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입체 분석

北, 서해갑문 살리려 금강산댐 버렸다

  •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北, 서해갑문 살리려 금강산댐 버렸다

2/7
올 여름 장마 때 금강산댐이 붕괴한다면, 그 물은 평화의 댐을 월류(越流)할 가능성이 높다. 1986년부터 1988년 사이 평화의 댐을 만들 때 전두환(全斗煥) 정부는, 빨리 완공하기 위해 주로 큰 돌덩어리를 쌓았다. 때문에 평화의 댐은 사력댐 중에서도 ‘석괴(石塊)댐’으로 분류된다. 석괴댐은 월류에 특히 허약하다.

월류한 물은 댐 정상부의 돌을 끌고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댐 정상부가 무너져내린다. 동시에 하단부에서도 붕괴현상이 일어난다. 평화의 댐 높이는 80m다. 80m를 낙하한 물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바위나 흙은 위에서 누르는 압력에는 잘 견디지만, 옆에서 당기는 힘에는 맥을 추지 못한다.

홍수가 지기 전, 강가에 사람 힘으로는 도저히 들 수 없는 큰 바위를 갖다 놔 보자. 그리고 큰물이 쓸고 지나간 다음에 보면, 하류 쪽으로 휩쓸려 내려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근처 땅속에 박혀 있던 큰돌도 빠져나와 하류 쪽에 처박혀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불어난 물이 바위를 횡(橫)으로 밀고 당겼기 때문에 일어났다. 물은 이렇게 횡으로 잡아끄는 힘이 강한데, 특히 높은 데서 떨어진 물은 당기는 힘이 강하다.

평화의 댐을 넘어 80m를 낙하한 물은 ‘물귀신’ 같은 힘으로 댐 하단부를 구성한 석괴를 끌고 나간다. 이를 ‘세굴(洗掘)’ 현상이라고 한다. 정상부의 훼손과 하단부의 세굴현상이 장시간 계속되면, 석괴들 간의 균형이 깨져 댐은 한순간에 무너진다.

평화의 댐 보강공사는 물이 월류하더라도 댐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월류한 물이 정상부에 있는 돌을 끌고 나가지 못하도록 댐 정상부를 70㎝ 두께의 콘크리트로 덮어씌웠다. 80m를 낙하한 물이 하단부를 세굴해도 댐 전체는 무너지지 않도록 추가로 돌을 쌓아 하단부를 보강했다. 그리고 화천댐을 최저 수위로 낮춰 평화의 댐을 넘어 흘러오는 물을 막아내도록 했다.



평화의 댐 보강공사는 매우 황급히 추진되었다. 건설교통부는 160억원으로 추산되는 보강공사비는 추후에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마련하기로 하고 우선 공사부터 발주했다. 이렇게 공사를 서두르고 있음에도 남한 정부는 금강산댐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여수로와 방류구의 차이

북한은 어떤 의도로 금강산댐을 만들었는가. 과연 안전하게 만들었는가.

금강산댐은 흙과 자갈 등을 쏟아부어서 만든 전형적인 사력(砂礫)댐이다. 남한에도 사력댐이 있는데 소양강댐이 대표적이다. 금강산댐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소양강댐에 비교하며 살펴보기로 한다. 지금 금강산댐 총저수용량은 9.1억t 정도인데, 북한은 이 댐을 증축해 26.2억t으로 늘릴 계획이다. 소양강댐의 저수용량은 29억t이므로, 금강산댐과 소양강댐은 여러가지 면에서 비교해볼 만하다.

사진 1 하류 쪽에서 본 소양강댐 에서처럼 하류 쪽에서 본 소양강댐에는 정상 우측부에 4개의 수문이 설치돼 있다. 이 수문들은 댐 상단부에 설치돼 있으므로, 만수위에 육박할 때만 비로소 물을 방류한다. 홍수 때 가둬놓을 수 없어 남는 물은‘여수(餘水)’라고 하고, 여수를 흘려보내는 수로를 ‘여수로(餘水路·spill way)’라고 부른다. 댐 정상부에 있는 수문의 정확한 명칭은 여수로다.

댐은 여수로를 통해서만 물을 빼내는 것이 아니다. 댐에는 발전이나 용수 공급 등을 위해 사시사철 물을 빼내는 ‘방류구(放流口)’가 있다. 소양강댐에도 발전을 위해 물을 빼내는 방류구가 있다. 여수로는 홍수 때만 쓰이기 때문에 댐 상단부에 있으나, 방류구는 항시 물을 빼내야 하므로 댐 중간 높이쯤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금강산댐에도 여수로와 방류구가 있어야 한다. 금강산댐은 가둔 물을 태백산맥을 뚫은 길이 45㎞의 장대한 터널(방류구)을 통해 동해 쪽으로 떨어뜨리는 유역변경발전을 한다. 동해 쪽에는 역류한 물을 받아 전기를 생산하는 안변청년발전소가 있다. 금강산댐의 발전용 방류구는 동해 쪽으로 나있는 것이다. 그런데 금강산댐에는 인공위성 사진 ⑧번쯤에 또 하나의 방류구가 설치돼 있다(금강산댐 화보 참조).

⑧번 방류구 밑에는 북한강으로 이어진 지천이 있다. 따라서 ⑧번 방류구로 나온 물은 이 지천을 따라 금강산댐 하류에 있는 북한강 본류로 들어간다. 지난 1월과 6월 평화의 댐으로 내려온 물 중 일부는 ⑧번 지역에 있는 방류구에서 유출되었다.

그러나 방류구로 뽑아낼 수 있는 물은 그리 많지 않다. 화천댐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화천댐의 발전용 방류구는 초당 185t을 방류한다. 반면 수문(여수로)은 초당 7828t을 방류한다. 금강산댐 일대에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금강산댐에 있는 두 개의 방류구로는 밀려드는 물을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다.

금강산댐에서는 ⑧번 외에도 ⑤번과 ⑥번 ⑦번 부위에서 물이 유출되었다. ⑤번과 ⑥번 ⑦번에서의 방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수상쩍다. 댐을 건설할 때는 먼저 강바닥의 토사를 제거한 후 암반을 찾아내 그 위에 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물줄기를 막아 다른 데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그것을 ‘가(假)물막이’ 공사라고 한다. 가물막이로 막은 물은 가(假)배수로를 통해 하류로 내려보낸다. 가배수로는 대개 가물막이를 한 곳에서 가까운 산속에 터널 형태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댐 전문가들은 북한이 ③번에서 ⑦번 부위 쪽으로 가배수로 터널을 뚫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7
이정훈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oon@donga.com
목록 닫기

北, 서해갑문 살리려 금강산댐 버렸다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