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경쟁력 저하의 주범 考試제도 개편해야”

인터뷰 김광웅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입력2005-01-11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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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인사개혁을 주도하는 김광웅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이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변화와 개혁에 미온적인 일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을 “19세기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 그는 “공무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시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기억하는 김광웅(59)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의 이미지는 전형적인 학자풍이다. 평생 연구만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흔한 큰 머리하며, 위엄을 풍기는 크고 둥그런 안경하며, 무엇이든 분석대상으로 삼아버릴 듯한 총총한 눈빛하며, 온화함을 풍기는 둥글고 시원스러운 이마하며….

    1997년 대선 당시 김광웅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선 후보들을 초대한 TV토론에 패널로 참석했다. 그때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를 매섭게 몰아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1999년 5월 그는 김대중 정부에 합류했다. 공무원 인사개혁을 위해 신설된 중앙인사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 된 것이다. 장관급인 이 자리는 반평생을 대학에서 보낸 그의 첫 관직이기도 하다.

    약속한 오후 2시가 되자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인상은 생각보다 배가 나왔다는 것. 배 나온 사람들은 대체로 성격이 원만하다고 하던가.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그가 농을 했다. “보내준 예상질의서를 보니 국정감사보다 더해요.” 기자는 예상질의서에 없는 질문부터 꺼내들었다.

    ―8월17일 대통령과 몇몇 장관이 참석한 청와대 오찬에서 세게 얘기하셨던데요. ‘우리나라 공무원의 문장 구사력, 논리력, 판단력이 떨어져 시장경쟁에서 도저히 이길 수 없다. 그런데 부처간 경쟁과 견제에만 매달려 국력을 낭비하고 있다’고요.

    “교육인적자원부가 주관하는 회의였어요. 사실 그런 얘기를 대통령 앞에서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지요. 그냥 마음먹고 했어요.”



    표현력, 설득력 없는 공무원들

    ―어떤 취지로 말씀하신 겁니까?

    “공무원 조직에는 사실 우수한 사람들이 들어와요. 그런데 일단 들어온 후엔 커다란 보호막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신분이 보장되고, 시장보다 경쟁력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하니까. 그렇게 안주하다 보니 실력이 퇴보해요. 정부가 시장과 꼭 경쟁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시장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거지. 정부가 시장을 간섭하고 억압하는 시대는 지났잖아요. 어쨌든 보기 좋게 이야기하자면 정부가 시장과 경쟁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경쟁 상대가 시장이 아니고 다른 부처예요. 정부 안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요. 그러니 시장이나 국민한테 전달되는 정부의 서비스가 줄어들죠. 안에서 힘을 빼니까. 정부 부처끼리 경쟁하고 때로는 쓸데없이 견제하면서 국력을 소비하고 있어요.

    정부의 경쟁력은 공무원의 실력에서 비롯되는데, 이분들이 머리는 우수한데 표현능력이 없어요. 적절한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이 없어요. 그러니 설득력이 없는 거예요. 그 속에 논리도 없고. 그래가지고 어떻게 시장과 경쟁하며, 어떻게 기자를 설득하며,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겠느냐, 어떻게 국회의원을 설득하겠느냐, 그런 얘기예요. 고시제도를 바꾸자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겁니다. 암기력 좋은 사람을 뽑으면 뭐 합니까. 언어 표현력이 있고 논리가 서고 자료를 해석하고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거지. 예상 답을 외워놓았다가 그대로 써내고 객관식 문항의 답을 잘 찍은 사람이 들어와선 안 되죠. 그런 뜻에서 고시제도를 처음에 오자마자 바꾸려 했던 겁니다.”

    김위원장은 지론인 듯 망설이거나 주저하지 않고 얘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부처간 경쟁이라니?

