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호

서울 동대문구 “수요자 중심의 ‘열린 행정’”

동대문구엔 미소가 있다. 부도심으로의 도약 준비(자치단체장 : 유덕열 구청장)

  • 송홍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carrot@ donga.com

    입력2005-04-04 16: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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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행정학회와 신동아가 공동으로 기획한 ‘광역자치단체별 우수 기초자치단체 선정’과 관련해, 한국행정학회의 분과학회인 지방행정연구회는 서울시의 우수기초자치단체를 선정했다.

    선정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방행정연구회에서는 평가위원 5명(정정목 청주대 교수, 유재원 한양대 교수, 오철호 숭실대 교수, 권영주 서울시립대 교수, 임동욱 충주대 교수)을 선임했다. 이들 5명이 권역별로 5개 구청씩 담당하여 각 구청의 구정소식지와 홈페이지를 기초자료로 평가한 후, 각각 우수 자치단체를 선정했다.

    권역별 우수자치단체는 송파구, 동대문구, 동작구, 마포구, 성북구 등이다. 이들 5개 구청이 서울시의 우수 기초자치단체 후보였던 셈이다. 이들 5개 구청을 두고 평가위원 5명이 토론을 통해 우수 기초자치단체를 선정했다. 최종적으로 선정된 우수 자치단체는 송파구와 동대문구다. 서울지역에서 특별히 두 개 자치단체를 선정한 것은 강북과 강남의 현격한 차이 때문이었다. 평가위원회는 특히 강남, 서초, 송파 등 3개 구청과 기타 구청과는 재정자립도 등에서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감안했다.

    우수 자치단체 선정의 평가기준은 혁신, 문제해결 능력, 리더십, 주민만족도의 네 가지였으며 이 기준을 중심으로 동대문구의 특성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동대문구는 서울의 동부에 위치한 구 시가지로 도시기반시설이 취약하고 노후 불량주택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재정상황도 강남의 일부 구와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동대문구는, 민선2기 구정 출범 이후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했다. 이런 노력은 하나 둘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40대에 자치단체장이 된 유덕열 구청장은 젊은 감각과 신사고의 소유자로서 기존 사고의 패러다임에서 과감히 벗어나 용기와 열정 그리고 신념으로 무리없이 구정을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동대문구가 제 몫을 하는 자치단체로 자리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기존의 행정관행과 공직자의 의식 및 행태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주민의 민원을 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며 주민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열린 행정’을 실현했다. 조직을 개편해 인력을 감축했으며 불요불급한 사업은 폐지하거나 지출을 동결하고 행정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서비스 정신을 강화해 나가면서 지방자치제도의 안정과 성숙을 도모해나가고 있다.(정정목 청주대 교수·행정학)

    서울 동대문구에는 친절한 미소가 있다. 미소를 머금은 공무원의 친절은 구청을 찾은 구민들의 마음을 밝게 해준다.

    1200여 평 규모의 종합민원실을 찾은 구민들은 로비에 들어서자 마자 산뜻한 복장의 안내 도우미를 만나게 된다. 도우미들은 담당자의 자리까지 민원인을 에스코트한다. 관공서를 방문한 사람들이 으레 느끼는 부감을 덜어주고 민원 처리 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것.

    여권관계로 종합민원실을 찾은 정원자(45·동대문구 답십리동)씨는 “은행보다 더 깨끗하고 깔끔한 시설에서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받았다”며 “최근 들어 구청의 서비스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한국청년연합회가 행정자치부의 후원을 받아 서울시 25개 구청과 동사무소 서울시청 등기소 등 각종기관의 친절도를 평가한 ‘2000년 공무원 친절도 조사’에서 가장 친절한 공공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지난 2월 행정서비스헌장 운영실태 평가에서 행정자치부장관상을 수상해 인증마크를 획득하는 등 그동안 ‘친절’과 ‘청렴’ 분야의 각종평가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었다. 동대문구가 이처럼 ‘가장 청렴하고 친절한 구’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1999년 5월부터 지속적으로 펼친 ‘친절교육’과 ‘친절운동’ 때문이다.

    유덕열(柳德烈·47) 구청장은 민선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구정의 제1목표를 ‘친절한 공무원’ ‘청렴한 공무원’ 만들기에 두었다. 그는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는 공무원들의 권위주의가 구민들의 가장 큰 불만 대상이었다”면서 “구정은 친절로 시작해 친절로 끝나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친절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가 친절 체질화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공무원들의 권위의식 벗기기. 구청장과 부구청장 이하 간부들이 직접 나서 친절 교육을 실시했다. 친절교육 담당자로 선발된 직원은 구청 산하 26개 동사무소를 돌며 ‘친절 전도사’ 노릇을 했다.

    매일 오전 9시 동대문구청 직원들의 일과는 ‘친절 연습’으로 시작된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좋은 하루 되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인사연습으로 하루를 시작한 직원들은 오후 6시부터 20분 동안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민원담당 부서 직원들이 그날의 불친절을 반성하고 불친절을 당한 민원인에게 사과전화를 하는 시간이다.

