥해 발진된 적이 없지 않았지만 민주노동당은 월 당비(1만원)를 꼬박꼬박 내는 1만1000여 당원을 갖고 있는 확실한 대중정당임을 강조한다. 당의 주된 기반세력이랄 수 있는 민주노총이 지난해 합법화된 데 이어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조항이 지난해말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판결을 받음에 따라 민노총 조합원 개인 차원의 성금에서 나아가 노조로부터 정치자금을 공개적으로 기부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돈’과 ‘조직’이라는 총선의 기본 무기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 민주노동당 창당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철저하게 자발적 당비로만 운영되고 뚜렷한 이념을 가진 정책정당이라는 점이 민주노동당이 강조하는 특색이다. 그러나 당명 설정을 둘러싸고 내부논란이 벌어졌던 데서도 알 수 있듯 당내 온건그룹에서는 민주노총이 정치자금을 무기로 민주노동당을 사실상 장악할 경우 국민 일반으로의 지지 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때문에 민주노동당은 단순히 ‘민주노총당’이 아니며 자율성을 갖고 국민 일반에 다가가는 정책개발과 인적기반 확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창당준비위측은 개혁정치에 뜻을 같이하는 학계나 변호사 의료계 등 사회 명망가 그룹의 영입에도 총력을 쏟고 있다. 김진균(서울대)·안병욱(가톨릭대) 장상환(민교협 공동의장·경상대)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교수, 김석연·이석우 변호사와 옷로비특검팀에 참여했던 조광희 변호사, 김록호 전 인의협대표 등이 이같은 케이스이며 태재준 전 서울대총학생회장(92년 전대협의장), 이종욱 전 한양대총학생회장(94년 서총련의장), 박용진 전 성균관대총학생회장(94년) 등 87~92학번대의 청년·학생운동 그룹도 참여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출범한 만큼 진보진영의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고 컴퓨터전문가로 구성된 ‘사이버정치실천단’을 구성,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정보화교육을 통해 지지세력을 확대한다는 ‘사이버정치’도 구상하고 있다. 봉급생활자 농민 도시빈민 등 저소득층을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만큼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된 사회,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사회 등을 공약으로 내건다는 전략이다.

    민주노동당은 4월 총선이 진보진영의 숙제인 ‘원내 진입’의 가장 좋은 기회라고 보고 특히 정당명부제 실시를 겨냥,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100여 곳에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안될 줄 알면서 ‘존재 알리기’ 차원에서 밀어붙이는 출마는 지양하고 단 한석이라도 확실히 당선시킬 수 있는 지역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현실 노선’도 보이고 있다. 이에따라 이미 서울 경기 울산 등에 40여 개 창당추진위원회를 결성, 지구당 창당과 후보자 선정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울산 마산 창원 안산 인천 등 공단 밀집지역과 서울 일산 등 사무직 노동자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 공천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 가운데서도 민주노총의 주력인 현대그룹 노조원들이 많이 사는 울산 동구와 북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10월 치러진 울산 동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이미 민주노동당 이영순 후보가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후보에 1만여표 이상의 압도적 차로 당선돼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울산 북구의 경우 역시 97년 대선에서 전국 평균 1.2% 득표에 그친 권영길 국민승리21 후보가 14%라는 최대 득표율을 올린 곳이다. 96년 중구에서 분구된 이곳은 현역의원이 없는 무주공산이다.

    이번 총선에서 권영길 상임대표는 울산 또는 고양 일산에, 1998년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해 14만8000여표를 얻은 송철호(宋哲鎬) 변호사는 울산지역에 출마해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당원인 조승수 울산 북구청장의 울산지역 출마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서울지역에는 조직국장을 지낸 이상현 당대변인이 노원갑에, 최규엽 당 정책위의장이 금천에,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 박용진씨가 강북을에, 노회찬 전 진보정치연합대표가 강서을에, 박홍순 전 진보정치포럼대표가 구로갑에, 이선근 전 경제민주모임대표가 강남갑에 도전하고 있다. 공단이 몰려 있거나 저소득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수도권 일원에도 이덕우(李德雨) 변호사가 경기 군포에, 정형주 전 외대총학생회장이 성남중원에, 도영호 전 전국연합수원위원장이 수원권선에, 송재영 변호사가 안양에, 노세극 전 시의원이 안산을에 출마채비를 차리고 있다.

