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김구 암살 관련 배경정보’ 전문번역

미군방첩대(CIC) 조지 E.실리 소령이 작성한

  • 입력2005-01-11 15: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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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은 방첩대(CIC) 일원으로 한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상 다수의 한국인과 접촉하였다. 이들 가운데 흥미롭고도 가장 악명 높은(the most malignant) 인물은 흔히 “맹인장군(Blind General)”으로 알려진 염동진(Lyum Tong Chin)이다. 이 사람은 일제시기 강력한 적이었던 한국인에 의해 중국공산당에 넘겨졌으며, 중국공산당 정보부의 고문으로 눈이 멀었다. 그 배신자가 오늘날 가장 유력한 한국 정치인 중의 하나이며, 가장 사랑받는 애국자의 한 사람인 김구다. 일단의 장교 파벌을 주로 조종하는 그의 정당(한독당: 번역자)이 저지른 무책임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염씨는 규모나 구성을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인 비밀조직의 대표다. 그는 자신의 견해와 추종자의 구성에 대해 말을 아끼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외부인들은 그를 청부살인자, 국수주의적 광신도들로 구성된 방대한 지하조직의 대장(총사령: 역자)으로 알고 있다.

    염씨는 본인(실리)을 신뢰해서 이미 보고서로 제출한 바 있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그 외에도 아주 민감하거나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 보고서에 기재할 수 없는 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염씨는 파시스트 성향의 반공 지하조직을 설립했다. 그의 추종자들은 대부분 김구씨의 추종자다. 이 지하조직은 남한·북한·만주와 중국 전역에 뻗어 있다. 작금의 사태에 비추어 어느 정도로 그의 공작이 실행되고 어떤 통신망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지하조직의 주요 목적은 모든 “공산주의자들”과 “반정부” 정치인들을 암살하는 것이다. 조직에는 군인, 해안경비대, 세관원, 경찰관, 소방관, 정부 관리, 정치인, 상인, 산업가, 밀수꾼, 농부, 보통 시민 등 한국의 모든 계층을 망라하고 있다. 조직의 대다수는 수많은 좌우익 청년단체의 회원이기도 한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조직 내부에는 “혁명단(Revolu-tionary Group)”이라는 특공대(Special Attack Corps)가 있다. 특공대는 5개의 소조로, 각 소조는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민주 한국과 한국 민족주의의 부활을 방해하는 자를 암살하라는 명령이 내려오면, 소조의 구성원들은 애국자로 죽겠다는 피의 맹세를 한다. 안두희(Ahn Tok Hi)는 이 비밀조직(백의사: 역자)의 회원이자 혁명단 제1소조의 구성원이다. 나는 그가 한국 주재 CIC의 정보원(informer)이었으며, 후에는 요원(agent)이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염동진으로부터 암살을 명령받았다면, 안두희도 역시 피의 맹세를 했을 것이다(He has also taken the blood oath to assassinate, were he ordered to do so by Mr. Lyum Dong Chin). 확인하거나 부인하는 그 어떤 보고서도 없지만, 저명한 한국 정치인 장덕수와 여운형의 암살범들도 이 지하조직의 구성원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대략 20개월간 염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그의 신뢰를 저버린 적이 없다. 나는 그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때로 나는 그가 미국 요원들과 인터뷰할 때 동석한 바 있는데, 그때마다 그는 통역을 활용했다. 그는 나 이외 어느 누구에게도 영어로 말한 적이 없다. 이것은 그 자신도 인정하고, 그와 가까운 여러 사람들의 관찰로도 그러하다.

    그가 지휘하는 조직은 백의사(“White Clothes Party” 또는 “White Clothes Society”)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묘한 모양의 흰옷을 입기 때문에 백의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백의사라는 조직 이름은 또한 한국의 모든 계층에 이 조직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조직원들은 부여받은 각각의 활동과 임무에 관해 비밀을 지킬 것을 맹세한다.

    나와 관계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염씨는 여러 차례 생명의 위협을 당했으나, 이런 사실이 공표되거나 경찰에 보고된 적은 없다. 죽기로 맹세한 60명의 청년들이 하루 24시간 내내 그를 경호하고 있다. 염씨는 김구씨와 비밀 연락과 접촉관계를 갖고 있다. 염씨는 한국군 내 우익 반대파(Rightist dissidents)의 통신을 김구씨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자 노릇을 해왔다. 이 우익 반대파는 고급 장교로 구성되어 있었다/있다.

