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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악의 축’ 이후 한반도 독해법

  • 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미국은 동맹국 없이도 전쟁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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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일순간에 바꾸어버린 일이 2001년 9월11일 아침에 일어났다. 이제 미국 공항의 살벌한 분위기는 김포공항이나 인천공항과 비교할 수 없다. 승객들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기 위해 신발까지 벗는 모욕을 감수해야 한다. 폭탄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미확인 첩보에 공항 전체가 몇 시간씩 완전 소개(疏開)되는 불편도 겪는다.

놀라운 것은 이에 대해 짜증부리거나 투정하는 미국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2001년 9월11일 당일,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공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군부대 지하 벙커에 들어가 있던 부시 대통령을 마치 개구멍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비꼬는 기사를 쓴 평론가가 그 다음날 해고당하는 판국이다. 불교신자인 유명 배우 리처드 기어는 평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가 청중의 야유를 받고 말꼬리를 감추어야 했다.

미국인들은 직접 당할 때까지는 외부로부터의 공격에 대한 경고에 대해 무감하지만 한번 당하고 난 후에는 무서울 정도로 단합한다는 사실을 상징하기 위해 학자들이 만든 용어가 바로 ‘진주만 멘탈리티’와 ‘공격당한 민주주의’다.

진주만 공격이 있기 전까지 미국은 일본의 기습 공격이 미국 본토를 향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와이의 산 중턱에 레이더 기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군부의 주장은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환경보호 세력과 힘겨운 투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진주만 멘탈리티는 미국 특유의 현상이기보다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들은 전쟁에 잘 대비하지 못하지만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무서운 단결력을 과시하며, 전쟁 수행에서 더욱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어디서고 볼 수 있는 모습은 공격을 당한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이 무섭게 뭉치는 현상이다. 9·11 테러 공격은 그동안 불확실하던 미국의 외교정책을 한순간에 분명한 것으로 만들어놓았다. 미국의 현실주의자들과 공화당의 국가안보 정책들은 9·11 이후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지금 미국은 전쟁중이다. 미국이 자랑하던 사상의 다양성, 토론의 다양성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1960년대 한국에서 보았던 것과 흡사한 각종 구호들이 미국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광고주를 기다리는 도로변의 빈 광고판은 예외 없이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 혹은 ‘뭉치면 산다(United We Stand)’ 등의 구호로 뒤덮여 있다. 집집마다 자동차마다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으며 각종 스포츠 행사는 애국을 위한 궐기대회처럼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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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 전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정치학 박사) > choonkun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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