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호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만 잘해도 건강하게 산다

기공학 박사 1호 김기갑 교수의 氣 건강론

  • 곽대중 < 자유기고가 >

    입력2004-09-0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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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공이라면 ‘도사님’부터 연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인천 재능대학 김기갑 교수는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수련을 거듭하면 누구든지 기공의 체화(體化)가 가능하다고 역설하는 기 전문가다. ‘기공 전도사’로 나선 그에게서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중년을 위한 기공 건강법을 들어보았다.
    ”손가락을 다쳐 피가 흐르면 어떻게 합니까? 상처에 약을 바르고 정성스레 치료하죠? 그런데 기(氣)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다든가 손상을 입는 것에 대해선 왜 그리도 무심합니까?”

    ‘국내 기공학(氣功學) 박사 1호’로 불리는 인천 재능대학 김기갑(41) 교수는 기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불쑥 이렇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서 피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흐르는 중요한 에너지인 기에 대해 일반의 인식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안타까움과 섭섭함이 함께 묻어났다.

    힘이 없을 때 우리는 흔히 ‘기운(氣運)이 없다’고 한다. 또 갑자기 쓰러지는 경우를 기절(氣絶)한다고 표현한다. ‘기(氣)가 막힌다’는 표현도 자주 들을 수 있고, “젊은 사람이 왜 그리 기력(氣力)이 없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듣기도 한다. 우울하고 언짢으면 기분(氣分)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어떤 환경이나 자리에 감도는 느낌을 분위기(雰圍氣)라고 칭한다.

    천기(天氣), 용기(勇氣), 객기(客氣), 광기(狂氣), 열기(熱氣), 독기(毒氣), 호연지기(浩然之氣), 기상(氣像), 기질(氣質), 기품(氣品), 기량(氣量)…. 우리 생활 속엔 이렇게 기(氣)가 들어가는 낱말이나 표현이 숱하게 많다.

    김교수는 이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이처럼 기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생활 곳곳에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자리잡아왔는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관심을 두다보니 그 존재를 부인하고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를 다스리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보존하고 증진하는 중요한 과제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공은 ‘기’에 ‘공’을 들이는 행위

    국어사전에서는 기를 ‘활동의 근원이 되는 힘’(두산동아 국어사전)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물리학, 고대철학, 동양의학에서 사용하는 기의 개념은 제각기 차이가 있다. 기공에선 대체로 ‘신체에 흐르면서 운동계, 내장계, 호르몬계, 정신계 등의 활동에 영향을 주는 생명 에너지’를 기(氣)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공(功)’은 무엇일까. 기공에서 공이란 시간을 들여 한 가지 일에 정성을 쏟는 행위, 거듭 훈련해 터득한 기능을 일컫는다. 쉽게 말하면 우리 몸에 흐르는 생명 에너지인 ‘기’에 ‘공’을 들이는 모든 행위를 ‘기공’이라 정의할 수 있다. 중국 무술을 흔히 ‘쿵후(功夫)’라고 하는데 여기엔 ‘공을 터득하는 것’이란 뜻이 담겨 있다.

    “피가 머리로 쏠리는 등 그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바로잡아주어야 하듯, 기도 이치에 맞지 않게 한 곳에 쏠려 있든가 막혀 있으면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이것이 기공입니다.”

