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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공군 소외· ‘육방부’주도, FX사업 난맥상을 고발한다

  • 김종대 < 군사전문가 >

공군 소외· ‘육방부’주도, FX사업 난맥상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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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의 전투기 기종평가는 2단계로 진행되는데, 그 중 정량적 평가라고 할 수 있는 1단계 평가결과는 3월9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기무사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사업일정은 연기됐다. 그에 따라 예정대로 4월에 기종이 결정될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렇게 사업관리에 파행이 빚어지자 이 문제는 미국과 프랑스간의 외교전쟁으로 비화됐다. 닷소사는 조대령 뇌물사건이 조작이며 음해라고 격렬히 반발했다. 프랑스는 3월11일 정부 특사 자격으로 장 베르나르 우부리외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차관보급)을 급파했다. 우부리외 특사는 김동신 국방부장관을 만나 공정한 기종선정을 부탁했다. 특히 그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첩보를 입수한 한미연합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프랑스 특사가 김장관을 만난 직후 토마스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도 김장관 집무실을 찾았다. 비슷한 시각 스미스 미7공군사령관(중장)은 “한국의 차기전투기 사업자 선정에 상호 운용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언론을 향해 F-15K 도입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방부를 압박하는 일에 주한미군 고위관계자가 총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F-15 생산공장이 있는 미국 미주리주의 거물 정치인인 크리스토퍼 본드 상원의원은 ‘아시아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만약 한국이 F-15를 구입하지 않는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작년에 김대통령을 면담하면서 F-15 구매를 졸라댔던 본드 의원의 연이은 협박성 발언은 한편으로 지역구에서 그의 인기를 높여 재선의 가능성을 높여줄지는 모르나 우리 국민과 국방부에는 ‘압력의 문법’이다.

조대령의 양심선언 녹음테이프가 공개된 3월12일, 국내 한 일간지에는 프랑스 특사와 슈워츠 한미연합사령관이 전날 국방부를 다녀간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한국 국방부가 미국과 프랑스가 벌이는 고강도 정치·외교전쟁의 한복판으로 걷잡을 수 없이 빨려 들어가는 상황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렇듯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휘둘리는 F-X사업의 희한한 풍경은 한국군에게 숙명처럼 피할 수 없는 ‘두 개의 전쟁’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첫째 전쟁은 공군을 중심으로 한 ‘자주국방’ 세력과 국방부를 중심으로 한 ‘연합방위’ 세력간의 전쟁이다. 단순히 조대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정책결정자인 국방부 최고위층과 전투기 최종수요자인 공군의 세력충돌 양상이다. ‘미래 안보’로 전환하는 데 핵심이 될 F-X사업에 대한 이 두 세력의 상이한 해법은 미래 한국군의 진로와 국방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치열한 사상전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자주적인 기종결정을 통한 전략공군 육성으로 장차 자력안보의 기반을 다지는 데 충실해야 하는가. 아니면 미국과의 ‘동맹관리’에 치중해 20세기식의 대외의존적 안보개념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무기의 ‘세대교체’를 앞둔 한국군이 당면한 선택이다. 창군 이래 한국군 정신사의 두 축을 이뤄온 자주국방 사상과 연합방위 사상은 각각 라팔 전투기와 F-15K 전투기로 상징돼 있다.

둘째 전쟁은 21세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치열한 패권쟁탈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세력과 유럽 세력의 대격돌이다. 1970년 중반에 이르러 전투기 대량주문의 시대는 소멸됐다. 그후 20여 년의 공백기를 거쳐 전세계 2만6000대의 전투기 중 약 6000대가 교체될 시점에 이르렀다. 각종 군사연감과 항공산업 자료를 종합하면, 향후 5년간 약 2500대, 향후 10년간 6000대 규모의 전투기 대량주문 순환주기로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바야흐로 이 새로운 시장을 둘러싸고 국제 군산복합세력 간의 대회전이 시작된 것이다.

그 시작이 바로 한국 공군의 F-X사업으로서 21세기 시장쟁탈, 패권쟁탈의 서막을 열었다. 여기에 제3의 세력으로 러시아가 끼어들어 ‘2강1중’의 형국이다. 이들의 고공전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세기 초 제국의 식민전쟁에 비견되는 격렬한 분할전쟁의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두 개의 갈등이 십자형 충돌을 빚어내는 이 전쟁은 그 의미와는 별개로 ‘더러운 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정권 말기 대형 국방스캔들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는 가운데 조대령의 구속은 이 사업의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을 형성하며 전국민적 관심사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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