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호

충청권 독식해 ‘거함’ 띄운다

  • 박주호 < 국민일보 정치부 기자 > jhpark@kmib.co.kr

    입력2004-09-07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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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계개편 운운하는데 우리가 안하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니다.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한나라당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에 자신감이 넘쳐난다. 그 한편으로 몸조심을 당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나라당 사람들의 설레는 요즘을 살펴보았다.
    ”너무 좋아하지 마”

    6·13 지방선거 투표가 막 끝난 13일 오후 6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10층 대강당. 개표상황실이 설치된 이 곳에서는 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겼다”는 함성이 터졌다. 당직자와 사무처 직원들은 곳곳에서 “부패정권을 확실히 심판했다” “믿어도 되느냐, 정말 이긴 거냐”며 흥분했다. 하지만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는 웃지 않았다. 대신 뒷자리에 앉아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는 박원홍 홍보위원장에게 그렇게 한마디 툭 던진 것이다.

    이후보는 앞서 오전 7시30분쯤 종로구 효자동 옥인제일교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부인 한인옥(韓仁玉) 여사와 함께 투표했다.

    “좋은 꿈 꿨습니까.”

    “내가 왜 꿈을 꾸나, 후보들이 꿔야지.”



    이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을 가볍게 넘겨받았다. 투표 후 청진동 해장국집으로 옮겨 기자들과 아침을 했다. 표정은 무척 밝았다.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와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를 보고받아 이후보는 선거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압승하는 것 아닙니까.”

    “아이고, 지금 그런 말 하지 맙시다.”

    “서울도 이기죠?”

    “뚜껑을 열어봐야지. 그런데 참 이명박, 이재오 그 두 사람은 선거를 즐기면서 합디다. 나는 피곤해 죽겠는데 그저 신이 나서 돌아다니더라고요.”

    이후보는 말머리를 돌렸다. 한 기자가 “한나라당이 선거승리에 도취해 앞으로 실수를 자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데요”라고 물었다. 옆에 있던 이종구 공보특보가 “벌써 ‘오만한 제1당’이라는 기사부터 써놓고 묻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이후보는 “그러면 내가 입을 열면 안되겠네”라고 해 폭소가 터져 나왔다.

    13일 밤 10시30분쯤 상황실에 다시 나타난 이후보는 개표방송에서 이명박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처음으로 박수를 쳤다. 선거결과에 대한 이후보의 일성은 “두렵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였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의 지도자나 대변인이 이같은 말을 하는 것은 관례적인 일이지만, 이후보의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승자의 조바심과 초조감

    한 측근은 이후보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복선(伏線)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이 측근은 “선거를 1주일쯤 앞두고 압승은 예상됐다. 그때부터 이른바 역풍론(逆風論)이 대두됐다. 이후보는 누구보다도 그 점에 신경을 썼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은 결코 자만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동시에 당직자와 당원들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14일 오전 선거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선거결과에 대해 보다 정제된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그는 “민심을 헤아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으면 언제든 매서운 심판과 질책을 받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또 “선거결과를 보면 정말 두렵고, 무엇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후보는 여직원들이 축하 꽃다발을 전달하자 사양하다가 마지못해 받았다. 그리고는 “승리 축하는 어제로 끝났다”며 당선자 축하연을 취소시켰다.

    승자의 조바심과 초조감. 이후보는 왜 이렇게까지 몸을 낮추는 것일까. 이후보 측근들이 말하는 역풍론은 과연 무엇일까. 이후보의 낮은 자세는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병렬 의원은 “자만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데, 당선자 축하연까지 취소할 이유가 있나”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이후보 진영은 앞으로 전개될 정국의 변화를 심상찮게 바라보고 있다. 이병기 공보특보는 “우리의 목표는 대선이지 지방선거가 아니다. 정치캘린더로 대선까지 6개월이면 보통 때의 3년과 같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일단 민주당이 요동치고 자민련이 붕괴하면서 신당창당, 제3세력 급부상 등 정계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정계의 새판짜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한나라당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게 이후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 진영은 “역풍론의 조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말하고 있다. 이후보 진영이 자체 분석한 역풍론의 배경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당히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었다.