    이밖에 부산 연제에는 14·15대 총선 때 출마해 2위를 한 박순보 전 전교조부산지부장이, 대구 서을에는 김기수 전 진보정치연합 대구지부장이, 경북 경산에는 서상학 경산진보연합대표가, 전남 여수에는 김형운 전 국민승리21지부장이 도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충북에도 정진동 목사(청주 흥덕)와 지역농민운동가 신달우씨, 김선태 민노총 충북본부장(청주) 등이 출마를 검토중에 있다. 전국빈민연합의장을 지낸 양연수 당 공동대표는 종로출마가, 전국연합의장을 지낸 천영세 당 사무총장 등은 진보세력의 대표적 인사들은 비례대표로 내세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일시적 선거연합 그칠 수도

    이같은 신생정당들이 당초 예상과 달리 여론조사 결과 간단찮은 지지율을 보이자 여야 정당은 이들 지지표가 어느 당 표를 잠식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새천년민주당은 기본적으로 다당구도가 득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민주노동당이 일부 지지기반을 잠식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자민련은 ‘한국신당’이 내각제 무산 이후 JP에 실망한 충청권 내 민심을 어느 정도 파고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에는 군소정당의 출현이 2여1야 구도를 2여 다야구도로 변화시키면서 야권표 분산을 초래, 한나라당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선거법 개정협상에서 협상대표들간에 잠정합의됐던 1인2투표제가 당지도부에 의해 거부되고 비례대표의석 배분자격으로 ‘득표율 5%, 지역구 의석수 5%이상’이라는 단서를 굳이 붙이도록 한 것도 군소정당의 출현을 최대한 차단키 위한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현재 50%에 육박하고 있는 무소속유권자 가운데 이들 신생정당을 ‘대안’으로 택하는 숫자가 클 경우 이들 군소정당은 의외의 폭발력을 가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새천년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권자들의 기성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신당이 효과적인 공천을 할 경우 무시못할 원내세력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이번 총선은 소위 3김시대의 사실상 마지막 선거로서 과거와는 조건이 달라졌다”고 일부 신당의 착근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반면 그 자신이 과거 진보정당 운동을 주도한 바 있는 정태윤 한나라당 총선기획단부단장은 신생정당들의 약진 가능성에 별 비중을 두지 않았다. 정 부단장은 “지역주의 정치구도와 기성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겨냥한 틈새정당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민주노동당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정당은 대중적 토양없이 한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에 의해 간판만 내건, 한때의 포말정당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부단장도 간발의 차로 당락이 좌우되는 수도권에서 개혁신당 등의 출현이 DJP 정치에 반대하는 야권표 분산을 초래, 불리한 판세를 조성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김용환·허화평씨의 ‘한국신당’과 TK신당 추진세력간에 연대가 이뤄질 경우 한나라당 독주양상을 보이고 있는 영남권 총선에서 부분적이나마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홍사덕 장기표 두 사람이 추진하는 신당은 적잖은 여론의 뒷받침을 받는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한길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두 사람이 추진하는 신당은 13.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이것은 국민회의 22.8%, 한나라당 11.7%, 자민련 5.4%에 비추어 비교적 높은 지지율이다.