    “이른바 개혁 부처들이 그런 짓을 하고 있어요. 개혁을 주도하는 부처가 기획예산처예요. 그렇지만 기획예산처만 개혁을 하는 건 아니고 각 부처가 다 하는 거예요. 그런데 어떤 때보면 과시욕이 지나쳐요. 서로 자기네가 한 일이라고 신문에 내요. 정작 일을 한 곳은 따로 있는데. 그게 무슨 짓들입니까. 일이 되는 게 중요하지, 과실을 따는 것이 급합니까. 그런 현상에 대해 작심하고 얘기했죠.”

    중앙인사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첫째, 인사행정에 관한 기본정책 수립이다. 인사·보수 등 인사관계법령의 제·개정을 심의한다. 둘째, 고위직 공무원 인사심사로 1∼3급 공무원의 채용 및 승진을 심사한다. 그 밖에 직종별 봉급과 제수당, 여비 등을 조정하는 공무원 처우개선, 인사감사도 주요 업무다.

    현정부의 지역편중인사를 지적하자, 그는 스포일즈 시스템(spoils system: 엽관제(獵官制). 정권을 잡은 정당이 승리의 보수로서 관직과 이권을 당원에게 배분하는 일)을 들어 비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나라에서는 스포일즈 시스템이 정착돼 있어요.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 정부의 주요 자리를 다 차지하게 돼 있어요.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다는 것은 ‘생각이 같고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정기간 정부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사를 국민에게 물어 동의를 얻은 겁니다. 그래서 그 정당이 원하는 대로 인적 구도를 짜는 겁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바뀌면 4000개의 자리가 바뀌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에 따르면 이른바 핵심직에 호남 출신이 많다고 해서 그렇지, 전체 주요 공직자의 출신지 비율을 따져보면 지역편중인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지난 2년여 동안 고위공직자 채용·승진심사와 감사를 통해 인사질서를 꽤 바로잡았다고 자부하고 있어요. 장·차관을 포함한 정무직과 산하단체장 인사는 우리를 거치지 않아요. 지역 편중이다, 집권당 마음대로 한다, 공동정부가 나눠먹는다고 비난하는데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걸 옹호하거나 비호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다른 측면도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주요 공직을 조사해보니 오히려 역대 정부 중 지역편중인사가 가장 덜한 정부예요.”

    중앙인사위원회는 출범 직후부터 ‘국가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오고 있다. 필요한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서다. 현재 약 7만명을 확보한 상태다. 김위원장은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앞으로는 장관 후보도 대통령에게 세 사람만 올릴 것이 아니라 열 명씩 추천해 적격자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인사제도가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무원 인사가 일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거예요. 순환보직이라고, 자리에 앉은 지 1년도 안 돼 사람을 돌려요. 건설교통부 2급 항공국장 자리에 누구나 갈 수 있어요. 계급만 같으면 박씨도 가고 이씨도 가고 김씨도 갑니다. 그것이 지금까지의 인사패턴이에요. 지난번 대통령께서도 강조하신 게 전문성 확보였습니다. ‘WTO 협상에 나가는 사람, 제발 그 자리에 오래 두라’는 말씀이었죠. 전문성을 갖추고 오래 일해야 할 자리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라는 인식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또 하나, 우리는 퇴직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요. 정부에서 평생 일하고 밖에 나간 사람들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20만명이나 되는 퇴직 공무원이 민생위원으로서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전문성을 쌓지 못하게 하는 인사관행 탓에 아까운 인적 자원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계급제가 공무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요. 바꿔야 할 게 참 많아요.”

    ―공무원 사회에 유난히 인사적체가 심한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윗자리가 모자라는 탓도 있어요. 일본이나 미국엔 윗자리가 많아요. 우리는 상위직이 뾰족한 피라미드이고 선진국은 넉넉한 피라미드예요. 뾰족한 피라미드다 보니 올라갈 자리가 없는 거예요. 명퇴가 생긴 것도 그런 이유죠. 그리고 아래에서 얼마나 비방합니까. 능력 있는 사람인데도 1급이 되면 ‘언제 물러나야 되나’ 하고 걱정합니다. 밑에서 빨리 나가달라고 눈치를 주니 오래 못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윗자리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지요. 그래서 일 중심의 인사제도로 바꾸려는 거예요. 비록 윗자리에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성과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자는 거죠. 그런데 제도를 바꾸는 데 반대하는 부처가 많아요. 아직 19세기에 머물러 있는 부처들이지요. 참 딱하고 한심해요. 시대가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우리(중앙인사위원회)보고 이상적이라고만 얘기하니.”