    김교수는 이러한 기공의 필요성을, 상허하실(上虛下實)의 체형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인간의 이상적 체형을 ‘상허하실’이라 적고 있다. ‘위는 비워두고 아래는 실하게 한다’는 뜻의 이 말은 ‘몸의 상체는 비워두고 하체는 견고하게 다져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즉 기의 70% 가량은 하체로 내려와 있고 30%는 상체에 머물러 있는 피라미드형이 돼야 중심 잡힌 몸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김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인의 과반수 이상이 이와는 반대로 상실하허(上實下虛)의 체형을 갖고 있다. 운동량이 절대 부족한 현대인의 경우 전반적으로 하체는 기가 부실한 데 비해 상체에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몰려 있어, 사람들이 대부분 ‘거꾸로 선 피라미드형’의 체내 기 분포도를 갖고 있다고 김교수는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흔히 ‘상기(上氣)됐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역시 ‘기가 위로 몰려있다’는 뜻입니다. 어떤 경우에 상기됐다고 말합니까? 흥분하여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붉어졌을 때 상기된 상태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는 피가 몰린 게 아니라 기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를 아래로 내려주었을 때 기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온 몸이 개운해집니다. 현대인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렇게 상기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기된 상태를 푸는 것은 경직된 근육질 운동으론 불가능하며 자칫 더 크게 다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자기 몸의 이치에 맞는 유연한 운동인 기공을 해줘야 근원적인 치유가 가능합니다.”

    기공에는 체조, 호흡, 명상 등 여러가지 수련법이 있다. 김교수는 ‘기에 공을 들이는’ 대중적인 방법으로 이른바 ‘스포츠 기공’을 주창한 사람이다. 그는 “기공이란 세상과 담을 쌓고 산속에 들어가 수염 기르면서 도 닦는 게 아니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생활체육’이란 것이다.

    “중국에 가보면 광장이나 공원, 거리의 한적한 곳에서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며 기공수련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지금 뭘 하고 있냐’고 물어보세요. 모두가 ‘운동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운동이라고 하면 흔히 강하고 동적인 것, 격렬한 것만 생각하는데 이는 서양적인 발상입니다. 기공은 엄연한 운동이며 체조입니다. ‘스포츠 기공’이란 이름도 기공을 대중화하자는 의미에서 붙인 것입니다.”

    김교수는 기공을 ‘동양운동’이라고 잘라 말한다. 먼저 그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차이점에 견주어 서양운동과 동양운동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서양의학이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정신과 등으로 세분돼 자기 분야의 전문성은 뛰어난 반면 인간의 몸을 하나의 전체적인 유기체로 보지 못해 가끔 잘못된 처방을 내리곤 합니다. 그러나 동양의학은 머리가 아프면 손을 살피고 배가 아프면 발을 주무르는 식으로 전신의 연결과 순환을 생각합니다. 동·서양운동도 이렇게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서양운동은 목운동, 팔운동, 허리운동 등으로 세분돼 있고 특정 부위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만, 동양운동은 전신의 고른 발달과 조화를 생각합니다. 말 그대로 전신운동이죠. 서양운동이 에너지를 소비해 그것으로부터 쾌감을 얻는 운동이라면 동양운동은 에너지를 축적해 몸을 보(補)하는 운동입니다. 또 서양운동이 신체를 훈련시켜 정신을 조절하는 운동이라면 동양운동은 정신을 훈련하여 신체를 조절하는 운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알고보면 김교수도 처음엔 ‘서양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기공을 처음 접했을 때 그는 인하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인천 재능대학(당시 대헌전문대학) 사회체육과 강사로 재직중이었다. 그의 집안도 ‘체육 집안’이다. 부친 김영환씨는 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로 정년퇴직했고, 형 기호(45)씨는 한경대 체육과 교수, 동생 기용(38)씨는 현재 중학교 체육교사로 재직중이다.

    김교수는 체육을 전공한 아버지와 왕년에 이름난 배구선수였던 어머니 슬하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배우게 됐고, 중학교 때까지 육상 및 축구선수로 뛰었다. 그리고 체육 지도자의 꿈을 키워 당연한 듯 강단에 섰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것은 1990년 여름, 한국기공협회가 주최한 연수에 초대되면서부터.

    당시 기공관련 단체로선 최초로 대중에게 선보인 이 협회 소속의 기공 강사들을 대상으로 체육학을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때 그는 기공협회를 ‘도사(道士)들의 모임’ 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기공협회 회원들을 보니 거의 다 멀쩡한(?) 젊은 사람들이더군요”라며 그는 허허 웃었다. 강의가 끝나고 그들이 하는 수련을 지켜보았다. “도대체 저게 무슨 운동이냐, 저런 건 나도 당장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 ‘운동 같지도 않은 운동’을 한번 따라해보았다.