    민주노동당도 지난해 8월29일 창당발기인대회 이후 10월2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국민회의 27%, 한나라당 24.2%, 자민련이 6.6%인 상황에서 무려 20.9%의 지지율을 보였고 신년초 각 언론의 여론조사에서도 4~7%대의 지지율을 보여 2.6~9.4%에 머무는 자민련을 웃도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이같은 수치가 실제 모두 표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국민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 다시 말해 신당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점을 인식, ‘DJP 견제론’을 내세워 신생정당들이나 무소속 후보로의 표분산을 방지한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신생정당들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둔 소수그룹의 ‘일시적 선거연합’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공 이후로만 따져도 13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됐던 한겨레민주당이 단 한 명의 당선자를, 14대 총선 당시 박찬종의원이 만든 신정치개혁당이 박의원 1인만의 당선자를 냈을 뿐 나머지 소수정당들은 한 석도 얻지 못했다. 15대 총선 때는 국민회의 합류를 거부한 통합민주당이 극심한 지역구도 속에 어렵사리 15석을 얻은 것을 빼고는 이렇다할 신생정당 창당 움직임조차 없었다.

    지역주의와 냉전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출마자들의 함량미달, 혹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때문이다. 특히 선거가 임박할 수록 지역대결 또는 양당대결 구도가 재연되면서 초반 호조를 보이던 ‘제3당’들이 현실 득표전에서는 맥없이 주저앉고 마는 경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신당들의 높은 초반 지지율은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신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표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색깔론’의 위력이 떨어진 시대상황이고 기성정치에 대한 국민불신도 극에 달해 있는 만큼 무당파 정서가 이들 틈새정당들로 쏠릴 경우 의외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신생정당이 탈3김 시대의 비전과 새시대에 맞는 독자적 자생력을 보여준다면 4·13총선은 물론 향후 정치구도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용환 ‘희망의 한국신당’ 창당준비위원장

    ‘1인 보스정치 청산’을 내걸고 자민련을 탈당한 뒤 ‘희망의 한국신당’ 창당을 주도해온 김용환 의원을 만난 것은 1월8일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창당준비위 사무실에서다. 사무실에는 창당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의원 말고도 자민련 창당대변인을 맡았던 안성렬씨와 자민련 부대변인이었던 김창영 창준위 대변인, 그리고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비서였던 장일 전 자민련 서울 도봉을지구당위원장, 추재엽 전 자민련 정세분석실장 등 30여명의 당직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5년 전 신한국당을 탈당한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일행이 자민련 살림을 시작하던 때가 묘하게 오버랩되는 풍경이었다.

    ―JP와 뗄 수 없는 인연을 갖고 있는 자민련 창당의 일등공신인데도 결국 독자 신당을 만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식정보화 다원주의화 세계화 속의 무한경쟁 시대에 던져진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제왕적 1인지배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소명에 부응키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알다시피 나는 내각제 실천과 수평적 정권교체를 위해 공동정권 창출에 깊이 간여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JP가) 지난 7월 국민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같이 버리고 내각제를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권력에 안주하려는 1인 보스의 지배구조를 타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

    ―DJP 공동정권 창출과 운영과정에서 JP와 노선 또는 사고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대선 당시 나는 권력의 1인 집중 타파를 위한 내각제 뿐만 아니라 ‘상생과 통합의 정치’를 위한 수평적 정권교체도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JP는 입버릇처럼 ‘공산주의가 아닌 한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면서 실제 국민회의와의 후보단일화가 아닌 다른 궤도(당시 여권과의 연대를 지칭)로 나가려는 느낌을 줄 때가 있었다. 그런 (JP의) 구상은 수평적 정권교체나 내각제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에 모두 어긋나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원칙없는 처신에 이견을 갖고 있었고 몽니도 부린 적이 있다.”

    ―‘희망의 한국신당’이 다른 정당과 구별되는 특징은 무엇인가.

    “우리는 철저히 오너지배를 배제하는 정당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 기성정당과 확연히 구분된다. 중앙당에 총재직도 없으며 대표실도 없다. 의장도 순번제로 돌아가는 중앙집행위원회가 매일 아침 열려 회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후에는 각자의 정치적 사회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3김 청산에 공감대를 갖고 있는 몇몇 다른 신생정당과의 차이로 말하자면 노동자를 기반으로 삼는 민주노동당이나 세대교체를 방법론으로 하는 어떤 당과도 다르다. 우리는 노·장·청이 균형있게 참여하면서 ‘신사고’를 갖고 구태를 타파해나가려는 시대정신을 공유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신당의 목표와 정책을 간략하게 말한다면?