    그의 표현을 빌리면 공무원은 모순된 집단이다. 남보고는 변하라고 하면서 자신은 절대 변하지 않으려 하는.

    “미국의 행정개혁은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며 진행된 거예요. 일본도 마찬가지고. 가만히 있다가 어느 날 아침에 변화된 것이 아니에요. 지금 시작해야 10년, 20년 후에 변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기상조라면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 해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라 공무원이 사회 전분야의 개혁을 주도합니다. 정부뿐만 아니라 시장도 바꾸고 사회도 바꾸려고 해요.

    그런데 정작 자신은 절대 변하지 않으려 해요. 내가 학교에서 왔다고 이상주의자라는 거예요. 바꿔야 할 때가 왔는데도, 아니 이미 지났는데도, 때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죠. 대통령께서는 이거 바꾸자, 이거 안 되지 않느냐,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밑에서 안 움직이는 거예요. 부처간에 어려움이 많아요.”

    ―공무원의 좋지 않은 속성으로 흔히 무사안일주의와 복지부동을 꼽지요.

    “그렇지 않은 공무원도 많아요. 그런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느냐 하면, 관행이 그렇게 만든 거죠.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결국 손해를 보게 되니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고, 예측이 빗나갈 수도 있고, 또 사회적인 조건이 맞지 않아 잘 안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일이 잘못되면 무조건 실무자들을 때려요. 언론이 때리고 국회가 야단치고 감사 때 당하고…. 그러니 일 안 하는 게 본전이에요.

    요즘은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일을 안 해도 신분이 보장되니 될 수 있으면 일 안하고 시간을 끌었죠. 그런데 지금은 중앙 부처에서 일 제대로 안 하는 사람은 승진 안 돼요. 다면평가라는 말 들어보셨죠? 상사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동료가 평가하고 부하가 평가하고 민원인도 평가해요. 놀고 먹으면 왕따 당하고 매도당하기 때문에 노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사각지대도 있어요. 민원부서 같은 데서는 아직도 요령 피우는 사람이 없지 않아요. 그런 사람 때문에 ‘정부는 변한 게 없다’ ‘공무원은 믿을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죠.”

    그는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 공무원들이 밤늦게 퇴근하는 실태를 지적하며 일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정말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느냐는 거예요. 정부가 안 해도 될 일을 괜히 끌어안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구조조정은 그래서 하자는 거예요. 민영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고.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하고 있거든요.”

    ―지난 7월부터 외교통상부와 기상청에서는 직위분류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중앙인사위원회에 제안한 것은 고위공무원단제도였지요? 직위분류제와 차이가 있는데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내놓은 공무원 인사제도 개선안은 기업을 기준으로 삼은 거예요. 정부가 기업은 아니잖아요. 정부는 정부대로, 외교부는 외교부대로 고유한 전통과 문화가 있단 말이에요. 고위공무원단제도는 아직은 말만 하고 있지 실현되지 못한 상태예요. 관련법의 국회 통과 절차도 있고. 현제도를 활용해 개혁하려다 보니 외교부 실정에 맞게 변형시킨 거예요. 그러니 삼성경제연구소가 제시한 모델과는 좀 다르죠.”

    ―직무성과급제, 연봉제에 대해 일선 공무원들 사이에는 부정적 여론이 높은 듯싶습니다. 공무원 일이라는 게 대국민 서비스 측면이 강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데, 회사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민간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능력이나 성과를 계량화·수치화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자 불만이에요. 어떤 논리로 설득할 수 있을까요?