    첫째,국민들의 견제심리 발동이다. 이번 선거결과는 역대 선거에서 볼 수 없었던 일당의 완전독주였다. 시 도지사 16명 가운데 11명, 시 군 구청장 232명 가운데 140명, 시 도의원 682명(비례대표 73명 포함) 가운데 393명을 한나라당이 휩쓸었다. 선거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광역단체장 비례대표 정당명부제 투표에서는 무려 52.2%를 얻었다. 민주당은 29.1%에 불과했다.

    김진재 최고위원은 “우리 국민들은 항상 힘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역대 선거를 보면 그렇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가 당선됐지만 곧바로 88년 총선에서 사상 최대의 여소야대가 됐고, 90년 3당 합당이 되자 92년 총선에서 또다시 야당에게 표를 몰아줬다. 92년 대선에서 김영삼이 이겼지만 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에서는 여당이 졌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방선거 압승과 원내 과반 돌파는 절대 우리 당에 유리하지 않다. 대선에서는 국민들의 견제심리가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둘째, 호남과 진보세력 및 젊은층의 역결집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8.9%로 사상 최저. 여론조사기관 관계자와 각 후보들은 20대와 30대 젊은층의 투표 포기 현상이 뚜렷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도권에서 호남출신의 결집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결국 이번 선거 압승의 원인을 투표율만 가지고 따져보면, 민주당 지지도가 높은 젊은층의 투표 포기와 호남표의 결속력 저하가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과연 대선에서도 호남출신과 진보세력, 젊은층의 투표율이 지금처럼 낮을까. 전망은 한나라당에 상당히 불리하다. 호남출신과 진보세력의 투표율은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20대와 30대 젊은층의 투표율을 가지고 대선을 전망해볼 수밖에 없다. 역대 선거 투표율을 살펴보면, 지방선거와 총선이 대선에 비해 훨씬 낮다. 95년 6·27 지방선거 68.4%, 96년 4·11 총선 63.9%, 98년 6·4 지방선거 52.7%, 2000년 4·13 총선 57.2%였다. 반면 92년 대선은 81.9%, 97년 대선은 80.7%나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젊은층의 투표율이다. 98년 지방선거 연령대별 투표율은 20~25세 39.9%, 25~29세 34.2%, 30~34세 45.1%, 35~39세 56.5%로 나타났다. 2000년 총선도 20~25세 37.8%, 25~29세 30.5%, 30~34세 40.3%, 35~39세 51.8%로 98년 지방선거와 비슷하다. 두 선거 모두 40대 이상은 70% 내외의 투표율을 보였다.

    그런데 대선은 달랐다. 97년 대선에서 20~24세는 66.4%, 25~29세는 69.9%로 상당히 높았다.30~34세는 80.4%, 35~39세는 84.9%로 30대의 투표참가율은 40대 이상에 못지 않았다. 홍준표 의원은 “대선에서는 젊은층이 대거 투표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불리하다”고 예측했다.

    셋째, 민주당의 선거 참패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은 급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SBS가 투표일인 13일 여론조사기관 TN소프레스에 의뢰해 실시한 이회창-노무현 대선 지지도 조사에서 이후보는 37.6%로 노후보(35.6%)에 불과 2.0%포인트 앞섰다. 같은 날 MBC가 이동전화 여론조사기관인 MBZON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이후보는 46.0%로 40.1%인 노후보에 5.9%만 앞섰다. 이는 6·13 지방선거 정당명부제 투표에서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지지율 격차가 23.1%(52.2% 대 29.1%)였던 것과 비교하면 인물 경쟁력 면에서 노후보가 월등하다고 봐야한다. 비록 이후보가 지난 3월 노풍이 불기 시작한 뒤 처음으로 지지도에서 역전했지만 노풍(盧風)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이후보를 항상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민주당의 역동성이다. 이후보측은 민주당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둘러싸고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새로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이후보 측은 주목하고 있다. 필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역량을 ‘이회창 격파’에 모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민주당은 지난 3월 국민참여경선으로 노풍신화를 창조했듯이 앞으로 제2의 노풍을 만들어낼 역량이 있다. 당의 조직과 인적 구성에서 한나라당이 정적(靜的)이라면 민주당은 동적(動的)인 측면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다섯번째는 이후보가 경계하듯이 한나라당의 ‘자책골’이 터질 가능성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5 재보선에서 서울 동대문을과 구로을에서 이기는 등 압승했다. 그러나 그것이 독약이 돼 이후보는 당내 민주화에 소극적이었다. 비주류의 집단지도체제 요구를 끝내 거부했고, 박근혜 의원의 국민참여경선 도입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는 이후보 지지도 급락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탈당에 이어 측근정치에 대한 불만까지 겹쳐 당은 엄청난 위기에 몰렸다. 한 당직자는 “대세론에 안주해 대통령이 된 것처럼 행동하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라면서 “이후보가 이번 지방선거 승리에 안타까울 정도로 표정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지난해 재보선 승리 이후에 벌어진 당의 오만을 방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후보 신상문제를 꼽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가장 긴장시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올초 빌라문제로 엄청난 곤욕을 치렀던 이후보로서는 또다시 이에 버금가는 악재가 터질 경우 회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이 폭로했던 ‘최규선씨 돈 20만달러 수수설’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고, 최근에는 1997년 이후보 측근과 병무청 관계자가 장남 수연씨 등과 병역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유력인사가 “우리는 이회창을 낙마시킬 12가지 카드가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고 한다.