    “민주적 리더십 확보, 무너지는 공동체 규범의 확립, 일류 선진사회를 이끌 주축세력 형성, 지역 계층과 남북간 갈등구조 타파, 합리적 진보와 이상을 추구하는 젊은세대를 과감히 포용하는 실용주의적, 진취적 보수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총선 이후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등 다른 기성 정당과의 연대도 가능한가?

    “우리를 그런 정당과 같은 반열에 놓고 보지 말아달라. 우리는 1인 지배체제를 타파하려는 정당이다. 그런 양당 차원을 뛰어넘으려는 당이다. 물론 우리는 공동여당이 아닌 야당에 설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우리는 한나라당과의 연대는 생각지 않고 있다. 여당과는 거리에서 대립·갈등하는 정당이 아니라 일류 선진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국회 내에서 협력 견제 비판 저항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차기 정권 경쟁에는 어떻게 임할 것인가?

    “물론 3년 후 대선에서 우리 내부에서도 대외적으로도 ‘그만하면 되겠다’고 리더십을 평가받는 이가 나온다면 우리 당도 그를 내세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이르기까지는 누구나 집단지도체제 속의 원 오브 뎀(one of them)일 뿐이다. 이 당은 김용환이나 허화평, 어느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 몇석을 목표로 하고 있나?

    “우리 나름의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국민이 선택해주는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성심성의를 다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비전을 보여주고 그에 바탕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몇석을 얻겠다는 것은 오만이며 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는 태도가 아니다.”


    ‘개혁신당’창당주도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마지막 재야’로 불려온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56)은 무소속의 대표적 중진인 홍사덕의원과 함께 ‘지역주의 정치 타파’를 기치로 개혁신당 창당에 한창이다. 수도권과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개혁신당이 과연 지역과 자금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성 거대정당의 벽을 뚫고 새로운 대안정당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장원장을 만나 개혁신당의 가능성과 조건을 따져 보았다.

    ―개혁신당의 창당배경과 지향점은 무엇인가?

    “지금은 산업문명에서 정보문명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전환기로서 이념과 정책을 전면적으로 새롭게 바꿔야 할 때다. 정치세력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데도 우리는 지금 지역맹주들이 전권을 휘두르는 1인 보스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 이런 정치에서는 합리적 사고에 의한 이념과 정책이 설 땅을 잃고 지역 연고 줄서기 분열 맹목성만이 지배하게 된다. 이런 풍토가 경제와 사회까지 지배하게 됨으로써 우리가 결국 IMF를 맞은 것이다.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이념과 정책을 갖춘 정당, 이것이 우리가 만들려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정당이다.”

    ―기성정치의 폐해 극복을 내건 다른 신생 정당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민주노동당처럼 노동자를 주력으로 해서는 집권이 어려울 것이다. ‘한국 신당’은 JP의 약속위반과 낡은 정치행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주도적 인사들이 이미 지난 시대 정치를 주도하던 분들 아닌가.”

    ―개혁신당의 운영과 구성상의 특징은 무엇으로 요약할 수 있는가?

    “대략 5가지 특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지역당이 아닌 전국 정당으로서 특정지역에 기반하지도 특정지역을 포기하지도 않는다. 둘째, 1인보스가 아닌 민주정당이다. 셋째, 원로들의 권력욕을 위한 수단이 아닌 젊은 사람들의 정당이다. 넷째, 백화점식 정책을 나열하는 ‘그나물에 그밥’ 정당이 아니라 실현할 10가지 약속을 분명히 제시, 정책에 대한 정체성(Identity)을 가진 정당이 될 것이다. 다섯째, 인터넷 통신을 정당활동과 정치에 적극 활용하는 정보화 정당으로서 당운영에 돈이 안들고 저비용정치를 실천하는 당이다.”

    ―개혁신당의 이념은 무엇으로 봐야 하는가.

