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부산 남구 “공공근로사업의 모범적 운영”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육성, 지적 공부의 전산화 (자치단체장 : 이영근 구청장)

  • 조용휘 <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 silent@donga.com

    입력2005-04-04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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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추천위원회는 세 가지의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사업의 참신성, 사업의 중요성, 사업의 효과성이 그것이다. 사업의 참신성은 독창성과 시기적합성을, 사업의 중요성은 사업규모와 시·공간적 파급성을, 사업의 효과성은 경제성(비용절감, 수익증대)과 문제해결 정도, 주민만족도 등을 주로 고려했다.

    심사 대상은 부산광역시 소재 16개 기초자치단체이나 부산진구, 연제구, 사하구, 남구 등 4개 단체만 자료를 제출했다. 평가자료는 각 단체가 제출한 관련 자료를 기본으로 삼고, 일간신문에 게재된 관련 기사 등을 보충자료로 활용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부산시내 지방자치 관련 행정학과 교수 4명(김현조, 이강웅, 강재호, 허철행)을 위원으로 한 심사위원회에서 남구를 우수 기초자치단체로 선정했다.

    남구는 자연적·역사적 조건을 잘 활용하고 창의적인 사업을 개발, 추진함으로써 지방자치에 모범적 사례를 남기고 있어 우수 기초자치단체로 추천하게 됐다. 남구의 경우 보건소 건물을 신축하거나 백운포 종합체육공원을 조성하는 데 공공근로자를 동원함으로써 실업자에 대한 생계지원은 물론, 외부재원을 활용해 자체 건설공사비용의 절약을 도모하고, 아울러 주민건강을 증진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보건소 신축에 공공근로자를 동원한 것은 전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로 아이디어의 참신성이 돋보인다.

    ‘토지 공부 전산화’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고 세무관리업무를 신속·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토지 공부(公簿)를 전국 최초로 전산화한 것도 선진적인 노력으로 높이 평가된다. 토지 공부를 전산화함으로써 종전 20분 정도 걸리던 증명서 발급이 15초로 단축되어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크게 개선했다.



    남구는 UN기념공원과 관련하여 특별기획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UN기념공원을 영상매체화해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출품함으로써 한국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부산의 영상산업 발전에도 일조하고 있다. 또한 기념공원을 사이버 공간(www.unmck. or.kr)에 연결함으로써 사이버 참배 등 각종 의식을 통해 해외 참전용사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우방국과의 친선을 돈독히 하면서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김현조 동의대 교수·행정학)

    남구는 부산의 남쪽에 위치한 자치구로서 긴 해안을 끼고 있고, 6·25 전쟁 당시 자유를 위해 싸우다 숨져간 외국 참전용사들이 안장된 UN묘지가 있는 것이 특징. 남구는 이러한 자연적·역사적 조건들을 잘 활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 적극 추진함으로써 지방자치에 모범적 사례를 남기고 있다.

    부산 남구가 추진한 사업 중 주요 모범사례는 ▲생산적인 공공근로사업 ▲무료급식소 운영 ▲지적(토지) 공부의 전산화 ▲UN기념공원의 문화상품화 및 국제친선 강화 ▲티코 타는 구청장 등이다.

    공공근로사업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실직자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국가 부담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대상자를 선정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남구는 199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비와 시비, 구비 등 총 31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공공근로사업으로 보건소를 건립, 행자부 주관 공공근로사업 평가에서 전국 232개 기초단체 중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공공건물의 신축에 공공근로자를 동원한 것은 전국 처음인데다 아이디어의 참신성과 생산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았다.

    이 사업에는 IMF 등으로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와 생활보호대상자 등 2만2545명의 인력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827평의 보건소 건물을 반듯하게 완공했다. 전기와 소방, 통신 등 전문분야는 도급으로 시행하고, 건축분야는 대부분 건축경험이 있는 공공근로자를 투입해 14억여 원의 공사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영근(李英根) 구청장의 ‘하면 된다’는 신념과 건축물은 건축업자가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공무원들의 전환된 사고방식이 일궈낸 결실이다.

    또한 올해는 남구 용호동 일원 백운포 매립지를 주민 종합체육공원으로 조성키로 하고 현재 공공근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10억여 원의 예산이 드는 이 사업에는 공공근로자 110명이 투입돼 1만4000여 평의 부지에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체육시설과 쉼터 등 주민휴식공간을 조성하게 된다.

    공공건물이나 체육시설 건설에 공공근로자를 동원함으로써 실업자에 대한 생계지원은 물론 건설비용의 절약과 주민건강을 증진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는 효율적인 행정사례들이다.

    생활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무료급식을 행정기관이 시행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남구는 지역 내 생활형편이 어려운 60세 이상 노인들에게 1999년 12월1일부터 지금까지 하루 평균 100여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오고 있다. 전국의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운영된 무료급식소는 구청 별관 1층에 50평 규모로 마련돼 있으며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된다.