    “뱀은 열 번 허물을 벗어도 뱀”

    한나라당과 이후보 측은 내부적으로는 역풍론을 경계하면서 바깥으로는 민주당의 향후 진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단 민주당이라는 간판은 대선 전에 없어질 것이라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전체의 재편은 없을 것으로 관망하고, 또 그러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금종래 이후보 정무특보는 “정계개편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민주당 내부가 분란을 일으켜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겠지만 한나라당이라는 거대한 몸뚱이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정계개편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금특보의 말은 민주당의 쇄신과 제2창당 움직임을 정계개편이 아닌 당내문제로 ‘격하’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민주당의 향후진로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식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갖가지 경우의 수를 놓고 한나라당 대선전략에 대입시키는 작업이 한창이다.

    노무현 후보의 교체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참여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교체할 명분이 없고, 교체작업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도 노무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보의 한 측근 의원은 “박근혜, 정몽준 의원과 고건 서울시장의 대안론이 나돌고 있는데, 그야말로 도상(圖上)연습에 불과하다”면서 “후보를 바꾸는 순간 민주당은 두 쪽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쪽에서 후보를 바꾸면 이후보가 대선에서 이기는 일은 ‘땅짚고 헤엄치기’만큼 쉽다”고 단언했다.

    홍준표 의원은 민주당이 분당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노무현 세력과 이인제 세력이 결별수순을 밟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의원은 “노후보를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과 한화갑 박상천 중심의 호남세력이 당을 지키거나 새로운 당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이인제 중심의 보수세력과 충청세력이 제3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의원은 “그렇게 될 경우 노후보와 호남세력의 ‘어색한 동거’가 과연 대선에서 표를 얻을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리는 서울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 내 호남세력이 대선을 조기에 포기하고 17대 총선(2006년)에 대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아들 비리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게 확연해졌다. 유세를 다녀보니 아들비리 얘기를 꺼내면 청중들의 표정이 달라지더라. 대선은 끝났다. 백약(百藥)이 무효”라고 말했다. 그는 “동교동계는 당권만 가지고 있으면 다음 총선에서 70석 정도의 강력한 야당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자민련 김종필 총재, 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무소속 정몽준 의원 등을 모두 끌어들여 이른바 ‘이회창 포위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정가에서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잡탕식으로 끌어모아 봤자 일사분란한 대선체제를 만들기 어렵고, 무엇보다도 노후보의 정체성이 타격을 입어 효과는 적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산 경남에서의 노풍과 관련,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 득표율을 들어 노풍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의 한 의원은 “뱀은 열 번 허물을 벗어도 뱀”이라면서 “노후보가 DJ정권의 후계자이며 현정부 실책과 권력비리를 떠안아야 한다는 우리당의 주장이 먹혀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후보가 ‘부산의원 17명이 한 일이 뭐냐’ ‘부산이 또 나를 죽이려 한다’는 자극적인 말로 부산민심을 부추겼으나 부산사람들은 오히려 노후보의 가볍고 거친 발언을 꾸짖고 있다”면서 “노풍이 불기 시작했을 때 열렬히 지지했던 부산 경남의 30대가 노후보를 외면하기 시작했다는 각종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대(對) 자민련 전략과 관련, 한 중진의원은 “일곱 번 놓아줬다가 일곱 번 잡아들일 수 있다”는 삼국지의 고사(故事)를 인용했다. 이 말의 뜻은, 자민련 의원 대부분은 이미 한나라당의 호주머니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몇몇 의원은 사실상 입당원서를 서청원 대표에게 맡겨놓은 거나 다름없다고 들었다”면서 “문제는 우리당이 이들의 입당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JP의 심경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대선 때까지는 자민련에 잔류하게 하고 국회에서는 우리당 편을 들게 하는 식의 전략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내부적으로 작성한 자민련 의원들의 성향분석에 따르면, 의원 14명 가운데 JP를 비롯한 전국구 5명과 이양희(대전 동), 김학원(충남 부여) 의원 등 7명 외에는 모두 ‘입당가능성이 높다’고 돼 있다.