    “지난 시기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이젠 맞지 않는다. 나는 ‘신진보이념’을 주장한다. 그것은 자유라는 인간의 가장 존귀한 가치실현을 위해서도, 기술혁신과 품질향상을 통한 생산력 제고를 위해서도 ‘자주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주민주주의는 공동체민주주의와 민주시장주의 국가복지주의라는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것을 꼭 당의 이념과 노선으로 고집할 생각은 없다.”

    ―기성 정치세력과는 어떤 관계에 설 것인가.

    “일부에서는 우릴 보고 반 DJ다, 비 한나라당이다 하는데 우리는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해 존재하는 당이 아니라 ‘포스트 DJ’시대를 준비하는 당이다.

    지역당이 아닌 새로운 당이 나와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에 따라 비록 작게 출발하지만 분명하게 집권을 목표로 하는 당이다. 그래서 당도 섀도 캐비닛 형태로 꾸릴 것이다. 예컨대 환경노동위 산업자원위 보건복지위 등 정부부처에 상응하는 위원회와 책임자를 둘 것이다.”

    ―집권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는가. 지역주의 등 기성정치의 두터운 벽을 감안할 때 당장은 총선에서 원내 세력으로 어느 정도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냐가 관심의 초점 같은데.

    “집권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혁명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통신은 필요한 주장과 정보를 얼마든지 간섭받지 않고 전파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젠 변화지향 세력도 기존의 제도정치권에 있는 장벽만을 탓할 때가 아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급속히 지지를 확대시킬 수 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소수 명망가들의 일시적 선거연합으로 포말정당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데….

    “물론 지역주의가 마지막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성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나 크고, 이 때문에 무당파 지지층이 두텁다. 또한 새로운 세기에 들어섰다는 시대적 상황이 이젠 진짜 새로워져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심리와 기대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후보부적격자 낙천 및 낙선운동도 유권자들에게 ‘선거할 때 지역이나 다선 위주가 아니라 제대로 가려서 찍어야겠구나’ 하는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선에서 몇 석을 목표로 하고 있나.

    “1인2표제가 되면 비례대표만도 최소 6~7석은 얻고 여기에 지역구 당선자 등을 합치면 전체적으로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노동자와 진보세력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주창하며 총선참여를 선언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번 총선에서는 반드시 진보정치 세력의 원내진입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에서 진보세력의 독자후보로 출마해 30만6천표를 얻은 권대표는 경남 산청 태생으로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뒤 서울신문(현 대한매일신보) 파리특파원과 외신부장을 거친 언론인 출신이다. 88년 서울신문 노조부위원장 시절 언론노조연맹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노동운동에 투신, 전국노조대표자회의 공동대표 등을 거쳐 95년 11월 민주노총 초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온건합리주의자로 분류되는 그는 노동계 내의 강온세력을 조화시켜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진보세력이 발을 딛기 어렵다는 우리 국회에 민주노동당을 결성, 원내진입을 시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희망 속에 새로운 세기를 맞이했지만 우리에겐 20세기가 남긴 숙제가 있다. IMF사태를 맞아 20%의 행복을 위해 80%가 희생되는 불평등구조가 심화됐고, 소련·동구의 붕괴 이후 초국적 금융자본이 인간을 경제밑에 종속시키는 신자유주의 바람이 불평등 사회를 보편화시키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 인간중심의 사회 건설은 우리가 끊임없이 지향해야 할 꿈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꿈을 이룰 정치세력이 형성되느냐 마느냐가 판가름나는 총선이다. 민주노동당은 특히 보스·금권정치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한국사회의 근본문제를 바꾸기 위해 이미 2년 전부터 광범위한 토론과 준비를 거쳐 창당에 이른 것이다. 1300만 봉급생활자, 500만 농민, 400만 빈민 등 절대다수 국민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사명이다.”

    ―선거는 현실이라고 하는데 지역주의라는 현실 속에서 기성 거대정당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보는가?