    “30분 정도 한 것 같은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며 기진맥진했어요. 항상 건강하고 유연하다고 자신해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제 몸이 무척 경직돼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물 속에서 발견한 기공의 원리

    정식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다음날 기공협회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이것이 기공과 그를 이어준 첫 인연. 하지만 그도 솔직히 얼마동안은 ‘기의 흐름’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목욕탕에서 하나의 ‘발견’을 하게 된다.

    어느날 욕조에 몸을 담그고 앉아있다가 물 속에서 기공 자세를 취해보았다. 손을 슬슬 움직여보았는데 그동안 제대로 되지 않던 동작들이 부드럽게 잘되는 것이었다. 갑자기 편해지면서 눈이 스르르 감기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물 밖으로 나와 물 속에서 감지했던 동작을 재현해보았다. 제대로 되지 않았다. 물 속에 들어가 해보고, 나와서 다시 해보길 여러 번…. 아르키메데스의 발견처럼 큰 깨달음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물 속에서의 동작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동작이라는 것.

    그때부터 줄곧 물 속에서의 동작과 그 원리, 이것을 물 밖에서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몰두했다. 4년 동안 매일같이 목욕탕에서 살다시피 했다. ‘우리 몸의 움직이는 법칙’을 알게 되면서 기감(氣感, 기의 느낌)도 더욱 크게 다가왔다.

    여기서 잠깐 기감에 대해 알아보자. 기의 느낌은 대체 어떤 것일까? 기공에서는 이것을 팔촉(八觸)으로 정리한다. 짜릿짜릿한 느낌, 따뜻해지는 느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 손이 묵직해지는 느낌, 그러면서 딱딱한 것이 풀리고 부드러워지는 느낌 등이 사람들이 기를 느꼈을 때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현상들이다.

    어릴 적 흔히 ‘전기놀이’란 것을 해보았을 것이다. 팔목을 잡고 피가 안 통하게 한 다음 자기 나이만큼 손을 오므렸다 펴고 거기에 손가락을 갖다대면 짜릿짜릿해지는데, 이를 전기놀이라고 했다. 김교수는 이 놀이에서도 사실은 피가 통하지 않아 짜릿한 게 아니라 기의 흐름을 막고, 거기에 기가 흐르는 손가락을 갖다대니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공을 오해하는 사람들 중엔 이른바 ‘기 치료’라 하여 높은 기를 가진 사람이 기가 허한 사람에게 기운을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김교수는 이를 맹신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물론 기가 충천해 가까이 하기 힘든 사람이 있고 허약한 사람도 있지만, 기는 서로 나눠주고 채워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다른 사람의 기를 받으려 노력하기보다 기공수련을 통해 자신의 원기를 회복하는 게 더욱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기공수련 초기에 기감이 없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것도 별로 염두에 둘 일이 아니라고 김교수는 말한다. 기감이 빠른 사람이 있고 느린 사람이 있는데, 빠르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기를 느끼는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는 완만한 상승형으로 꾸준히 기를 느끼는 사람이다. 둘째는 전혀 기를 느끼지 못하다 일정 기간 수련이 쌓이면서 어느날 갑자기 수직상승형으로 기를 느끼게 되는 경우이며, 셋째는 계단식으로 발전해가는 경우다. 김교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나중에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게 되며 아예 기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란 없다고 자신했다. 기감이 높다고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공에 심취하면서 김교수는 점점 머리가 맑아지고 성격까지 바뀌어갔다. 급하던 성격이 차분하게 바뀌었고 따라서 말투까지 변했다. 정신적으로도 점점 안정됨을 느꼈다. “이렇게 좋은 운동을 왜 이제야 발견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김교수는 결국 교수직을 그만두고 기공에 전념할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자 그동안 걱정스럽게 지켜보기만 했던 가족들이 본격적으로 반대의 깃발을 들었다.

