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지방자치단체 선정을 위한 평가항목은 단체장 리더십, 정책추진, 대응성, 재정운용 등 4개였으며, 각 항목에 25점씩 100점 만점으로 평가했다.
평택항 활성화 노력 돋보여
평택시는 단체장의 리더십이 일선행정에 반영되는 모습이 돋보였다. 평택시 자료에는 단체장의 정책판단을 일선 공무원들이 추진하여 기초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가시적인 모습과 내용이 들어 있었다. 특히 평택시가 서해안고속도로의 건설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되고 평택항이 물류유통의 전진기지로서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시가 잘 이용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즉 외부 변화에 자치단체가 능동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특히 평택항 활성화 노력을 통해 시가 동북아 무역·물류의 중심도시로 변화하고 있음에 따라 각종 문화, 예술, 체육 시설을 정비해 문화·예술도시로 조성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행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한 모습이 좋았다. 평택시의 다양한 노력과 더불어 특히 주목할 부분은 서해대교와 평택항을 문화·관광 발전을 위해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서해대교와 평택호(아산만) 주변을 정비하여 문화·관광시설을 개발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 점은 타 지방자치단체가 본받을 만한 사례로 손색이 없다.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서면평가와 방문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평가는 서면평가에 그쳤다는 점에서 평가기준에 의거, 성실히 기술한 자치단체가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박희봉 대진대 교수·행정학)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시원스레 뚫린 서해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낯선 풍경이 펼쳐진다. 지난해까지 아산방조제를 건너면서 바라보던 갯벌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던 그 바닷가가 아니다. 선적을 기다리는 수천대의 승용차가 부두를 가득 메우고 이들을 북미까지 실어 나를 대형 선박들이 고동을 울려댄다. 그 옆으로 대형 컨테이너 화물선들이 쉴새없이 오고간다.
‘21세기는 평택항시대’
경기 평택시가 급변하고 있다. 한국행정학회와 ‘신동아’가 2001년 경기지역 우수 지방자치단체로 선정한 평택시는 평택항을 중심으로 동북아 무역·물류·교역 중심도시로 힘찬 비상을 시작했다.
김선기(金善基) 평택시장은 “평택은 오랫동안 평택평야에서 나는 평택쌀과 평택배의 명성에 힘입어 농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그러나 몇년 뒤면 평택은 산업, 무역, 교통, 관광의 도시로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장은 “이미 평택항을 중심으로 서해안시대의 중심지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택시는 ‘평택비전 2016’이라는 장기발전계획을 만들어 90만명이 거주하는 무역·물류도시, 환경친화적인 자족도시, 문화·관광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발맞춰 대중국 교역은 물론 21세기를 선도할 서해안 중심축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다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다.
‘99 삶의 질 향상 전국 최우수 자치단체’(한국능률협회) ‘2000 보건행정 시책평가 전국 최우수 자치단체’(보건복지부) ‘ISO 9001 전국 최초 전분야 인증 획득’등 민선자치 이후 22개 부문에서 43회 각종 수상을 하는 성과를 거둔 평택시.
한국행정학회 우수지자체 평가팀은 “중국의 경제대국화라는 외부여건을 적극 활용해 내부 발전의 계기로 삼고 착실히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평택의 변화를 가능케하고 있다”며 “평택항시대를 열어나갈 충분한 자원과 개발능력이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평택은 어떤곳=1981년 평택군 송탄읍이 송탄시로 승격한데 이어 1986년 평택읍이 평택시로 떨어져나가 3개 시군으로 나뉘었다가 1995년 주민투표를 통해 3개 시군이 통합해 오늘의 평택시를 이뤘다. 453㎢ 면적에 인구 35만7000명이 살고있다. 이는 전체 경기도 인구의 3.9%. 재정규모는 연간 4500억원대. 1998년 2123억원이던 시 부채는 올 8월말 현재 1436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2016년까지 인구 90만명의 대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
평택은 쌀과 배가 유명하고 화훼와 축산물을 수출하지만 평택항이 개발되면서 인접한 포승국가공단과 송탄 칠괴 장당 추팔등 지방공단 321만평이 조성된 전형적인 도농(都農)복합시다. 남부로는 경부선철도, 경부 및 서해안고속도로, 국도 1·39·45호선이 지나가고 동서로는 동서고속도로와 국도 38호선이 관통하는 경기 남부 교통의 요충지.
