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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비리 수사와 기무사의 민간인 내사 의혹

검찰 수사기록에 등장한 기무사 문서의 비밀

  • 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병무비리 수사와 기무사의 민간인 내사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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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12쪽으로 구성된 이 문서에는 기무사가 수집한 김씨의 전과 및 범죄혐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 조씨의 고소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이다. 이 문서는 ‘수사보고(기무사 제출 서류 첨부)’라는 제목으로 법원에 제출된 검찰 수사기록 목록에 피의자신문조서, 변호인 의견서 등과 나란히 올라 있다.

서울지검 형사1부의 이아무개 검찰주사보가 김아무개 검사에게 수사보고 형태로 제출한 이 문서 앞장에는 다음의 설명문이 첨부돼 있다.

‘본 건과 관련하여 피의자 김대업이 국방부 병역비리 합동수사본부에서 정보원으로 일할 당시 비리가 있어 위 김대업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였던 기무사 소속 성명 불상 직원이 금일 당청에 내왕하여 ‘병무브로커 김대업 범죄경력 및 추가 범죄혐의’ 등 2건의 자료를 제출하기에 첨부하였기(*오타로 보임) 보고합니다’.

‘병무브로커 김대업 범죄경력 및 추가 범죄혐의’라는 자료에는 김씨의 인적사항과 범죄경력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그에 따르면 김씨는 공문서 위조, 협박 등 전과 5범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기무사 자료에 적힌 자신의 범죄사실 중 상당수는 허위거나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일부 범죄사실, 이를테면 모 광역시 시장과 모 정당의 고위간부를 역임한 이아무개씨 아들의 병역비리에 연루됐던 사실은 시인한다. 이를 비롯해 자신이 관련됐던 몇 건의 병역비리를 군검찰 수사팀에 합류할 때 다 털어놓았고, 일부는 과거에 처벌을 받은 사안이기 때문에 새삼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군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주장은 사실로 보인다. 1998년 7월 협박죄로 1년 실형을 살고 막 출소한 김씨를 정보원으로 받아들인 국방부 검찰부는 김씨의 과거 행적을 철저히 조사했고, 김씨 스스로 털어놓은 몇 건의 병역비리 중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수사협조 대가로 면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기무사 문서에 포함된 또 하나의 자료는 ‘김대업 자필진술서’다. 확인 결과 이 진술서는 김씨가 1997년 7월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조사받을 때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씨를 고소한 사람은 앞서 언급한, 정치인 이씨의 부인 민아무개씨다.

김씨는 조사과정에 자신이 저지른 몇 건의 병역비리를 자백했다. 고소사유인 협박 혐의와 상관없는 병역비리를 털어놓은 것은 자신과 고소인의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돈을 받고 이씨 아들의 병역면제를 알선한 적이 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이 문제를 조사하지 않고 덮어버렸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수사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기무사 문서가 갖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첫째는 군 기관인 기무사가 민간인 소송에 개입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개인간 채권채무관계에서 비롯된 지극히 사적인 사건이었다. 게다가 문서에 담긴 내용은 이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것으로, 김씨의 과거 행적, 그것도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수집’ 차원의 얘기를 체계 없이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공식절차를 거쳐 검찰에 넘겨진 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문서 앞부분에 첨부된 설명문에도 나타나 있듯 이 문서는 기무사령부가 업무협조 차원에서 공문 형태로 서울지검에 발송한 것이 아니라 ‘성명 불상’의 기무사 직원이 검찰에 찾아와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검찰 수사기록에 포함돼 법원 제출용 수사서류목록에도 버젓이 등재된 것이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김아무개 검사는 기무사 문서를 수사기록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 “김대업씨를 내사해온 군쪽에서 수사하는 데 참고하라고 넘겨준 것이다. 참고자료는 공문서가 아니더라도 수사기록에 첨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니 근거가 없어 보이는 것도 있고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근거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김검사는 또 “본 사건과 관련 없는 내용을 수사기록에 첨부할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피의자가 과거 처벌받은 사건에 관한 기록이므로 검찰 입장에서는 참고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당시 검찰은 기무사 문서에 적힌 김씨의 범죄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원본’ 그대로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성명 불상’ 기무사 직원으로부터 직접 문서를 넘겨받은 검찰주사보 이아무개씨는 이 문제와 관련해 일절 답변을 거부했다.

익명의 진정서에도 같은 내용이

김대업씨가 구속된 직후 검찰에는 세 차례에 걸쳐 김씨의 비위사실이 담긴 진정서가 접수됐다. 진정서 내용은 문제의 기무사 문서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의 형식도 비슷하다. 기무사 문서에는 병무비리를 비롯한 김씨의 전과사실이 일련번호에 따라 나열돼 있는데, 진정서도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진정서는 박노항 원사가 구속된 후 국방부 검찰단과 함께 병무비리를 수사하던 서울지검 특수1부에도 접수됐다.

서울지검 특수1부는 그해 7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김대업씨를 소환했다. 진정서에 제시된 김씨 관련 병역비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조사를 맡았던 검찰 간부에 따르면 김씨의 병역비리는 사실여부를 떠나, 대부분 오래 전 일이라 공소시효가 지난 것이었다. 따라서 당사자인 김씨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게 이 간부의 설명이다. 또 구체적인 일시, 장소, 관련자 이름까지 적시돼 겉보기엔 구체성을 띠고 있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가 불가능한 것이 많았다고 한다.

게다가 진정인의 신분도 의문이었다. 진정서 제출자의 이름과 주소지를 확인해보니 가공의 인물임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진정인 조사부터 하는 것이 수사원칙이다. 이에 대해 위 검찰 간부는 “진정인 신분이 확인되지 않으면 익명의 투서로 판단해 조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서의 주 내용이 병역비리이고 그 중엔 정치인이 관련된 것도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어쨌든 진정서 조사가 계기가 돼 김씨는 수감자 신분으로 서울지검 특수1부의 병역비리수사에 수사보조원으로 참여, 약 8개월 동안 매일같이 서울구치소에서 서울지검으로 출근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씨가 병역비리수사에 참여하는 동안 군쪽에서 어떤 얘기가 없었냐”는 물음에 “당연히 께름칙하게 여기지 않았겠나. 그 정도만 얘기하겠다”며 군쪽에서 ‘특별한 반응’을 보였음을 암시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씨가 구속된 후 비슷한 내용의 진정서가 몇 차례 검찰에 접수된 것에 대해 “어디선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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