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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통령이 막아도 대권 도전하겠다”

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

  • 안기석 < 동아일보 신동아 차장 >daum@donga.com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hades@donga.com

“대통령이 막아도 대권 도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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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DJ후계자는 나. 경륜없는 인물로는 안된다
  • ● 이인제보다 내게 정통성 있다
  • ● 영남에서 거부감없는 호남정치인은 나
  • ● 동교동 역할은 끝났다. 이제는 제 갈 길 갈때
  • ● 노무현·김근태 연대는 나중에 생각할 일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미증유의 대참사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지만 이 사태 직전까지 최대 뉴스는 민주당 내부 갈등이었다.

소장파는 물론이고 그 동안 신중한 행보를 지켜왔던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지난 9월초의 당정개편을 권노갑(權魯甲) 전최고위원의 ‘동교동계 구파’가 만들어낸 ‘졸작’이라고 몰아부쳤다. 이에 권노갑 전최고위원은 “동교동계는 당의 뿌리다, 동교동계 해체는 당의 해체를 의미한다”며 반발하는 등 공방이 치열했다.

동교동계 내부의 신구파 갈등도 사태를 복잡하게 했다. 한때 당대표로 거론됐다 구파의 반대로 좌절된 신파의 리더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결정한 이상 인사에 따르자”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번 인사문제로 동교동 구파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혼란 와중에 신동아는 한화갑 최고위원을 만났다. 인터뷰에서 한위원은 대통령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민주당 내에서 자신이 “정통성을 가진 최적임자”임을 강조했고 “민주화와 정권교체로 동교동의 역사적 임무는 끝났다. 각자의 길을 가야 한다”며 동교동 구파와 결별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리틀 DJ’라는 별명



한화갑 최고위원은 ‘리틀 DJ’라고 불릴 정도로 어법이나 행동거지가 김대통령을 닮았다는 평을 듣는다. DJ의 곁을 벗어나지 않은 그의 30년 정치역정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선생님’ 면전에서 대권에 도전할 뜻을 내비치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면 분명 이변이다. 인터뷰는 지난 9월15일 일요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영빌딩의 한미정책포럼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미국 테러사건에 대한 전망을 묻는 것으로 대화는 시작됐다.

-국제정세에는 식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테러소식을 접하시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전문가에 비하면 지식이 없어요. 그러나 만약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못했고 남북이 긴장관계에 있었더라면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얼마나 좋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을까, 이 정도라도 긴장완화를 이룬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이 MD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해서 우리도 참여할 것을 종용하고 북한에 압력을 가하다면 남북관계가 더 긴장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제는 평상시 전쟁에 대한 개념이 수정돼야지요. 전쟁은 군인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바뀌지 않겠어요. 테러는 전선이나 후방이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제는 지구 전체가 전장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MD를 한다고 해서 과연 미사일로 이런 전쟁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아랍국가의 감정을 유발하고 테러를 촉발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테러에는 무방비였다는 것이 이번에 입증된 것 아닙니까. 지금과 같은 중동정책으로는 사우디 이집트 파키스탄 등 아랍권 내에 있는 미국의 우방도 지도층만 우방이지 국민 저변의 반미감정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봅니다. 미국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행동은 종말이 아닌 시작이라고 보고 대비해야 합니다.”

-미국은 세계를 향해 ‘악과의 전쟁’에 동참해달라며 우리 나라에도 지원을 요청했는데.

“우리 정부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습니다. 다만 미국은 과거 게릴라전에서 이겨본 적 없기 때문에 게릴라전에 특히 뛰어난 아프가니스탄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미국은 감정적 보복보다는 신중한 보복을 해야 합니다. 한국에도 ‘물심양면’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으로 아는데 ‘군사적 동원’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에 미국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그 대신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도록 미국이 한반도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북한도 이런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북회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낙관적인 분위기인 것은 사실입니다. 새 주한 미대사도 이번 사태가 남북문제에 영향이 없다고 했어요. 남북대화가 계속되면 북한이 불량국가에서 제외되는 등 미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리 정부도 한국의 보수층을 끌어안고, 한반도 평화유지비용에 대해 야당과 대화하고 합의점 끌어내야 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어요. 과거의 여당은 안기부를 불러 물어봤지만 우리는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어요. 요즘 국정원은 정보 달라고 해도 안줘요. 국회 통외통위에서 의견을 듣는 정도지요.”

자신에게 정보가 오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대화는 정치 문제로 급선회했다. 인터뷰 내내 한위원은 자신을 ‘대통령의 핵심측근’ ‘동교동계’로 표현하는데 대해 불편해 했다. “고급 정보도 없고 ‘전권’이 없는데 무슨 핵심이냐”는 것이었다. “동교동계 정기 모임이 있다는데 초청도 받지 않아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내가 핵심이냐’라고 반문했지만 그 동안 동교동계에서 중요한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까. 정권 창출에 기여한 동교동이 지금은 잡음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동교동이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면 저는 한 멤버로서 역할을 했을 뿐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이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수십년 동안 제가 좋아서 그분(DJ)을 추종하다 보니까 한식구처럼 지내게 된 거죠. 권력의 핵은 대통령이 계신 청와대입니다. 누가 실세고 핵심이냐는 얼마나 대통령을 자주 접하느냐 이걸로 결정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분이 취임하신 뒤로 저는 오란 말 없이는 못 갑니다. 청와대라는 곳이 오란 말 없으면 못가는 곳이고 들어가서는 나가란 말 없으면 못나가는 뎁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시고 난 뒤로 저는 핵심이 아닌 겁니다. 과거의 측근인 겁니다. 그러니까 청와대에 일어난 일을 저는 몰라요.”

없는 얘기라도 만들어 권력 핵심이라는 냄새를 풍기고 싶은 게 ‘정치인의 본능’인데 한위원은 되레 자신은 핵심이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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