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호

후보 교체냐 ‘노무현 신당’이냐

  • 손태복 < 내일신문 정치부 기자 > csson@naeil.com

    입력2004-09-07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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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발(發) 정치권 지각변동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당의 진로를 놓고 심각한 내부 갈등과 분열을 거치며 정치권에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6 ·13지방선거 결과는 한마디로 민주당에 대한 사망선고다. 지역구도 하에서 민주당의 존립기반은 호남과 수도권이었다. 그중 한쪽 날개인 수도권에서 혹독한 민심이반을 확인했다. 선거패배는 선거일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러나 격차가 예상보다 크게 벌어졌고 당의 조직기반이라 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선거 등에서 전멸에 가까운 패배를 맛보았다. 당 전략기획 한 관계자는 “인물, 정책, 선거캠페인 무엇 하나 통하지 않았다. 우리 후보들은 단지 민주당이라는 간판 때문에 다 떨어졌다. 모두 당의 책임이다”고 말했다.

    이제 민주당은 12월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당장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변화는 정치인들의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을 버린 민심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안에 대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지만 해법은 크게 ‘민주당 개조냐’ 아니면 ‘민주당 소멸, 신당 창당이냐’로 갈라진다.

    어느 쪽이든 민주당의 세가 이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없다. 민주당 개조와 신당창당에 합류하지 않을 인사와 세력이 나타날 싹이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충청 출신 한 의원은 “정치적 결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당을 떠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주류측 한 재선의원은 “당의 변화를 반대하면 잘라낼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일전불사 의지를 밝혔다.

    “DJ 그림자만 벗으면 살 수 있다”



    쇄신을 통한 민주당 지지회복은 노무현-한화갑 체제 주류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6·13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김대중정권의 부패비리게이트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 역시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민주당 쇄신의 초점을 DJ와의 절연에 두고 있다. DJ의 그림자만 걷어내면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다. 한 당직자는 “이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채권·채무관계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선거가 끝난 6월14일 열린 최고위원 상임고문연석회의에서는 당의 변화와 함께 청와대와 정부의 변화를 요구했다. DJ에 대한 포문을 연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박지원 비서실장, 이한동 국무총리 퇴진 등의 얘기가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개혁파 쪽에서 간헐적으로 나왔지만 당의 공식회의에서 논의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마디로 그간의 성역을 깨뜨리며 청와대를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무현 후보의 정무특보인 천정배 의원은 부패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당의 책임을 강조하며 “우리가 청와대를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밀어붙여야 한다”며 강도 높은 공세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에서 응답을 하든 안하든 강력한 공세를 통해 DJ와 연을 끊고 국민들에게 노무현당으로의 변신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류의 생각은 선거과정에서 제2쇄신으로 나타났다. 선거구도가 ‘DJ 대 반DJ’로 흐르자 민주당은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를 선언하고 거국중립내각 구성, 아태재단 사회 헌납, 김홍일 의원의 의원직 사퇴 등 제2쇄신을 추진했다.

    대표와 대선후보의 책임론은 부차적인 문제다. 노후보에 대한 기대가 살아있는 것은 지지도 급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겨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탈민주당을 노리는 당내 세력들의 거사명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보다는 이후 사태수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도부 일괄사퇴 가능성을 부인하며 후보 재신임과 당 쇄신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한대표의 행보에 대해 비주류측은 물론 당의 주류로 분류되는 개혁파 쪽에서도 지도부 일괄사퇴를 주장하는 등 책임 추궁이 만만치 않아 힘의 약화가 불가피하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대표가 ‘탈DJ 쇄신’에 적합한 대표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하고 있다. DJ의 비서출신으로서 DJ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민주당발 정계개편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자민련 해체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 개편이 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자민련 일부가 한나라당으로, 또 다른 일부는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과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합종연횡에 가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일부 의원들의 이탈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벗어나려는 원심력은 커졌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흡인력을 가진 정치세력이 아직 없다”며 정치권의 대규모 지각변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같은 주류측의 처방에 대해 민주당의 취약지대인 충청, 강원, 경기 출신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당 기득권을 포기하고 외부세력과 신당을 창당하자는 것이다. 노후보, 한 대표 모두 사퇴하고 민주당을 사실상 해체하자는 것이다.

    강경파인 대전 출신 송석찬 의원은 “민주당 쇄신만으로 12월 대선 승리는 어렵다”며 “대선후보와 대표는 물론 경선에 참여한 인사 등 민주당에서 기득권을 가졌던 인사들은 모두 2선으로 물러서야 한다.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얻는 세력이 주체가 되는 국민정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이 당내 세력을 갖고 있는 의원은 아니지만 충청, 강원과 경기 출신 의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생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주목하고 있는 세력은 박근혜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다. 특히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이 선전함으로써 정몽준 의원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부산 출신 김기재 의원은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당히 넘어가려 하지만 민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몽준 박근혜 의원 등을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민주당 주변에선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뒤에도 노무현 후보 교체-정계개편에 의한 제3후보 옹립이라는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노풍이 위력을 발휘하는 동안도 마찬가지였다. 그 진원지의 하나로 의심을 받아온 인사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민주당 한 인사는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불개입을 선언했지만 평생을 정치를 해온 사람이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움직일 것이고 그 메신저는 박지원 실장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론 청와대 인사들은 “그럴 힘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부인했지만 민주당 주변에 흘러 다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이 때문에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수면 밑을 맴돌던 정계개편론이 반(反)민주당 민심이 드러난 선거결과를 타고 수면위로 부상한 셈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미 선거 전 보고서를 만들어 핵심당직자와 몇몇 인사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노후보의 지지율 하락-후보교체-제3세력과의 합당을 통한 신당창당과 새 후보 옹립이라는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새 후보의 대상으로 정몽준 의원을 꼽고 있다.

