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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MA 신화의 그늘

  • 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CDMA 신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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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통부의 CDMA 편애가 통신 죽인다
  • ● 청와대 보고 ‘이동통신 수출 전략’ 문건의 문제점
  • ● 정통부, ‘LG 특혜 계획’ 청와대에 사전 보고
  • ● SK·LG·한국통신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
  • ● ‘CDMA 마피아’의 원죄
  • ● IMT-2000 연기론에 목타는 중소기업
대한민국 인구 4623만명. 이중 절반이 넘는 2640여만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몽땅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로 운용된다. 단말기도, 시스템도, 서비스도 다 그렇다. 가히 ‘CDMA 공화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엄청난 규모다.

그래서일까, 국민들은 CDMA라는 매우 까다로운 전문 통신기술 용어를 마치 자동차의 기어나 클러치처럼 심상하게 생각한다. 증시며 수출 동향, 정보통신산업에 관심이 많고 일간지 경제면을 꼼꼼히 챙겨 읽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아예, CDMA 중심 이동통신이 반도체를 밀어내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총아로 등극한 형국이다.

이래서야 좋든 싫든 CDMA라는 용어와 그 뒤의 ‘정치경제학’에 관심을 갖지 않을 도리가 없다.

‘CDMA 띄우기’에 앞장선 곳은 청와대, 그리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장관 양승택)와 삼성전자다. SK텔레콤, 한국통신, LG텔레콤, LG전자 등 기타 관련 대기업들은 오히려 그 뒤를 따라가며 ‘꺼리’를 제공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선 CDMA와 부처의 운명을 동일시하는 정통부의 조직 보존 논리, 양승택 장관의 남다른 ‘소신’, 여권의 ‘성공한 정보통신 대통령’ 만들기 시나리오 등이 합쳐져 지금의 ‘CDMA 편애’현상을 낳았다고 지적한다.

과연 CDMA 이동통신은 그토록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넓은 시장을 갖고 있는 21세기 한국 경제의 꼭지점인가. 그렇다면 왜 IMT-2000사업자 선정 당시 기업들은 CDMA 기반의 ‘동기식’이 아닌 GSM(시분할접속 방식)에 기반한 ‘비동기식’ 서비스를 하겠다고 사투를 벌였는가.



SK텔레콤·한국통신이 비동기식 사업자로 결정된 마당에도 왜 여당과 정통부는 CDMA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동기식 사업자인 LG텔레콤에 각종 ‘특혜’를 주려 발벗고 뛰는 것일까.

CDMA, 장밋빛 미래는 있는가

지난 8월30일 청와대에서는 대규모 수출전략회의가 열렸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그것도 이동통신산업 하나만을 주제로 한 매우 이례적인 자리였다. 정부 인사로는 이한동 국무총리, 진념 재경부장관, 양승택 정통부장관, 이기호 경제수석 등이, 산업계에서는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사장, 구자홍 LG전자 부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등 130여 개 업체 대표가 참석했다.

공식 주제는 이동통신이었지만 사실상의 주인공은 CDMA였다. 양승택 정통부장관의 보고는 온통 CDMA 이동통신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강조하는 데 바쳐졌다. 세계 이동통신 시장의 80%는 CDMA가 아닌 GSM 계열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쯤은 간단히 무시됐다. 삼성전자 단말기 수출의 63%를 CDMA가 아닌 GSM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됐다. 수치는 적어 놓았지만 그런 ‘현실’을 반영한 GSM 수출 진작책이나 비전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

양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모바일 비전 2005’라는 이동통신 수출 지원책을 발표했다. 이동통신 분야에 향후 3년간 2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 이 야심 찬 계획의 주력부대 역시 CDMA다. 그를 위해 선보인 것이 ‘환태평양 CDMA 벨트’와 ‘CDMA 실크로드’라는 신조어. 쉽게 말해 태평양 연안국에 CDMA를 퍼뜨려 우리 시장으로 만들고, 그 여세를 몰아 중국·러시아를 거쳐 동구·서유럽·아프리카까지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정통부의 ‘의도’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 예로 ‘세계 이동통신 표준 주도’라는 장을 보자.

첫째, 국제 표준화기구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세 단체를 열거해 놓았다. ‘CDMA개발그룹’, ‘통신산업협회’, ‘CDMA민간표준화단체’등. 여기에 유엔의 전기통신 공식 전문기관이자 범세계 전기통신 표준화 조직인 ‘국제전기통신연합’은 웬일인지 빠져 있다. CDMA 관련 조직만 강조해 놓은 것이다.

둘째는 ‘중국·일본·인도 등과 차세대 이동통신 표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아시아권의 표준을 선도하겠다는 복안인데, 사실 중국 시장의 99.3% (2001년 2월 기준)는 GSM 등 타 방식을 선택하고 있고, 일본 역시 비동기식 IMT-2000을 준비중이다. 인도의 40여 개 사업자도 대부분 GSM이다.

양장관은 심지어 통신국제단체 중 하나인 ‘CDMA개발그룹’의 주장을 빌려, 국내 업체들이 3세대(IMT-2000) 전 단계로 이미 서비스 중인 2.5세대 CDMA(CDMA-2000 1x)를 동기식 IMT-2000이라 못박으며 그 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이런 식이라면 왜 IMT-2000 사업권을 두고 나라가 들썩이도록 그 난리를 피웠는지 어리둥절할 정도다. 한마디로 GSM이 발전한 비동기식, 그것도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의 85%를 장악하고 있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선택해 2~3년 안에 상용화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기술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시와 폄하로 일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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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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