    나머지 7명의 의원은 이재선(李在善·대전 서), 송광호(宋光浩·충북 제천-단양), 정우택(鄭宇澤·충북 진천-괴산-음성), 정진석(鄭鎭碩·충남 공주-연기), 원철희(元喆喜·충남 아산), 이완구(李完九·충남 청양-홍성), 오장섭(吳長燮·충남 예산) 의원 등이다. 이들 가운데 한 의원의 보좌관은 “그동안 명분이 없어 JP 눈치만 봤는데, 지방선거 패배로 탈당 명분이 생겼다”면서 “의원들끼리 향후진로를 모색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이 가장 높지 않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자민련 의원들의 집단입당이 과연 한나라당의 대선전략에 도움이 되느냐의 문제에 부닥치면, 당내 의견은 분분하다. 오히려 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약간 우세한 것 같다. 그것은 지난 5월에 있었던 ‘함석재 파동’에서 알 수 있다. 당시 함석재(咸錫宰·충남 천안) 의원의 입당을 놓고 최고위원 회의에서 심각한 의견대립이 있었다. 한 최고위원은 “가만히 있어도 8·8 재보선 때 자력 원내 과반이 확실한데, JP를 적으로 만들 필요가 뭐 있느냐”고 강력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 의원 입당 반대파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민련은 그대로 두어도 제 풀에 허물어질 정당이기 때문에 굳이 ‘의원 빼내오기’라는 비판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자민련 의원들의 입당과는 관계없이 이후보 스스로 충청권에서 ‘이회창 대망론’을 확산시켜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어있다. 이후보는 지방선거 유세 때 충청지역을 집중 순회했으며, 선영이 있는 충남 예산은 두 번이나 찾아갔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자민련 출신의 김용환 국가혁신위원장과 강창희 최고위원이 자신들의 당내입지를 넓히기 위해 자민련 의원 입당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눈초리가 상당하다. 김용환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14일 이후보와의 대화에서 “충청민심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했다.

    거함론(巨艦論)의 진실

    정치권에서 나도는 이회창 주도의 ‘역(逆)정계개편설’은 이후보가 지방선거 유세기간 동안 펼친 ‘거함론(巨艦論)’ 때문에 증폭되는 것 같다. 이후보는 지난 11일 대전에서 열린 정당연설회에서 “충청도는 이제 자민련이라는 조그마한 조각배에 얹혀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라는 거함 위에서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중심세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보는 서울, 울산 등지 유세에서도 거함론을 역설했다.

    이후보가 민주당 중심의 ‘이회창 포위구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민련은 물론 민주당내 보수세력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후보의 한 측근은 “정계개편, 정계개편 하는데 우리가 안하는 것이지 못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병기 공보특보는 “물 흘러가듯이, 자연스럽게 한나라당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보가 말한 거함론의 요체는 단순히 한나라당의 몸집불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앞선다. 거함론은 이후보가 자신이 주창한 국민대통합, 국민 우선의 정치, 부패정권 심판 등을 실현할 정당은 바로 한나라당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향후 대선전략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금종래 정무특보는 “이후보는 DJ정부의 개혁 실패 원인을 특정지역과 특정이념을 가진 세력에 의한 오만과 독주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후보는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를 아우르는 세력이 우리사회의 메인스트림을 형성해야 하고, 그것을 이끌어갈 수 있는 당이 한나라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큰 배’에 비유했다. 결코 정계개편에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해석했다.

    따라서 이후보는 민주당과 자민련의 당내개편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보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한 측근은 거함론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정계개편은 반드시 있다. 정국은 앞으로 몇 번 더 요동친다. 이후보에 역풍이 불 수도 있다. 거함은 파도에 흔들릴 수는 있으나 침몰하지는 않는다. 이후보가 말한 거함론은 결코 흔들리지 않고 대선승리를 향해 큰 배처럼 전진하겠다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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