    “국민들이 기성정당에 등을 돌리고 정치인=부패집단이라는 식의 청산심리가 팽배해 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주의와 금권정치가 발휘되지 않는다면 민주노동당은 한국정치사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을 확신한다. 지난해 8월 발기인대회를 가진 이후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가 20%를 넘은 것은 이미 국민들이 우리를 ‘대안세력’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구체적 실천적 정책대안을 제시하면서 오직 진보정당만이 지역주의라는 한국정치의 벽을 돌파할 수 있음을 부각시키겠다.”

    ―과거에도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끝났는데….

    “이승만정권 때 죽산 조봉암의 진보정당 이후 92년까지는 사실상 진보정당이 존재하지 않았다. 4·19혁명 공간에서 진보정당이 일시난립한 것은 특이상황 때문이었고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까지는 관제 진보정당 외엔 없었다. 백기완 선생이 87년과 92년에 시도했던 것은 진보정당이 아닌 개인차원이었다. 정당형태는 92년 총선 때 민중당밖에 없었는데 출마자의 평균득표율은 5.7%였으나 워낙 출마자가 적어서 전체 득표율은 2%에 미달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이승만 정권 이후 광범하게 조직되는 첫 진보정당이다. 총선에서 우리 당을 지지할 의사를 보이는 유권자도 7%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같은 실패는 생각지 않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다른 정당들과 가장 다른 점은?

    “국민회의도 민주당이라는 새 당을 차렸지만 그게 어떻게 새 당인가.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간판만 바꿔단 구당(舊黨)이다. 또다른 그룹들이 추진하는 당도 상층부가 중심이 돼 밀실야합식으로 추진된 당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21세기 문턱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면 정당의 형성과 운영 자체가 새로워야 한다.

    우리는 첫째, 당비를 내는 광범한 대중이 참여하는 속에서 완전공개된 민주방식으로 건설됐다. 둘째, 선거직전 간판을 바꾸거나 급조한 정당들과 달리 강령과 정책 초안을 분명히 제시하고 오랜기간 토론을 거쳤다. 민주노동당은 1만원의 당비를 내는 1만명의 당원을 이미 확보했고, 노동자, 농민, 진보적 지식인과 단체, 청년학생조직의 참여하에 모든 의사결정과 공직선출을 당원들의 뜻이 반영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당원이 가입되고 당비도 내고, 인터넷을 통해 토론하고 의사가 전달되는 정당이다. 우리 노동당의 다수와 지지기반은 인터넷 시대의 N세대다”

    ―주요공약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일자리를 보장하는 고용안정, 교육비 주택비 병원비 걱정없는 사회보장제도 확립, 부정부패 척결과 정직·깨끗한 사회, 정경유착 청산과 재벌 해체, 남북신뢰구축의 바탕 위에 이루어지는 통일사업 추진 등을 주로 내세울 것이다.”

    ―공천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며 조직·자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공천은 각 지구당 당원들이 직접 투표로 그 지역후보를 결정하는 완전상향식으로 이뤄진다. 중앙당은 다만 후보의 기초적 기준만 제시하고 이에 따라 지구당에서 선출한 후보를 발표할 뿐이다. 조직은 우리 당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 선거운동원도 다른 정당에서는 돈받고 뛰는 운동원들밖에 없지만 우리는 진보정당 건설을 통해 한국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열망에 찬 대중당원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자금문제는 솔직히 취약성을 안고 있는데 당원들의 특별모금 등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같다.”

    ―몇 석을 목표로 하고 있나? 그리고 총선 이후 활동 계획은?

    “지역구에서 5석 정도, 정당명부제에 따른 추가의석 5~7석, 해서 모두 10여석을 예상한다. 많은 이들이 원내진출만 이뤄도 한국정치사를 다시 쓰는 대성공이라고 하는데, 원내진입은 확신한다. 총선 이후를 말하자면, 민주노동당 발전단계에서 당건설이 1단계라면 총선 이후 다음번 총선까지는 2단계다.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은 국회안에 맴돌거나 안주하지 않고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그리고 학교 속으로 들어가 그들의 문제를 현장에서 함께 풀어가는 대중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대중 속에 살아 움직이는 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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