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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창조! 히딩크 리더십 20계명

한국축구 경영 500일 정밀 분석

  • 김화성 < 동아일보 스포츠레저부 차장 > mars@donga.com

신화 창조! 히딩크 리더십 2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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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축구에서 축구감독은 ‘축구기술자’인가 아니면 ‘축구경영자’인가.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의 어시스트 겸 통역을 맡고 있는 디바디는 “트루시에에게는 현대축구의 90%는 팀관리나 심리학 등 매니지먼트다. 훈련은 10%에 불과하다. 그는 선수들에게 ‘당신들은 인간이며 성인이다. 위대한 선수가 되려면 좋은 인간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휴머니즘과 교육은 모든 것의 열쇠”라고 말한다.

히딩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선 거의 확신범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팀을 경영한다. 그는 단순한 ‘축구기술자’가 아니다. 6월5일 로이터통신은 “한국의 히딩크 감독은 축구기술만 아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축구 전체를 아우르는 매니저”라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들도 ‘히딩크의 리더십을 배우자’며 히딩크의 지도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이런 면에서 역대 한국대표팀 감독인 이회택-차범근-허정무 감독은 축구기술자 쪽에 무게가 쏠린다. 그들은 대한민국 최고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당연히 축구에는 도사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제일 잘 안다. 그러므로 그들은 마땅히 국가대표 감독이 돼야 한다. 뭐가 이상한가. 한국 축구팬들에게 이러한 접근방식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물어보자. 히딩크 감독은 현역시절 네덜란드 최고 스타플레이어였던가. 아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이 됐는가. 바로 이런 시각에서부터 한국축구와 유럽이나 남미의 선진축구는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2002한일공동 월드컵에 참가한 32개국 감독 중엔 현역시절 스타출신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역 때 별로 이름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국가대표 감독이 됐을까.

그것은 간단하다. 그들은 선수로서는 성공 못했는지 모르지만 ‘축구경영자’로서는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사람들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반드시 최고의 기술자일 필요는 없다. 최고경영자는 조직의 구성원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어 최고의 힘을 발휘하게 하면 된다. 한마디로 ‘사람관리’에 도사가 돼야 한다. 사람관리엔 축구실력보다는 어쩌면 심리학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마침 히딩크는 심리학책을 잘 본다. 얀 룰프스 기술분석관에 따르면 히딩크는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앞두고 축구심리학 책을 탐독했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을까 고심했다는 것. 그래서 그는 심리전의 대가다. 경기중 불리한 판정에 대해선 물병을 걷어차는 등의 격렬한 항의로 심판에게 압박감을 준다.



6월4일 폴란드와의 경기 때도 폴란드선수가 설기현에게 심한 태클로 파울을 하자 “제기랄(FUCKing), 저건 퇴장감이야” 하며 물병을 걷어차고 테크니컬존을 벗어나 격렬하게 항의했다.

최성용은 “히딩크 감독은 모든 것을 심리적인 면까지 생각한다. 꼭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변심

히딩크는 500일 만에 한국국가대표 23명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한국선수들은 히딩크가 지시한 대로만 하면 뭔가 이뤄진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파워 프로그램을 통한 체력강화’와 ‘강팀만을 상대로 한 경험축적’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크게 늘었다. 이영표는 프랑스와의 평가전에 앞서 “프랑스선수도 사람이다. 다리가 세 개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 개인기가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한다.

히딩크는 어떻게 그 짧은 기간에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 23명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히딩크의 영입에 앞장서 반대했던 병상의 코미디언 이주일씨는 “난 거액을 들여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반대했다. 명장이지만 우리 선수들과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보니 내 판단이 틀렸다. 정말 히딩크는 특별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울산현대의 김정남 감독은 “베스트11 선수들은 자연히 감독을 따르게 돼 있다. 문제는 그 뒤에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감독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거나 심지어 팀이 곤경에 빠지기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그래야 자신이 출장할 수 있으니까”라며 축구감독으로서 선수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런 면에서 히딩크에게 베스트11은 없다. 그는 늘 “난 월드컵을 베스트23으로 준비한다”고 말할 뿐이다.