    “계량화할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죠. 그 기준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예컨대 기관장 또는 부서 상관이 평가하는 항목이 있는데, 그것은 계량화할 수 없는 업무는 주관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에요. 정부가 자극을 줘야 경쟁력이 생기는 겁니다. ‘너 뛰어라’ 해도 뒤에서 불이 나지 않으면 안 뛰는 사람들이 있다고요. ‘조금 있다 뜁시다’ ‘슬슬 걸어가도 되는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경우엔 불을 낼 수밖에 없지요. 성과급제라는 게 그런 겁니다. 물론 정확한 평가가 전제돼야겠죠.”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민원창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의 친절성은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고.

    “그것도 평가가 가능해요. 다면평가제에서는 민원인도 평가에 참여하거든요. 그리고 상사들이 다 알아요. 다 아는데, 문제는 이거예요. 불친절한 걸 알면서도 고생하지 않았냐며 점수를 주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생했다고 하면 마음이 약해지잖아요. 또 집단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기관도 있어요. 군대, 경호실, 철도청… 그런 기관은 집단평가를 합니다. 그렇지만 개인평가로 얼마든지 구별이 돼요.”

    ―근본적인 문제는 뭐든지 계량화해 경쟁을 시키는 데 대한 반감 아니겠습니까. 조직의 화합을 해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가받기 싫어하고, 남을 평가하는 일도 잘 못해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고. (평가를)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다 싫어한다고. 또 평가결과에 승복하지도 않아요. 학생들 중에도 성적이 나온 후 교수실로 찾아와 따지는 사람이 있어요. ‘나는 열심히 했는데 왜 C밖에 안 나왔느냐’고. 그러면 답안지철을 꺼내 ‘네가 쓴 것을 A 맞은 학생 것과 비교해 보라’고 말합니다. 얼굴도 못 들고 나가죠.”

    인정과 합리를 명확히 구분하는 사람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는 ‘올바르다’는 평 대신 ‘냉정하다’는 딱지를 붙인다. 심지어 ‘인간미라고는 없다’고 말한다. 동료와 선·후배간에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인사개혁안을 공무원들이 탐탁찮게 여기는 데는 그런 점도 작용하지 않을까.

    ―과장급 이하에 대해 성과상여금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요. 그런데 제도 자체를 문제 삼는 공무원 내부의 반발과 별개로 지급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하위 30%를 빼고는 등급별로 각각 월급여의 150%, 100%, 50%를 주는데, 잘못됐다는 거예요. 소수의 상위그룹에만 줘야 성과급제의 본뜻을 살릴 수 있다는 지적이죠.

    “처음엔 특별상여수당으로 상위 10%에만 줬어요. 10명 중 1명만 받고 9명은 못 받으니 1명이 나머지 사람에게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받은 돈으로 술을 사죠. 열심히 일한 데 대한 보상으로 부인한테 갖다주라는 돈인데 그런 식으로 써버리더라고요. 이런 게 우리나라 조직문화예요. 이래서는 성과급 주는 의미가 없죠.

    그래서 비율을 늘린 겁니다. 50% 정도로 늘리려는 게 저희 목표였어요. 반은 주고 반은 주지 않죠. 시민단체도 그런 의견을 내놓았고. 그런데 행자부가 우기는 바람에 70%까지 주게 됐어요. 그렇게 바뀌니까 이번엔 나머지 30%가 항의를 해요. ‘왜 우리는 안 주냐’고. 사실 70등과 71등의 차이가 있겠어요? 없죠. 그렇지만 이쪽 범주에 들어가든 저쪽 범주에 들어가든 결과에 승복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냥 우기는 거예요. 내가 뭘 잘못했느냐, 너희만 잘나서 받느냐고. 다른 집단은 몰라도 공직에 있는 사람은 그러면 안 되죠.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에요. 관행이 아주 나쁘고, 조직문화가 근대화되지 못해 좋은 제도를 자꾸 훼손하고 있어요.”

    ―개악이 돼버린 셈이군요.

    “개악은 아니지만,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내년엔 좀더 현실 을 반영해 바꾸려고 해요. 집단으로 줄 수밖에 없는 데는 집단으로 줄까 합니다. 집단에 주면 부서원들이 같은 비율로 나눠 갖든가, 아니면 그 안에서 다시 개인별 평가를 해 차등 지급할 수도 있겠죠. 그런 건 부처 사정에 맡기려고 합니다.”