    “아버지는 제가 기공을 배우러 다닌다니까 저러다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가거나 이상한 약 팔러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내도 그랬습니다. 허구한 날 목욕탕에서 사는 남편을 의심스럽게 생각했죠. 그런 거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고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말로 사표를 써서 학장에게 제출했다. 그런데 당시 학장이던 노진철(작고) 교수는 그 자리에서 사표를 찢어버리더니 대뜸 “협회장과 교수의 차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김교수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기공에 전념해 뜻을 이룬다면 기공협회장까지 오를 수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기공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겠냐는 물음이었다. “이왕 하려면 아직 학계의 인정을 못받고 있는 기공을 학문적으로 체계화해서 사회에 내놓아라, 그것이 교수로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 아니냐”고 어깨를 두드리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때부터 김교수는 기공의 이론을 세우고 학문적으로 실증·체계화하는 데 전력을 다하게 된다.

    1995년 김교수는 한 가지 연구를 실시했다. 기공운동이 과연 사람들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시작한 것. 우선 기공을 습득하는 정도가 빠른 유아들을 대상으로 시험해보았다. 인천시내에 소재한 2개 유치원의 유아 86명을 평소 수업에 잘 적응하는 ‘적응행동집단’과, 주위가 산만해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적응행동집단’으로 나누어 집중력의 정도와 평형성, 협응성(協應性) 등을 측정했다. 그리고 부적응행동집단으로 분류된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2회, 매회 30분씩 3개월간 기공태극 15세(氣功太極十五勢)를 가르쳤다.

    3개월 후 똑같은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 기공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부적응행동집단의 아이들이 적응집단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과 평형성이 다소 떨어졌으나, 기공운동을 실시한 이후에는 오히려 역전되어 부적응행동집단 아이들이 적응집단에 비해 모든 영역에서 월등한 성과를 보였다.

    검증받기 시작한 기공

    김교수는 이같은 연구결과를 1995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기공학술대회에서 ‘기공을 통한 부적응행동 유아와 적응행동 유아의 운동능력 비교분석’이란 제목의 보고서로 발표했다. 기공운동의 성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결과가 전무한 실정에서 김교수의 보고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고려대 체육학과 이천희 교수가 크게 관심을 갖고 기공학을 개척해볼 것을 제의했다. 당시엔 기공학이란 용어조차 없던 때라 망설였지만, “협회장이 되는 것보다 교수로서 기공 발전에 기여하라”는 노진철 학장의 호령이 생각나 1997년 고려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됐다. ‘국내 최초의 기공학 박사’는 이렇게 해서 2000년 12월 탄생했다.

    김교수의 기공학 이론은 그리 어렵고 심오하지 않다. 그는 늘 ‘쉬운 기공’ ‘원리를 아는 기공’을 강조한다. 1990년 기공에 입문한 김교수는 1992년부터 기공운동을 주제로 한 강의에 나섰다. 처음엔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주부들을 상대로 기공이론을 설명했고, 점차 공무원, 교사, 중·고등학생, 노인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지난 10년간 그의 기공학 강좌를 들은 사람은 10만여 명.

    김교수가 강단에 설 때마다 빠뜨리지 않는 내용이 있다. 이제는 유명한 기공원리가 된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 짝짜꿍. 김교수는 이 네 가지도 중요한 기공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저는 ‘어린이의 몸으로 돌아가자’고 사람들에게 얘기합니다. 알다시피 어린이의 몸은 어른의 몸보다 경직돼 있지 않습니다. 경직되지 않다는 것은 유연하다는 것이고, 몸이 유연할 때 기는 원활히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기가 잘 흐르는 몸으로 만들려면 어린이의 행동을 유심히 살펴보고 그대로 따라하면 틀림이 없습니다. 특히 영유아 때의 행동은 학습을 통해 만들어진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자연스러운 행동이고 태초의 행동입니다. 곤지곤지, 잼잼, 도리도리, 짝짜꿍도 그런 행동들입니다.”