고독한 마이웨이 축구인

국내 감독들은 이러한 히딩크에 대해 “빨리 베스트11을 정해 전술훈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그러나 히딩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는 상대에 따라 23명의 선수 모두를 골고루 맞춰 쓴다. 공세로 나설 때-역습을 노릴 때-문을 잠글 때 등 그 상황에 따라 거기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뽑아 쓸 뿐이다. 가령 한국팀 공격수인 황선홍-최용수-차두리-이천수-최태욱-안정환 중에서 붙박이로 출전하는 선수는 없다. 상대에 따라 그 조합이 수시로 바뀐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은 늘 긴장한다. 언제 나갈지 모르니 늘 몸과 마음을 준비해 둬야 한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이 일어 늘 적당한 긴장감이 있게 된다. 히딩크 감독은 “베스트멤버는 통상적인 선수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전략에 따라 구성한다”고 말했다.

한국팀 김현태 코치는 “히딩크의 이런 지도를 거치며 한국팀은 선수층이 말할 수 없이 두터워졌다. 이젠 누구 한명 없어도 조금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자연스레 선수들은 더욱 긴장하게 되고 그 때문에 전체적인 기량이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도 “국내 지도자는 베스트11 선정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히딩크는 선수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해 개발하고 상대에 따라 전술과 선수운용을 달리해 효과를 보고 있다. 4대1로 이긴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도 예전 같으면 체력이 강한 유럽 수비수들을 의식해 장신의 공격수를 선발 출장시켰겠지만 이천수 박지성 등을 이용해 한국선수들의 장기인 민첩성과 순발력으로 승부했다”고 분석했다.

월드컵 경기는 격렬하다. 한 경기가 끝나고 나면 부상선수 한두 명은 반드시 나오게 돼 있다. 과거 한국대표팀은 이럴 경우 대책이 없었다. 베스트 11명과 그 나머지 벤치에 있는 선수들간의 경기력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이영표가 개막 직전 부상을 당했어도 폴란드전에서 이을용이 그 자리를 훌륭히 메워준 것이 그 좋은 예다. 선수간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날 컨디션에 따라 출장 여부가 결정될 뿐이다.

히딩크가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은 ‘체력과 스피드’다. 기술은 짧은 시간에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택한 것은 현실적으로 향상이 가능한 ‘체력과 스피드’다. 히딩크는 이것을 밑바탕으로 전술훈련을 병행했다. 스코틀랜드의 포크츠 감독은 “한국선수들의 강한 체력과 스피드에 벤치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고 토로했다. 한국-폴란드전을 본 네덜란드의 한 기자는 “한국선수들의 체력은 유럽 빅리그 최상급 수준이었다. 마치 태엽 인형처럼 전혀 지치지 않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으로 말하면 체력은 튼튼한 재무구조와 같다. 재무구조가 튼튼해야 ‘공격 경영’을 할 수 있다. 히딩크는 원래 공격축구의 신봉자다. 그러나 그것은 네덜란드팀이나 레알 마드리드 같은 세계적인 스타들이 있는 팀을 이끌 때의 얘기다. 히딩크는 한국팀을 맡고 나서 ‘수비 우선의 축구’로 돌아섰다. 그는 그만큼 현실주의자다. 그는 모든 선수에게 상대가 공을 잡았을 때는 수비수가 되고, 우리가 공을 잡았을 때는 공격수가 되라고 한다. 한마디로 ‘토털사커’다.

아무리 공격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더라도 수비를 못하면 히딩크의 눈밖에 난다. 개인기가 좋은 안정환이나 윤정환을 한때 꺼려했던 것도 바로 이 수비력 부족과 체력 부족 때문이었다. 안정환을 “TV가 만든 스타”라고 하고, 윤정환을 “팀이 J리그 2부로 떨어졌는데 거기엔 플레이메이커인 윤정환의 책임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탐탁지 않게 생각한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히딩크는 경영목표인 월드컵 16강을 달성하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춰 조금도 흔들림 없이 인사(선수선발)를 하고 그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줘 동기를 유발했다. 또한 잘못된 관행(연고주의)을 없애고 능력에 맞는 대우(멀티플레이어 우대)를 하고 실적(그라운드 안에서 얼마나 어떻게 뛰나)으로 평가해 조직원들의 불만 소지를 없애고 일방적 상하지시 관계로 이뤄진 의사소통 시스템을 쌍방소통 관계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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