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문화시민운동 중앙협의회(이하 문민협)’는 문화시민의 역량을 발휘, 세계인에게 질서월드컵, 문화월드컵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
이 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대곤(金大坤·54) 문민협 사무총장을 만나 민간분야에서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하고, 시민의식을 개혁하기 위해 추진중인 협의회의 활동에 대해 들어봤다.
-협의회가 설립된 지 4년이 넘었는데도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문민협은 1997년 5월 설립돼 82개 회원단체와 12개 월드컵 개최도시의 시민단체가 참여해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 한 줄로 타기’ 운동을 벌였던 단체라고 하면 ‘아! 그 단체’ 하고 기억하실 겁니다. 화장실 문화운동 등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대상으로 개혁운동을 벌인 탓에 인지도가 낮은 것 같습니다.”
-협의회가 펼치고 있는 문화시민운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친절, 질서, 청결을 3대 문화시민 덕목으로 지정해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운동을 펼치고 있어요. 친절 분야에선 ‘작은 친절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는 슬로건으로 ‘밝은 미소’ 캠페인을 전개중입니다. 질서 분야에서는 화장실과 엘리베이터에서 한 줄로 서기, 경기장 질서확립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 줄로 서기’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정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청결 분야에선 아름다운 화장실 운동이 대표적입니다.”
-88서울올림픽 때도 시민의식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이 많았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엔 이번 월드컵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되지는 않을까요.
“88올림픽 때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민의식을 강제로 요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시엔 국민의 의식도 깨어있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국민들의 욕구가 커졌습니다. 월드컵이 국가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을 한국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시민개혁운동이 중요합니다. 세계인들은 한국축구팀이 몇 등을 하든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60억 인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개최국인 한국의 국민과 문화예요. 이번 월드컵은 공동개최인 탓에 일본과 모든 것이 비교됩니다. 온 국민이 국가대표가 돼 우리 민족이 얼마나 우수한가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활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국가주도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지방자치 조직과 시민단체 중심으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일본보다 월드컵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부러운 대목입니다. 일본 시민사회의 역량이 그 정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빠른 시일에 그런 수준에 도달해야 합니다. 문민협이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아직 게임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분위기가 고조되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닙니까. 다음 달만 돼도 크게 달라질 겁니다. 일본이 ‘잘한다. 잘한다’ 하는데 일본언론에선 왜 한국만큼 준비를 못하냐고 지적한답디다. 서로에게 상대방의 장점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문화시민운동 관점에서 한·일 국민들의 의식이나 행동수준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일본과 공동개최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십니까. ‘아 이거 큰일났다’였습니다. 외국인들이 일본은 깨끗하고 친절한 나라고, 한국은 지저분한 곳이라고 여기면 어쩌나 싶더군요.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어요. 시민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일본보다 훨씬 더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겁니다. 프랑스는 98월드컵을 계기로 2000년 관광객이 2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