    성과상여금을 비판하는 논리는 또 있다. 겉으로는 상여금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임금인상 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공무원직장협의회에 따르면 재정이 취약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과상여금을 주는 대신 원래 있던 수당을 없앴다. 그야말로 ‘쌈짓돈이 주머닛 돈’인 셈이다.

    ―전체의 70%에게 성과상여금을 주는 것은 결과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몇 년 전 사라진 일부 수당 대신 성과상여금을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요.

    “그건 아니고요. 체력단련비를 없앤 걸 말하는 모양인데, 체력단련비는 뒷날 가계생계비라는 명목으로 부활했습니다. IMF 당시 사용하고 남은 실업대책비 일부를 성과상여금으로 돌린 것입니다.”

    ―어쨌든 대상자가 70%에 이른다면, 임금을 실질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공무원 보수가 하도 낮으니까, 결과적으로 보수가 인상되는 효과가 생기는 건 사실이죠. 더 주는 거니까.”

    과연 성과급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김위원장은 “성과급으로 나가는 돈이 1년에 2000억원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런 건 정확해야 한다”며 인터폰을 통해 실무자에게 자료를 뽑아오라고 지시했다.

    확인 결과, 성과급은 공무원 인건비의 1% 남짓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인건비 18조9432억원 중 성과상여금으로 나간 돈은 2035억원이었다. 여기엔 교육공무원 몫이 빠져 있다. 교원 몫을 더하면 성과급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김위원장은 전교조의 반대로 교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이 무산된 데 대해 “나름대로 이유는 있겠지만 진취적이고 개혁적인 제도에 반대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성과상여금이나, 국장급 이상에 적용하는 성과연봉제나 플러스 섬 형태를 띠고 있다. 말 그대로 성과를 낸 사람에게 돈을 더 주는 것이지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의 급여를 깎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수분이 아닌 다음에야 언제까지 더 주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수혜 대상자가 전체의 70%이지 않은가. 주는 만큼 빼는 게 있게 마련이다. 결국 그해 임금 인상률을 낮춰 전체 인건비를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 김위원장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가 “이런 것 좀 써주세요” 하며 화제를 돌렸다.

    “전자정부, 전자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 자원입니다. 부시 대통령이 최근 의회에 보낸 매니지먼트 어젠더―직역하면 관리의제인데―를 보면 인적 자원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미국도 그런 판에,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야 두말할 나위 없죠. 사실 교육부 명칭을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꾼 것이나 중앙인사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인적 자원의 수준을 높여야한다는 정부 의지를 반영한 겁니다. 우리는 그 동안 사람을 소비품으로만 여기고 투자대상으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제 정부도 그 중요성을 알고 여러 가지 제도를 바꿔나가려 하는데, 쉽지 않아요. 일부 부처는 여전히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방형 임용제에 대해서도 일선 공무원의 호응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기라 그런지 몰라도 효과도 신통찮은 것 같고. 야당은 개방형 임용제가 여당 쪽 인사나 친정부 인사를 고위공직에 앉히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고 있어요.

    “그런 것 없어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도 않았고. 중요한 건 이거예요. 정부를 열었다는 것. 예전 같으면 밖에서 어떻게 정부의 높은 자리로 들어갑니까. 특채로 들어가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건 아주 드문 경우였죠. 그런데 열었단 말이죠. ‘실력 좋은 사람은 다 오라’. 그런데 좋은 사람이 안 오고 있어요. 지금까지 238명이 여러 자리에 지원했는데 경쟁을 시켜보니 공무원만 못해요.”

    ―민간인보다 공직사회 내부에서 발탁된 사람이 더 많지요?

    “그렇다고 옛날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공무원 중에 그 자리에 갈 만한 사람만 뽑으니까요.”

    ―심사는 중앙인사위원회에서 합니까?