    동대문구는 직원들이 친절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게 하기 위해 상벌제도를 마련했다. 친절한 공무원, 불친절한 공무원을 민원인이 직접 평가하는 ‘그린·옐로 카드제’가 바로 그것. 옐로카드를 받은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반드시 사과전화를 하고 친절팀에서 ‘친절의식 특별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린카드를 3회 이상 받은 ‘친절 직원’에게는 인사이동 시 희망하는 부서에 배치하는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매달 ‘친절왕’을 선발해 특별 포상휴가를 주고 ‘친절부서 선발’ ‘1부서 1친절 운동’ 등 부서단위의 친절운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민원행정 리콜제’를 도입해 공무원의 결근, 이석, 실수 또는 착오로 인해 민원인이 같은 일로 두 번 이상 구청을 방문하는 경우에는 민원인이 겪은 물적, 심적인 피해를 다소나마 보상해 주기 위해 3000~5000원 상당의 전화카드를 지급한다. 여러 부서를 거쳐야 하는 복합민원을 한 사람의 공무원이 원터치로 해결해 주는 민원후견인제도 구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대문 지역은 서울 동북지역의 거점이며 교통의 요지로 예로부터 상권이 발달한 곳이다. 세계 최대 한약재 시장인 경동약령시와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국제적 관광지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현대식 시설을 갖춘 청량리 민자 역사가 완공되고 이른바 ‘청량리 588’ 지역이 정리되면 청량리 역세권도 부도심으로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다. 과학기술연구원 국방과학연구원 산업연구원 임업연구원 등이 위치한 홍릉 지역은 연구 단지로서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동대문구는 오래된 시가지로서 도시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노후 불량 주택이 밀집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저개발 지역이다. 동대문구는 주민들의 생활수준도 그다지 높지 않다. 동대문구의 재정자립도는 40%대로 서울특별시에 소속된 자치단체에서 중·하위권에 속하며 주민들의 욕구를 모두 소화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대문구는 이런 불리한 여건에서도 각종 평가에서 빠지지 않고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대문구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재건축 재개발사업 구역을 확대해 주거생활 수준을 개선해 가고 있으며, 주민 모두가 푸르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녹지 순환길 조성 설계를 마치고 현재 공사를 진행중이다. 동대문구는 서울에서도 녹지면적이 부족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교 주변 녹지 조성사업과 도심 자투리 땅 공원화 사업이 완료되면 한결 쾌적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대문구는 복지서비스 개선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저소득층의 기본적인 생계보장과 함께 생산적 복지행정을 이루기 위해 ‘주민복지 5개년계획’을 세우고 노인 여성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구청에 취업정보은행을 설치해 실직자에 취업을 알선하고 있으며, 결식아동에 대한 무료급식과 무료 순회진료 등을 실시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사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저소득 장애인의 생활 향상을 위해 기본생계비 지원을 현실화 했고 장애인을 위한 점자 소식지도 발간하고 있다.

    여성의 능력개발과 사회참여를 위한 정책도 눈에 띈다. 일과 여가를 위한 기술제공을 목표로 청량리동 한신아파트 내에 제1여성복지관을, 장안동 구민회관에 제2여성복지관을 개관하고 3개월 단위의 자격증 취득교육을 실시중이다. 현재 6000여 명의 구민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한편 동대문 지역은 중랑천과 접해 있고 성북천, 전농천, 정릉천이 구 관내를 가로질러 흘러 하천주변 저지대가 많아 상습 침수지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이런 지리적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동대문구는 항구적인 수방대책을 수립, 완벽한 수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빗물펌프장 신·증설, 하천 하수도 준설, 하수관 개량사업이 오는 2003년 완료되면 침수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열린 행정’의 실현

    ‘시민과 함께 하는 열린 행정’은 동대문구의 또 다른 자랑거리. 유구청장은 부임하자 마자 구민에게 좀 더 가까이 가겠다는 취지로 구청의 담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었다. 담이 헐린 청사 앞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된다. 주말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어린이, 배드민턴을 치는 부부, 산책 나온 노인들을 구청 앞뜰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유구청장은 매주 목요일에 ‘주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구정 전반에 대한 건의 애로사항 등을 듣고 행정에 반영한다. 주민들 간의 문제일 경우에는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한다. 아무 제한 없이 찾아오는 구민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하다 보니, “돈 떼먹고 도망간 사람을 찾아달라” “어느 공무원이 사례를 요구하더라” 등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쌍방향 행정의 일환으로 동대문구는 ‘주부 평가단’을 구성, 구정을 평가하게 하고 있다. 자체 감사에 구민, 각계전문가, 시민단체 등을 참여하게 한 ‘구민감사관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과거 관선시대에 관료적인 의식에서 탈피해 공급자 즉 행정편의 중심이 아닌 서비스 수요자 중심의 ‘열린 행정’ ‘참여행정’을 구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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