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딩크 감독은 기본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지도자다. 기본기가 충실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옳은 판단이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것도 뛰어나지만 상대팀을 분석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국내 지도자들보다는 좀더 과학적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전술 도입을 중요시하는 자세는 한국대표선수들이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는 훈련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이 가진 생각을 꿋꿋이 밀고 나간다는 점이다. 모든 일에 신념을 가지고 임하는데, 그것이 세계적인 명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라운드를 벗어나서는 선수들에게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는다. 프로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의도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정확히 읽어내는 데 천재성이 있는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조금 튄다 싶으면 길들이기를 하는데 이것이 히딩크식 컨트롤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리더는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하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는 점에서 그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는 내가 부상으로 쉬고 있을 때 부상에 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수에 대한 이런저런 평가를 하지 않고 그라운드에 나섰을 때 그 선수의 몸 상태를 보고 평가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히딩크 감독과 한국 지도자들과의 차이점을 솔직히 말한다면 그는 굉장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다. 한국 지도자들은 하프타임 때 플레이가 맘에 들지 않은 선수를 향해 눈물이 찔끔 날 만큼 질타를 한다. 물론 정신 바짝 차리라는 의도이며 이것이 효과를 내 후반에 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장담할 수 없다.
히딩크 감독은 전반에 일어난 전체적인 포인트를 한두 개 잡아서 지적할 뿐이다. 개인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11명이 같이 들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비 위치를 설명하면서 서로에 대한 커버플레이 등을 곁들여 얘기하는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대표선수라면 충분히 이해하고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파악한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지도자라 할 수 있다. 서양인이 동양문화나 정서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텐데 그나마 잘 적응해나간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한국축구의 ET 히딩크
“개인적으로 히딩크식 전략의 가장 큰 핵심은 그가 우리 선수들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준 점이 아닐까 싶다. 선후배의 위계질서나 상명하복의 엄격한 구조를 허물어 선수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한 점일 것이다. 경기를 보고 있으면 선수들의 자율성 순발력 상상력 등이 유난히 두드러져 보여, 아예 선수들의 영혼이 푸른 잔디 위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듯하다. 예전에 선수들의 어깨에 얹혀 있던 모종의 억눌림 조급증 등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제 우리는 한(恨)의 축구에서 벗어난 게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현시키키 위해서는 그 사람의 영혼을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가능성과 희망의 총량이 얼마나 커질까.”
“축구에는 3A원칙이 있다. 3A란 정확한 예측(anticipation)-예측에 따른 전술의 변화(adaptive)-빠르게 행동하는 것(act fast)이다. 상대팀에 대해 정확히 분석하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토대로 4-2-4, 4-3-3 같은 포메이션을 개발해 채택한다. 그리고 상대팀보다 빠르게 공격해야 승리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축구에서 스타플레이어인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가 모두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야 하듯이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5~10년 뒤 기업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게 빠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이 CEO의 임무다.”
“정말 놀라운 것은 한국인들은 훌륭한 리더와 함께라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최근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괄목할 만큼 성장한 실력으로 한국국민에게 감동과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한국 축구선수들의 능력이나 기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는 히딩크 감독이 만든 것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하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굳힐 수 있도록 선봉에 나섰던 것 뿐이다.”
“공은 누군가 오기를 바라는 방향으로는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축구를 통해서 배웠다. 그것은 나의 인생에 많은 도움을 줬다. 사람은 때때로, 특히 대도시에서, 소위 올바르다는 말을 듣는 존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