    한국 내 CIC 사령부에 제출되는 보고서들은 비밀로 분류되어 있다. 한번은 내가 직접 제출되는 정보의 보안장치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인 요원들을 매개로 점검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중요한 정보가 있는 한 비밀보고서의 내용이 유포되어 김구씨에게 전달된 것을 발견하였다. 그 후 이러한 유출을 우려해 한국주재 CIC 사령부 정탐과 책임장교와 전라남도 지구 CIC 사무소 광주 책임장교에게 문서가 아닌 구두로 보고되었다.

    김구씨의 암살과 관련하여 아래의 보고 사본을 제출한다. 편지는 북한의 황해도, 평안남도, 평안북도에서 소요와 폭동이 있은 직후 우익 군사파벌이 쿠데타를 일으켜 이승만 정부를 전복하려는 음모에 김구씨와 염동진씨가 관여했음을 보여준다.

    1. “1948년 11월9일자 보고, 제목: ‘남한 내 좌익(우익의 오류라고 판단됨: 역자)의 활동과 추정되는 계획’ 제3단락 참조할 것. 이하의 정보는 서울의 영향력 있는 민간인들의 지도·지원으로 한국군 장교들이 계획중인 쿠데타에 대한 진전된 정보를 획득하는 과정에 한 요원이 어려움을 당할 경우,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결정하기 위해 제출되었다. 쿠데타 집단들은 좌익 성향이 아니고, 파시스트 유형의 배경을 지니고 있다.

    2. 광주지구사무소의 한 요원은 CIC 작전 중 서울의 한 민간인과 친해졌으며, 광주지구 사무소로 전근 갈 때 그 민간인이 광주 주둔 국군 제5여단 제4연대 연대장에게 개인적인 추천서를 써줄 정도로 신임을 얻게 되었다.

    3. 그 민간인은 스스로 김구의 친구라고 말하지만, 일부 사람들 사이에는 중국에서 그의 독립 운동을 인정하지 않는 이승만정부 인사들에 대한 증오만큼 되진 않지만, 김구에 대한 그의 증오도 적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 민간인은 이승만 수반의 현정부보다 더 강력하고 군사적인 유형의 정부를 선호한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밝혔다. CIC 요원은 현재 국군 제4연대 연대장을 매개로 하여 그 민간인으로부터 서신을 받고 있다.

    4. 제4연대 장교들의 참모회의에서 김구를 수반으로 하는 군사적 유형의 정부가 수립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표명되었으며, 그럴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한 정부가 수립되면 북한군도 내부의 친소장교를 일소하고 김구의 파시스트형 정부에 합류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 요원은 많은 장교들과 경찰 관리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비록 현재는 배후인 미국의 능력, 힘과 위신 때문에 이승만 정부가 요구되지만, 이러한 유형의 정부가 결코 군사적 기반을 통하여 한국의 통일문제를 해결하거나, 한국을 재건하여 국가 중의 국가가 되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5. 여기서 언급하는 그 민간인은 한국 주재 CIC의 일부 인사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의 가장 명백하고 독특한 특징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토론하길 싫어하며, 김구씨에 대해서는 때로는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견지에서 김구의 장점과 가능성을 격찬한다는 점이다. 그 민간인은 김구가 한국의 지도자가 되면 일본과 미국이 훈련시킨 200만 한국군을 갖게 될 것이며, 필요한 경우 이 한국군이 그를 따라 38선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민간인은 과거에 CIC에 잘 복무하였으며, 군사과학과 전술에 조예가 깊다. 그는 클라우제비츠의 저작을 숙독하고 연구했다. 그는 중국 중경의 군사대학을 졸업했으며, 1935년 그곳에서 현재 조직(백의사)의 핵심을 만들었다. 그는 모든 정치조직, 육군 및 해군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조직원을 침투시켰고 모집하였다. 이들 요원의 다수는 1947~48년 동안 CIC 임무를 추진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이 보고가 한국인 요원의 손에 들어갈 위험성 때문에 과거에는 그 민간인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 민간인의 이름은 백의사의 대장(총사령: 역자) 염동진이다.

    주한미군사령부에는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외국인들이 통역관, 번역관, 고문관으로 고용되어 있기 때문에, 이 정보는 기록물로 작성되지 않았으며, 미군 관련 요원들이 1948년 12월 본국으로 귀환함에 따라 (CIC의) 전체 조직망은 해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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