    정치권에서 정계개편론의 출발점은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등 소수파들이었다. 대선승리를 통한 재집권 가능성을 높이거나 현 정치지형을 흔들어 자신들의 입지를 만들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인제 모처럼 상한가

    민주당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는 12월 대선에서 누구를 후보로 세우고, 어떤 세력과 손을 잡았을 때 이길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12월 대선에서 승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 민주당 동요와 정계개편의 출발점인 셈이다.

    한때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유력한 주자로 거론될 때는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자민련과의 합당이 추진됐다. 민주당 경선 전 이인제 대세론에 동조했던 당시 주류측은 경선 전 자민련과 합당이라는 합의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의원이 양당의 합당을 경선후로 미룸으로써 무산됐지만 이인제 대세론에 새 엔진을 달아주는 정도의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자민련과의 합당론은 물 건너갔다.

    노무현 후보는 지역주의를 타파하는 방향으로 정치권을 개편하자고 제시했다. 노후보 측의 정치권 재편 구상은 영남권 출신 민주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추진동력은 노풍이라는 힘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6·13선거에서 참패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 노후보는 선거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책구도 정계개편)내용은 옳지만 할 수 있는 여건과 힘은 별개”라며 “여건이 안됐다”고 추진동력이 사라졌음을 시인했다.

    6·13 이후 민주당발 정계개편은 민주당의 동요와 노후보의 불안정성을 근원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 주류측이 주도하는 정계개편이라기 보다는 민주당 비주류에 의한, 기득권 포기-후보교체라는 수동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의 변화와 역량강화가 아니라 해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으로 민주당을 끊임없이 동요케 하고 당의 원심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과 함께 정계개편론의 단골멤버인 이인제 의원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의원 역시 본인의 약화된 정치적 위상에다 당의 약화가 겹치면서 정계개편의 종속변수로 치부되고 있다.

    6·13선거과정에서 이의원은 오랜만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수도권 충청 출신 표심과 흔들리는 충청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구애가 쏟아졌다. 그러나 이의원은 이에 걸맞는 득표활동도 못했고 충청 민심을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청권에서 JP와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 상륙작전을 저지하려 했지만 실패로 끝나 충청권의 대표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민주당 여론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지사 선거에서 충청 출신들이 대부분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이의원의 독자적인 행보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측근은 “가볍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인의 대선후보로서의 경쟁력이 약화됐고 지역기반인 충청권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의원의 행보는 정국상황에서 ‘독립변수’라기보다는 자신의 입지에 유리한 흐름에 몸을 실은 ‘종속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심으로부터 버림받은 민주당과 이에 따른 당내의 동요를 극복할 과제가 노무현 후보 앞에 놓여 있다. 한때 노풍을 타고 승승장구하는 듯 했지만 지금부터 노무현 후보는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처지다.

    전문가들은 지지도 하락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방선거 기간 중 한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노후보의 지지도가 역전됐다. 6월 13일 SBS가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지지도 조사 결과 가상 양자대결에서 노후보는 35.6%의 지지도를 기록, 이회창 후보에게 2%포인트차로 뒤졌다. ‘석달 천하’가 막을 내린 것이다. 이회창대세론이 다시 탄력을 받으며 이후 정국과 12월 대선의 주도권을 잡았다.

    경선 후 노후보측은 이 같은 상황을 뒤집을 만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풍의 실체, 즉 정치의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민심에 부응하지 못한 것이다. DJ·YS와의 관계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노후보는 양자의 화해를 위한 민주연합론을 주장했지만 이는 3김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정서와 어긋나는 것이었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후 YS 방문은 국민들의 3김 청산 정치개혁 요구와 반대되는 행보였다. 이로써 노풍의 진원지였던 40대의 이탈을 가져왔다. DJ와의 관계 역시 정치적 의리를 중시하며 차별화 반대를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입장은 부패비리에 대한 민심의 분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었고 ‘DJ의 양자’라는 딱지만 스스로 붙인 꼴이 됐다. 노후보의 지지율 폭락은 ‘홍3’비리로 인한 반DJ 민심과 노후보의 정치적 행보가 겹쳐진 결과라는 게 민주당내 일치된 의견이다.

