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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대한민국 공무원의 경쟁력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장관성적표

국·과장급 고위공무원 집중조사

  • 김호균 <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행정학박사 >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의 장관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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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관은 부처행정을 책임지는 중요한 자리다. 부처의 소관업무에 대해 정책을 입안하며 필요한 경우 법령을 개정한다.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도 갖고 있다. 나아가 조직의 재편이나 개편 등 조직의 운영·관리에도 많은 권한을 지닌다. 이러한 이유로 부처의 정책이나 인사, 예산에 끼치는 장관의 잠재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장관을 어떠한 기준에 따라 얼마나 잘 뽑느냐가 행정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우리의 경우 대통령 중심제이긴 하나 장관의 역량이나 리더십에 따라 부처의 정책이나 조직이 크게 변화하고 대외적으로 부처의 위상도 다르다.
홍순영 (외교), 이홍구 (통일), 오명 (건교), 이어령 (문화)

‘실패장관‘

한완상 (통일), 배순훈 (정통), 김숙희 (교육), 김영호 (산자)



부하 공무원들은 소속부처의 수장인 역대 장관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답하는 것이 이 글의 일차적 의도다. 부처행정의 최고책임자인 장관이 제대로 업적(행정의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과 요소(임명권자의 입장과 장관 본인의 입장 등)가 고려돼야 하는지를 살피는 일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평가분석을 위해 중앙부처의 국·과장급 고위 공무원(전직 포함)을 상대로 필자가 올 상반기에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결과를 이용했다.



조사대상 장관은 노태우 정부부터 김영삼 정부를 거쳐 김대중 정부 초기(2000년 8월7일 현재)까지 16개 부처에 재임했던 장관 187명 모두다. 노태우 정부 출범 초기에 재임했던 장관 가운데 전두환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은 노태우 정부 시절에 재임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즉 임명권자가 누구인지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장관을 평가하기 위한 설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다.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관’과 ‘보통 수준의 업무수행 장관’ 그리고 ‘부처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장관’ 세 가지다. 여기서 ‘성공장관’은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장관으로, ‘실패장관’은 부처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장관으로, ‘보통장관’은 보통 수준의 업무를 수행한 장관으로 각각 규정했다. 이러한 평가기준에 따라 설문에서는 부처별로 역대 재임장관을 재임순서대로 모두 적시하고 해당장관이 제시한 세 가지 분류기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지적하라고 했으며 그렇게 지적한 이유나 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기입하게 했다.

설문에 모두 89명의 고위공무원(대부분 국장급 이상)이 응답했다. 설문응답결과를 토대로 설문대상부처 중 외교통상부, 통일부,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농림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노동부, 보건복지부 11개 부처의 역대 재임장관을 구체적으로 평가해 보았다.

[ 외교 · 통일부처 ]

외교부는 노태우 정부부터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모두 7명의 장관이 재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의 명칭도 정부별로 달랐다.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외무부로 불렸고,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는 외교통상부로 명칭이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재임장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최호중→이상옥 장관(이상 노태우 정부), 한승주→공노명→유종하 장관(이상 김영삼 정부), 박정수→홍순영 장관(이상 김대중 정부) 등이다. 이들 장관 가운데 ‘성공장관’으로 응답된 횟수가 제일 많은 장관은 홍순영 장관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최호중 장관이다.

홍순영의 카리스마적 리더십

왜 외교부 공무원들은 이들 장관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을까.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홍순영 장관에 대해 부하공무원들은 직업공무원 출신으로서 전문성을 갖고 카리스마적인 리더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인사에 대한 외부압력을 과감히 물리치는 등 인사의 자율성 확보에 역점을 두었고 확고한 소신을 갖고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대중국, 대러시아 관계에 외교역량을 집중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홍장관은 ‘고교 후배’를 고위직에 기용했다는 것과 ‘햇볕-포용정책’에 소극적인 인사를 고위간부에 발탁하는 등 일련의 인사문제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홍장관의 재임기간은 외교·통일부의 평균재임기간(21개월)에 크게 못 미치는 17개월로 비교적 짧았다.

최호중 장관에 대해 공무원들은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전문적 식견을 갖추었고 업무추진력과 조직장악력이 뛰어났다는 점을 꼽았다. 이 밖에 부하공무원의 업무자율성을 존중하는 등 포용력을 갖추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한 이유다.

공무원들은 최호중 장관의 경우 특히 동구권 개방과 관련하여 소련 및 동구권과 수교를 맺는 등 북방외교 개척으로 대 공산권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획기적으로 공헌하는 등 외교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점을 높이 샀다. 최장관의 재임기간은 24개월로 외교부 평균치를 넘고 있으며 외교부 장관을 마친 뒤 곧바로 통일부총리로 영전했다.

반면, 공무원들이 실패장관으로 가장 많이 지적한 장관은 박정수 장관과 한승주 장관이다. 박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한장관은 김영삼 정부에서 각각 외교부 수장을 지냈다. 박장관과 한장관은 집권여당 정치인과 학자 출신으로 정통 외교관료의 길을 걸은 인사가 아니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왜 이들 장관에 대해 공무원들은 낮은 점수를 주었을까. 공무원들은 외부영입 인사인 이들이 행정 경험이 부족해 외교부의 조직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때문에 이들 장관은 조직을 장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할 수 있다. 박장관은 러시아와의 외교관계에서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재임 5개월 만에 중도하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승주 장관의 재임기간은 22개월로 외교부 평균에 속하나 외교안보팀과 정책갈등을 빚어 물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한장관의 경우 실패장관으로 거론된 횟수는 많다고 할 수 있으나, 북한의 NPT 탈퇴 등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핵 긴장 및 위기문제를 뚜렷한 소신으로 풀어나간 점을 높이 사는 공무원도 있었다.

외교부의 경우 성공장관이 갖고 있는 공통된 특성으로 정통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전문성)과 조직에 대한 장악능력 및 탁월한 업무추진력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실패장관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공통된 속성은 관료 출신이 아닌 외부전문가 출신이며 관료조직문화에 제대로 적응을 못 해 조직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점에서 공무원들은 조직을 제대로 추슬러서 업무를 밀도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장관이 외교부의 조직문화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통일부는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모두 12명의 장관이 재임했다. 정부별로 보면 노태우 정부의 경우 4명의 장관(이홍구→홍성철→최호중→최영철)이,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한완상 장관을 비롯하여 이영덕→이홍구→김덕→나웅배→권오기 장관 등 6명이 이 부처의 최고책임자로 일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강인덕 장관과 임동원 장관이 이 부처의 행정책임자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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