    먼저 곤지곤지. 곤지곤지는 한쪽 손가락을 펴 다른쪽 손바닥을 지긋이 누르는 행동이다. 아무것도 아닌 행동인 것 같지만 여기에도 건강해지는 비결이 담겨져 있다. 사람의 손바닥 가운데에는 노궁(勞宮)이란 혈이 있다. 곤지곤지는 이 노궁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는 효과를 갖고 있다. 노궁은 머리와 연결된 혈로, 이곳을 자극해주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또 곤지곤지를 하는 손가락은 대개 검지를 이용한다. 중지나 엄지, 새끼손가락으로 손바닥을 곤지곤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필 검지일까? 검지는 대개 ‘눈(眼)이 따라가는’ 손가락이다. 어떤 사물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손가락으로 검지는 눈의 기와 연결돼 있다. 따라서 검지 끝을 자극하는 것은 시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잼잼도 마찬가지. 양손으로 잼잼을 하면 네 손가락 모두 손바닥 중앙을 향하면서 마사지한다. 이 역시 노궁을 자극하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리도리는 목을 사용한다. 사람의 신체부위 중 가장 경직되기 쉽고 빨리 노화 되는 곳이 뒷목. 도리도리는 이를 자극하며 부드럽게 풀어주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짝짜꿍은 손바닥을 맞부딪힘으로써 몸 구석구석과 관련된 모든 혈을 자극해주는 효과가 있다.

    “화가 나고 머리가 복잡할 때 혼자 조용히 곤지곤지를 해보십시오. 아마도 곧 편안한 느낌이 들면서 눈이 저절로 감기게 될 것입니다. 곤지곤지하면서 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곤지곤지하면서 호흡이 가빠지는 사람도 없습니다. 마음이 안정되면서 호흡도 가라앉습니다. 자연히 머리 끝을 향해 치솟았던 기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공입니다. 기공은 먼 나라 도사님들의 권법(拳法)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김교수는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똑같이 100m 달리기를 시킨 후 한쪽은 천천히 걸으면서 호흡을 가다듬도록 하고 다른 한쪽은 곤지곤지를 시켰다. 의외로 곤지곤지를 한 쪽의 호흡이 더 빨리 안정됐다. 김교수는 또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회와 종례, 수업시간에 먼저 곤지곤지 등을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2주간 반복 실시한 결과 산만했던 교실이 조용해지고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교사들의 반응을 얻었다.

    선입견 탈피는 기공의 전제조건

    김교수는 처음 기공에 대해 강의하던 날을 추억처럼 이야기한다. 어느 문화센터의 강의였는데 13명의 수강생 중 11명이 아픈 사람이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기공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지극히 낮았던 때라, 기공강좌라고 하니 당연히 기를 통해 아픈 곳을 치료하는 의료기공쯤으로 생각하고 아픈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그날 김교수는 “기공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임엔 틀림없으나 내가 의사는 아니니 치료를 목적으로 오셨다면 돌아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다.

    기공 강의를 나가던 초창기를 돌이켜보면서 김교수는 거의 모든 수강생들이 빈손으로 오던 것을 또한 잊지 못한다. 왜 필기도구를 가져오지 않았냐고 물으면 수강생들은 대개 “우리는 운동을 하러 왔지 무슨 이론을 배우러 온 게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럴 때마다 김교수는 “이론적 기초가 없는 기공수련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김교수는 갑자기 두 손을 ㅅ(시옷)자 모양으로 기도하듯 가슴 앞에 모으고 아래쪽으로 서서히 내려보라고 시켰다. 복부에까지 손이 내려가자 다시 서서히 가슴 쪽으로 올려보라고 했다.