    일차적인 책임을 반DJ 정서로 돌리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보의 지도력과 위기관리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자질론이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 노후보가 자신의 경쟁력의 하나로 내세웠던 영남 득표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노후보는 당내 세력이 전혀 없다. 당내의 지지보다는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후보자리를 따냈다. 그 국민적 지지가 사라짐으로써 당내 리더십은 위기에 처한 것이다.

    노후보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대의 지지가 살아있고 또 노후보 지지를 철회한 층들이 이회창 후보로 돌아서지 않는 점 등을 들며 낙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노후보의 상품성과 이회창 후보와의 대결구도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후 예상되는 정치적 과정에서 보여줘야할 정치력과 지도력을 계산에 넣지 않은 한계를 안고 있다.

    노후보가 승리를 장담한 데는 ‘노무현 대 이회창’ 구도, 즉 귀족 대 서민, 수구 대 개혁의 구도로 갈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6·13선거에서 보듯 ‘DJ 대 반DJ’구도가 생각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압승에 따른 견제심리와 역풍을 경계하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고 있지만 곧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 DJ정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보와 민주당의 변화는 이 굴레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노후보 역시 감정적 차별화는 아니지만 DJ와 선을 긋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DJ의 차남 홍업씨 문제가 마무리 되지 않았고 한나라당이 영부인 이희호 여사와 DJ까지 공격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조기매듭론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의도가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노후보는 일단 재신임을 통해 다시 당내 입지를 다지고 대국민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날이 생각대로 평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선 고문은 이미 대표와 함께 후보가 사퇴하고 재신임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DJ와의 차별화 전략 역시 동교동계 구파와의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느 한쪽을 버려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노후보나 그를 뒷받침하고 있는 개혁세력은 버리고 갈 세력은 버리고 가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세워놓고 있다. 그 분수령이 김방림 의원의 검찰 자진출두 문제이고 후보교체-신당창당 주장에 대한 대처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는 김의원의 검찰출두에 대해 스스로의 결단을 강조하며 자진출두 주장에 대해 각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당내 개혁세력을 중심으로 신주류를 형성 내부 혁신을 주도해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노후보는 변화와 개혁을 위한 지도력과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것인가. 당내 갈등과 분열이라는 위험한 행보를 당분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가. 6월 14일 개혁파 의원 모임에 김근태, 정동영 의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러한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본격적인 개혁세력의 결집에 시동을 건 것이다. 두 사람을 포함, 추미애 신기남 최고위원이 노후보를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결집의 중심으로서 신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노후보는 “민주당 개혁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이뤄져야한다”며 당내 인물들을 중심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화갑 대표, 김원길 총장 등 당내 주류측에선 ‘당의 노무현 중심 전환’을 위해 선대위 조기 구성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 비주류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부 갈등에 대해 노후보는 여전히 당정분리원칙을 내세워 당의 자율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열이 고스란히 후보의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8·8 재보선이 시험대

    6월17일 오전 노무현 후보는 지방선거 패배 후 4일간의 침묵을 끝내고 마침내 승부수를 꺼내들었다. 정면돌파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전 당무회의,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8·8재보선 뒤 원점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을 다시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누구든지 입당해 국민경선을 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보의 정면돌파론은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 내부의 자체 토론을 거친 결과였다. 이날 아침 노후보를 지지하는 김원기 정치고문, 문희상 대선 기획단장, 정동채 후보 비서실장, 천정배 정무특보, 홍석기 후보 비서실 기획팀장이 회의에 앞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여 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조율했다. 이들은 모임 후 정리된 의견을 정동채 비서실장을 통해 노후보에게 전했고, 노 후보는 이를 보고받은 후 당초 참석 여부를 고민 중이던 당무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전격적으로 ‘8·8 재보선 후 후보 재경선’입장 등을 발표했다.

    쇄신파들도 회의에 앞서 모임을 갖고 입장을 정리했다. 김근태 추미애 장영달 설훈 강성구 임종석 의원 등 쇄신파 23명도 회의에 앞서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했다. 노 후보나 한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이 주축인 이들은 노 후보 재신임문제에 대한 조속한 매듭과 후보 및 당 지도부의 동시 재신임 등을 주장, 당내 분란 조기수습과 ‘제2쇄신’ 등을 통한 ‘당의 거듭나기’에 초점을 맞췄다. 모임 후 장영달 의원은 브리핑에서 “노후보와 이인제 의원이 후보와 대표로 손잡고 새롭게 당을 짜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설훈 의원의 제안에 대해 상당수 의원들이 노 후보, 이 대표의 역할 분담에 대해 동의했다”며 노무현-이인제 신당론을 밝혔다.

    비주류들도 분주했다. 경기도 및 충청·영남권 출신의 비주류 의원들은 노후보의 후보사퇴에 무게를 두면서도 회의에 앞서 사전모임 등 눈에 띄는 행동을 자제했다. 이는 자신들의 행동이 자칫 이인제 의원의 뜻을 대변한 것으로 비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노무현 후보의 8·8보선후 재경선 선언 이후 민주당은 본격적인 내부정비작업에 들어간 느낌이다. 어떤 경우든 8·8보선은 민주당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대한 사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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