경부선철도와 경부고속도로는 원래 안성을 지나가게 계획돼 있었지만 안성주민들의 반대로 평택으로 지나가게 됐다. 안성보다 늦게 발전했지만 안성을 추월한 지 오래다. 그래서 안성주민들은 “우리가 너무 폐쇄적이지 않느냐”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달초 준공된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중국 산둥성 영성시를 오가는 카페리가 취항을 앞두고 있어 물자교역 뿐만 아니라 인적교류의 중심지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평택호(아산만)는 종합관광위락단지로 개발계획이 세워졌으며 수원∼천안간 전철, 평택항 인입철도 등도 조만간 건설될 예정이다. 2016년이면 10개 생활권을 중심으로 90만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발돋움한다.
국제적 항구로 도약
▼평택항과 서해대교= 평택시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데는 무엇보다도 서해대교의 개통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개통한 서해대교(7.31km)는 세계 아홉 번째, 국내 최대규모의 사장교로 평택과 충남 당진을 연결, 서해안 시대를 활짝 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평택의 변화는 평택항과 함께 시작됐다. 1989년 국내 3대 국책항만으로 개발이 시작된 평택항은 국내 물류기지로서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 허브(Hub) 항만으로 발전해 나갈 계획을 갖고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군산항 및 부산항과의 육상거리 비교우위로 인천항으로 가던 수출 자동차도 이곳으로 몰리고 있다”며 “경기 충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경우 인천항과 비교해 1대에 2만여 원의 물류비용이 절감된다”고 설명했다.
평택시는 지난해 15만대 수출에 이어 올해는 36만대의 자동차 수출목표를 세웠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수출로만 지난해 28억원에 이어 올해는 55억원의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인천항(32만대)을 제치고 울산항에 이어 국내 2위 자동차 수출항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평택항의 배후도시 개발 청사진도 착착 그려지고 있다. 588만평의 항만 배후도시에는 생산 유통업단지 298만평, 관광 주거지역 52만평, 녹지지역 237만평이 조성된다. 60만평 규모의 청북신도시도 개발될 예정이다.
▼관광문화도시= 서해대교와 평택항을 산업과 교역, 교통 요충지로만 두기보다 이를 적극 활용한 관광과 문화도시로의 접목이 돋보인다. 시 관계자는 “평택호를 중심으로 종합관광단지 개발계획을 추진중”이라며 “계획이 완료되면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평택시는 평택항과 인접한 740만평의 평택호와 2.56km의 아산만 방조제를 포함해 권관, 신왕, 내리지구 등 3개 지구 81만평의 평택호 일대를 종합관광단지화할 계획이다. 10년 계획으로 추진되는 관광단지 사업은 총 4100억원의 재원이 투입된다. 신왕지구(58만1000평)에는 경정장(競艇場)을 조성하고 마안산 일대에는 자생 동식물과 서식지 등을 관찰하는 바이오파크와 인공스키장, 미니어처파크, 수변카페테리아 등을 망라한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또 1만1000평 규모의 평택항 개항 기념공원(조형물)이 2003년까지 조성되고 현덕면 일대에 지하 2층, 지상 42층의 대규모 해상 레저타운을 세우는 랜드마크 타워(Landmark Tower)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평택시를 관통하는 17km의 진위천 강변도로와 서해안을 끼고 도는 벚꽃도로, 유채꽃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김선기 시장은 “2002년 월드컵과 2008년 북경올림픽에 대비한 관광도시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중국은 물론 일본, 홍콩과도 카페리 항로가 열리면 몇 년 안에 연간 3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자족도시=시 면적 453㎢중 223.2㎢(49%)가 경지면적. 친환경 농업에 의한 평택쌀은 서울의 주요 백화점에서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평택배 또한 당도가 전국에서 최고로 알려져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동남아 등지에 연간 3400톤을 수출하고 있다. WTO체제에 대응한 수출 전업농 육성(64농가)으로 한우 및 양돈농가들도 고급 육류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208만평의 포승국가산업단지와 113만평의 송탄 장당 추팔 등 지방산업단지에는 세계적 IT기업인 인포디스크 등 고부가가치 벤처기업들이 입주했고 내년까지 1000여 개 기업이 유치될 전망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평택시 장기종합발전계획에 명시된 ‘평택환경의제 21’을 적극 실천해 시민과 NGO가 함께 하는 그린 평택가꾸기 추진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며 “전국에서 가장 살기좋은 성공적인 도농복합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행정학회 우수지자체 평가팀은 “초대 민선시장으로 취임한 뒤 연임하고 있는 김선기 시장의 남다른 노력도 이번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며 “평택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