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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뛰쳐나온 30대 CEO들의 도전 인생

  • 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온실 뛰쳐나온 30대 CEO들의 도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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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사장은 굿모닝증권의 이근모 전무와 함께 국내 증권가의 대표적인 ‘해외통’(본인은 ‘기지촌파’라고 부른다)으로 꼽힌다. 국내·외에서 10년 넘게 리서치 활동을 하며 교류한 외국 투자자들이 굵직굵직한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구축된 해외 네트워크가 탄탄하다. 초등학교 시절 부친이 한국은행 런던지점에서 근무해 2년 반 동안 본고장에서 ‘조기 영어교육’을 받은 데다 미국에서 MBA를 했기 때문에 영어도 유창하다.

삼성증권 시절 이사장은 1년에 3∼4개월을 해외에 머물며 이들 인맥과 정보를 교환하고 거액 투자자들과 안면을 텄다. 외국의 ‘큰손’들은 웬만큼 얼굴을 익힌 사이가 아니면 돈을 맡기지 않는다. 직접 만나서 사람 됨됨이를 살피는 것은 물론, 과거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 사람을 수소문해 뒷조사까지 한다. 대신 한번 눈에 들면 확실하게 믿고 돈을 맡긴다.

이사장이 회사를 차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 이런 관계를 유지해온 미국, 영국, 홍콩 등지의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의사를 밝혀왔다고 한다. 이사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인 자금을 본격적으로 유치하고 자문하는 것은 물론, 이들로부터 입수된 해외의 고급 정보를 자산 운용을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장은 새벽 5시30분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블룸버그 통신과 CNBC TV를 통해 해외 증시 동향을 체크한 후 7시에 아침 미팅을 갖고 오후 3시까지 국내 증시를 지켜본다. 장이 끝나면 투자자를 면담하거나 기업을 방문하고 돌아와 다음날 조간신문 가판을 챙기는 것까지가 공식적인 일과다. 하지만 일과 후에도 한국과 낮밤이 반대인 해외 투자자들과 전화나 e메일을 주고받느라 늦은 밤까지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신문 5개와 잡지 6개를 읽고 각종 인터넷 정보를 검색하는 데 하루 평균 6시간을 투입한다.

이사장은 하루 종일 쉼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에 치이고 묻힌다. 이쯤되면 정보의 양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골라들고 무엇을 버리느냐가 관건이다. 이건 보통 노하우로 되는 일이 아니다.



“단기적인 것, 작은 것은 보지 않으려 합니다. 시황도 크게 봐야지 작은 변화에 연연해하면 안돼요. 펀더멘털을 챙겨야 합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세로 접어들기 전에 분명한 징조가 있었어요. 대만 증시에서 대기업들이 대규모 증자를 했거든요. 그런데 국내에선 여기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어요. 아시아 주요 시장의 수급상황이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증자를 할 때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입하면 10∼20%씩 할인해주기 때문에 이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대만 주식을 청약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건 눈을 조금만 크게 떠도 빤히 보여요.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증시에 대해 특별히 많이 아는 것은 없지만, 이처럼 입체적으로 시장을 보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겁니다.”

그가 영자경제지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는 하루종일 끼고 다니며 읽으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전자가 짧은 시간 안에 사실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 비해 후자는 기사들이 어딘가 모르게 평면적이고 따로 노는 느낌이라는 것.

한 달 100회 기업방문

이남우 사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기업방문이다. 재무제표나 뉴스에 나오지 않는 부분을 꼼꼼하게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리 캐피탈 투자자문 애널리스트들은 한 달에 100회 이상 기업을 방문할 계획이다. 이사장도 하루에 최소한 한 곳씩은 돌아볼 생각.

“몇가지 체크포인트가 있어요. 건물이나 사무실 치장이 얼마나 화려한지, CEO의 여비서가 미모인지 아닌지, PC나 집기의 레이아웃 상태는 어떤지, 사원들의 표정은 어떤지 등을 보면 그 회사가 얼마나 실속있는 기업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개는 회사의 덩치에 비해 건물이 초라할수록 내실있는 기업이죠. 모델같은 여비서를 채용한 코스닥 기업들은 나중에 한번씩 사고를 치더군요. 굴지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나 포스코 같은 회사는 10년 전에 갔을 때도 사무실 레이아웃이 질서정연했습니다. 기업의 사정을 제대로 알려면 이처럼 애널리스트의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펀드매니저의 ‘톱→다운(top→down)’ 방식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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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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