    “숨이 어떻게 쉬어집니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손을 내릴 때는 자연히 숨을 내쉬고 손을 올릴 때는 숨을 들이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자세가 올바르다면 흉식호흡(胸式呼吸)이 아니라 자연히 복식호흡(腹式呼吸)을 하게 됩니다. 호흡이란 이렇게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강의를 나가 기공체조 동작을 설명하다보면 종종 ‘이때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예전에 호흡법까지 일일이 설명해주던 기공운동을 배웠던 탓이죠. ‘그냥 편한 대로 하라’고 대답해줍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공, 요가, 단전호흡 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할 만큼 커졌지만, 여전히 생활 속의 체육으로 자리잡지 못한 이유가 이렇게 경직된 교육방식과 사람들의 선입견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번은 수강생들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데 갑자기 기감이 크게 다가와 따끔거리자 손가락을 까딱까딱 움직였다. 그러자 모든 수강생들이 이것을 따라했다. “왜 손가락을 움직이느냐”고 묻자 “강사님이 손가락을 움직이니까요”라고 한결같이 대답했다. 김교수는 주입식 교육의 폐해가 여기에도 있었나 싶어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필자는 “기공수련을 하는데 육식과 채식 중 어느 것이 더 낫냐”고 불쑥 물어보았다. 김교수는 “기공에서는 음식을 억지로 조절하지 않는다”면서 “그것 또한 기공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육식과 채식 중 어느 것을 주로 하든 자기 몸에 맞으면 된다. 채식을 한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김교수 자신은 “기공운동을 하기 전엔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기공 운동을 한 다음 오히려 술을 더 자주 마시고 주량도 늘었다”며 ‘무엇은 안된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기공운동은 도인처럼 먹을 것 가리고 금욕생활하는 게 아니란 점을 김교수는 입이 닳을 만큼 수십 차례 강조했다.

    기공운동을 할 때 무슨 특별한 복장을 입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선입견이다. 김교수는 그냥 가벼운 차림이면 되고 장소도 실내외를 가리지 않으나, 다만 시계나 반지 등은 빼는 게 좋다고 말한다.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공을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무도 수련인 줄 알아요. 제 친구 중에도 제가 기공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김교수, 자네 이제 하늘을 날 줄 아나?’ 하고 농담 섞인 얘기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죠. 그런데 기공은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그냥 운동이에요, 운동!”

    그래서 김교수는 요즘 기공을 ‘스포츠’로 대중화하는 데 이어 ‘레크리에이션’으로 인식시키는 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놀이에 기공운동의 원리를 적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발상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그는 “노인들에게 알맞은 기공운동을 만들어 보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곧 닥쳐올 고령화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앞으론 노인들의 건강과 여가가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될 겁니다. 머리 허연 노인들에게 경직된 서양운동을 권해드릴 수는 없고, 가장 좋은 것은 정적이고 부드러운 동양운동을 보급하는 것이죠. 거리에서 골목에서 공터에서 스스럼없이 기공운동을 하는 모습, 참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기공에 미친 인생

    처음에는 만류하던 가족들도 이제는 김교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그의 부친은 약장수가 되지나 않을까 은근히 걱정했던 아들이 기공을 학문적 영역에서 개척해나가자 대견해한다. 부인 공영자씨와 딸들도 그에게 기공운동을 배우고 있다. 김교수는 큰딸 진희(인천 용일초교 5년)와 둘째딸 재희(인천 용일초교 2년)를 모델로 ‘어린이 키 크는 체조’란 제목으로 어린이 기공체조 비디오를 찍어놓았다.

    김교수는 스스로 “지난 10년 동안 기공에 미쳐 지냈다”고 술회한다. 기공 수련자들과 연구자들을 만나기 위해 밤늦게까지 뛰어다녔고, 여름방학 때는 어김없이 중국으로 날아가 중국 ‘사부님’들에게서 태극권을 전수받았다. 겨울방학때는 중국에서 강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을 받았다.

    함께 교육을 받은 문하생들끼리도 ‘한국진식혼원태극권협회(韓國陣式混元太極拳協會·회장 황용인)’를 창립해 사무실을 내고 기공에어로빅 등을 창안해 보급하는 등 기공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기공 연구 때문에 재산도 상당히 날렸다”면서도 김교수는 여전히 싱글벙글이다. “이 좋은 운동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기공에 ‘미쳐’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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