    급식 대상은 남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주민으로 사회복지과에서 무료급식증을 발급해 준 사람. 8월말 현재 급식을 제공받은 연인원은 7만3142명에 이른다. 지역문제는 당해 지방정부가 책임진다는 지역복지 개념을 구현하고 있는 이 사업도 공공근로사업의 하나다. 음식을 조리하고 나르는 일은 10명의 공공근로자가 도맡아하고 있다.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고 세무관리업무를 더욱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토지 공부(公簿)를 전국 최초로 전산화한 것은 선진적인 노력으로 높이 평가된다. 이 작업이 결실을 거둔 데는 이영근 구청장이 세무사 출신이어서 세무관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1998년 부산시 주관 ‘부산지방 지적업무 개선세미나’에서 최우수 과제로 선정돼 지난해 8월 완료된 이 시스템은 기존 문서형태의 토지 및 임야대장 235권(5만9612필지)을 화상 입력장치인 스캐너를 이용, 필지별로 CD 5장에 저장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토지대장을 영구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리가 용이하고 신속한 자료검색이 가능해졌다. 종전 20분이 소요되던 증명서의 발급 시간이 15초로 단축되고 1회 1건에 국한되던 조회건수도 관련 자료를 모두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가 크게 개선되고 아울러 담당직원의 업무생산성 향상과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던 대장의 비치 공간을 대폭 축소해 시설 공간의 활용을 극대화했다. 구청은 이 시스템이 지난해 지방행정연구소 발행 ‘월간 자치행정’에서 모범사례로 선정되자 전국의 자매결연단체와 부산지역 각 구·군 등에 지적공부관리시스템 해설집을 만들어 무료로 배부했다.

    이문석(李文錫) 지적과장은 “자료의 정확성 등으로 업무능률이 향상된 것은 물론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구 대연동에는 부산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부산문화회관이 자리하고 있다. 그 바로 옆에는 6·25 당시 평화와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16개국 2300여 명의 영령이 잠들어 있는 UN기념공원이 위치해 있다.

    남구는 이 두 명소를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특별기획사업을 추진해 지난 1년간 4억65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지난 6월 애니메이션인 ‘목각병정 이야기(This kind of Going Home)’를 완성했다. 이 작품은 국내외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어서 한국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부산의 영상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부가가치 문화산업

    한국예술종합학교 박세형 교수가 총감독을 맡아 ㈜캐치미디어가 제작한 이 애니메이션은 28분 분량으로 한국전쟁의 참상과 UN기념공원을 소재로 한 것이 특징이다. 목각병정 인형을 동생에게 만들어주고 군에 입대한 미술대학생 영철이를 통해 전쟁의 비극과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주 내용이다.

    남구는 이 동영상을 조만간 개설할 UN기념공원 안장용사를 위한 사이버추모 인터넷 홈페이지(www.unmck.or.kr)를 통해 서비스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해외에 있는 한국전 전몰용사 유가족들이 공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안장자를 검색할 수 있고 묘지사진을 볼 수 있다. 헌화를 요청할 경우 구청직원이 직접 해당 묘지에 헌화한 뒤 사진을 전송해 주는 시스템도 갖춘다.

    이와 함께 현재 특허청에 특허 출원중인 인기만화가 이현세 씨가 그린 16개 UN 참전국 용사의 캐릭터를 활용해 액세서리와 팬시제품 등 다양한 기념품을 만들어 UN기념공원 등지에서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중이다.

    연임하고 있는 이영근 구청장은 1998년 1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가 빚어지자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경비절감을 위해 관용차를 그랜저에서 경차인 티코로 교체했다. 만 4년째인 요즘도 그는 행정수행은 물론 현장방문이나 출퇴근에 이 차를 즐겨 타고 다닌다.

    이청장은 “보험료 자동차세 유류비 등을 감안할 때 연간 400여만 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며 “주위에서는 ‘쇼맨십이다’ ‘인기책이다’ 등 말이 많지만 사회지도층과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는 사회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그의 절약정신과 위민행정은 청사 건립에서도 잘 나타난다.

    1997년부터 추진된 청사 건립사업은 당시 581억여 원을 들여 1만여 평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키로 했다. 상가 빌딩을 빌려 쓰다 보니 민원인들의 불편은 물론 직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IMF 사태가 터지자 이 청장은 아예 이 계획을 철회하고 부산시교육청 부지 5000여 평에다 총사업비 30억원을 투입, 임시 청사를 지어 이전했다. 이청장의 이러한 결심은 당시 ‘신청사 건축 붐’으로 재정난을 겪던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되는 것이어서 감사원으로부터 지방재정 건전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밖에 1일 명예구청장제 운영, 민원실 내 상설전시장 운영,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 추진, 환경오염과의 전쟁 선포 등 주민들이 ‘지방자치의 진수’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행정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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