    “우리가 심사하는 건 40% 정도예요. 승진에 해당하는 경우만 하고, 나머지 경우는 해당 부처에서 합니다. 법에 승진과 채용심사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계는 있지만, 각 부처에서 이제는 정확하게 심사하고 있어요. 민간에서 정말 우수한 사람이 왔다면 안 뽑을 수 없는 구조예요. 심사위원의 반 이상이 외부 사람이에요.”

    공무원 인사잡음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시·비고시 출신의 갈등이다. 비고시 출신은 7급 또는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지만 행정고시 출신은 곧바로 5급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이 차별이 공직생활 내내 승진과 보직인사에 적용된다는 것이 비고시 출신들의 불만이다. 중앙인사위원회의 ‘야심작’인 직위분류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직위분류제에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 성과를 내는 사람, 책임을 진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게 되니 지금보다는 나아질 거예요. 기존 인사관행을 보면 비고시 출신이 불만을 가질 만도 하지요. 그런데 그들의 차별 주장에도 모순이 있어요. 일종의 쿼터 의식인데, 미리 고시·비고시 비율을 정해놓고 승진을 시키는 것도 문제 아닙니까. 실력이 없는데도 일정 비율에 파묻혀 승진해서는 안 되잖아요.”

    ―직위분류제를 채택하면 고시제도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바뀔 수밖에 없죠. 고시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엔 일리가 있어요. 제 생각엔 지금의 공무원 계급 중 8, 9급은 없애고, 7급 시험만으로 공무원을 뽑는 게 좋을 듯싶어요. 현 고시제도에서는 능력과 상관없이 성적순으로 본인이 가고 싶은 부서를 선택합니다. 그런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글쎄. 일본에서는 합격한 다음에 본인이 세일즈하러 다녀요. 그런데 우리는 성적 좋은 사람부터 재경부 가겠다, 금감위 가겠다 하면서….

    수요자는 이 사람이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 전혀 모른 채, 그대로 받아야 하는 형편이죠. 수요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이에요. 합격자의 인력배치부터 바꿔야 해요. 행자부에 바꾸라고 얘기했는데, 왜 안 바꾸는지 모르겠어요. 적성과 능력 테스트도 거치지 않으니 막상 일 시켜보면 아는 건 하나도 없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중앙인사위원회는 국제업무담당 계약직을 공채했다. 1명 뽑는 데 80명이 몰렸다. 서류심사로 20명을 뽑고 거기서 다시 최종 후보 8명을 선정했다. 처음부터 영어 면접을 실시했다. 한국어로는 일절 답변하지 못하도록 했다.

    “대기업은 다 그렇게 하잖아요. 그런데 정부는 고시제도로 사람을 뽑겠다니 이 얼마나 시대에 뒤진 일입니까. 그걸 고치려하는데 못 고치게 해요.”

    ―교수 생활하다가 정부 기관장을 2년 이상 맡고 계신데, 적성에 맞으십니까?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고, 정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조금은 알겠어요. 교수 때도 그랬지만 자신에게 끊임없이 자문해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 방향설정은 맞는가…. 어찌 보면 다소 여유가 생긴 편이에요.”

    ―공직사회에 대해 특별히 느끼신 게 있다면?

    “나 자신은 기계가 돼 간다는 느낌이 들고요. 공직사회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자신의 시각과 주장만 펴지 말고 서로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것이 신뢰받는 정부로 가는 지름길이지요.

    다들 자기네만 옳고 남들이 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정부에는 큰 마이너스지. 어떤 때는 내가 다른 정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정권 임기가 1년여 남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 정부가 추진한 각종 개혁정책을 두고 말이 많다. 공무원 인사개혁의 깃발을 치켜들었던 중앙인사위원회는 뒷날 어떤 평가를 받을까.

    “우리는 우리대로 리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과연 우리가 한 일이 다 옳았는지. 아직 2년여밖에 안 됐으니 좀더 두고 봐야죠.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어요. 우리가 추진해온 정책들이 언제 어떻게 방향을 틀어버릴지.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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