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라는 새로운 천년을 맞아 온 인류가 희망과 우려, 기대와 걱정을 함께 하는 요즈음이다. 이러한 시대의 대전환점에서 한반도는 하나의 거대한 문명사적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태평양으로부터 거세게 몰려오는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거대한 파도가 그것이다. 이 거대한 파도가 한반도를 단숨에 삼켜 우리나라를 초토화시키며 다시 후진국으로 전락시킬 것인지, 아니면 이 큰 물결을 타고 우리가 욱일승천(旭日昇天)하여 진정한 의미의 세계 일류 국가로 거듭날 것인지, 우리는 지금 이러한 강요된 선택의 순간에 놓여 있다.
세계화 정보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도전은 단순히 양적인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난 19세기나 20세기의 근대 세계질서나 근대 문명의 단순한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류역사의 고대 중세 근대라는 세번의 단계가 끝나고 탈(脫)산업주의 탈(脫)민족국가 탈(脫)근대라고 하는 역사의 네번째 단계로 이행하는 문명사적 대변혁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한마디로 인류가 종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문명 속으로 들어가는 대전환기인 셈이다.
세계화라는 변화에 올바로 대처하여 우리가 역사의 승자가 되기 위하여는 세계화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도전이 어떠한 것인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올바른 길을 찾아야 한다. 세계화라는 거대한 파도는 우리에게 다음의 5가지 도전을 강요하고 있다. 이 5가지 난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우리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
첫째 도전은 세계금융자본시장의 대변화라는 도전이다.
소위 금융혁명이라는 도전이다.
세계금융자본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거대화하고 있고 그 이동은 초를 다투며 지구촌을 돌고 있다. 1일 평균 금융자본 총거래의 80%인 8000억달러의 단기 투기 자본이 지구촌에서 거래되고 있다. 동시에 주요 의사결정이 미국 월스트리트의 소수 자연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경제외적 요인 특히 정치적 요인과 집단심리적 요인들이 세계자본이동에 끼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이들의 투자 방향이 한번 선회함에 따라 개별국가의 실물경제에 엄청난 파괴력을 줄 수 있다. 하루아침에 경제를 파탄과 불황의 늪으로 곤두박질치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최근의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생생한 실례를 경험하지 아니했던가? 제2, 제3의 금융위기가 언제 다시 아시아에 혹은 지구의 다른 지역에 올지 아무도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세 가지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첫째 글로벌 차원에서는 소위 신금융질서기구(New financial architecture)의 구축을 위하여 경제·외교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세계금융자본시장에서 단기 투기자금의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자본주의의 운명이 달려 있는 문제다. 따라서 전지구적 차원에서 특히 헤지 펀드(Hedge fund)를 중심으로 하는 단기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가 시급한 과제다.
둘째 아시아나 동북아라는 지역적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지역적 차원의 대비책 가운데 하나로 일본이 소위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 아이디어를 주장한 바가 있다. 세계금융위기에 대하여 아시아지역 나름의 제도적 장치를 가지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셋째 개별국가 차원에서 자구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단기투기자본의 움직임에 대하여 예치금의 요구나 조세부과 등을 통하여 단기투기자금의 이동비용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단기형 자본의 이동규모를 줄이고 장기형 투자로 유인해야 한다. 칠레의 성공사례나 말레이시아의 최근 예를 참고하여 우리에게 맞는 구체안을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해외 단기투기성 자금에 대한 국내수요를 가능한 한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자본의 국내외 움직임에 대해 신속 정확한 정보수집 분석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긴박한 상황의 발생에 대비한 단기 비상대응책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노력과 더불어 대단히 중요한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개편이다. 금융산업의 투명화와 건전화, 그리고 적절한 금융감독의 강화이다. 금융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지 않고는, 현재와 같은 부실구조를 건전화하지 않고는, 그리고 고도의 금융감시와 금융 감독체제를 구축하지 않고는 우리 금융이 세계적 금융혁명의 시기에 살아 남을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현재 진행중인 금융개혁은 훨씬 강도높게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도전은 최첨단 신기술 혁명이다.
소위 정보혁명과 유전자혁명의 도전이다.
현재 세계에서는 21세기 발전을 주도할 5대 선도핵심기술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전자, 정보통신, 신소재, 생명공학, 그리고 에너지 기술분야가 그것이다. 이중 특히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분야의 기술혁신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그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도 가장 크다.
이들 신기술의 급속한 개발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과학과 기술격차를 더욱 벌려 놓을 뿐 아니라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우리 삶의 전 시스템을 크게 바꾸어 놓고 있다. 그리고 각국의 산업과 무역의 기존 비교우위구조를 크게 흔들어 놓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이-비즈니스(e-business)를 축으로 하는 기업부문의 정보혁명은 엄청나게 가속되고 있다. 이미 작년 11월 현재 세계 인터넷 인구는 약 2억 5900만명을 넘어섰으며 우리나라도 568만명을 상회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증가율은 한마디로 기하급수적이다. 우리나라도 PC 보급률, 인터넷 인구수 등 양적 측면의 정보화는 상당히 빠른 수준이다. 인터넷 인구수로는 이미 세계 10위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 하드웨어 중심이고 소프트웨어의 개발은 낙후되어 있으며 정보산업 자체의 진전은 있으나 재래산업과의 결합이 대단히 미흡하다. 따라서 산업구조전반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세 분야에서 정책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교육개혁과 노사개혁이다. 이 두 가지 개혁의 궁극 목표는 우리의 학교와 직장과 가정, 이 3자를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평생학습의 장으로 만드는 데 있다. 교육개혁과 노사개혁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만큼 새로운 정보와 지식과 기술을 쉽게 배우고 쉽게 익힐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국부와 개인행복의 수준이 축적되고 활용되는 지식과 정보 기술의 양과 질에 의하여 결정되는 지식정보사회, 지식기반사회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번영하는 길은 국민 모두의 지식정보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둘째는 소위 기업개혁이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문화를 바꾸어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기업문화를 바꾸어 오너의 권한과 책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 이사회 구성이 개혁되어야 하고 이사회의 경영감독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제고되고 기술자와 기능인들이 존중받는 기업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소액주주, 근로자, 채권자, 소비자들의 의견도 균형있게 경영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정부의 새로운 산업기술과학정책이 나와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자유방임적 경제사상의 영향을 받아 국가의 산업기술과학정책에 대한 부정적 내지 소극적인 견해가 만연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이다. 국가의 산업기술과학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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