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푸근한 시골인심에 반해 자발적으로 금산 팬이 된 금사모 사람들은 지난 3년간 금산을 위해 많은 일을 벌였다. 금산군청 기획정보실 박동완 계장은 그 대표적 예로 드라마 ‘상도’ 세트장 유치와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셈회의에 금산인삼주를 선보인 것을 꼽았다.
“인삼거래를 중심축으로 한 드라마 세트장 유치 아이디어도 금사모에서 나왔다. 뿐만 아니라 유치에 성공하기까지 무슨 비밀결사처럼 움직이며 정보를 제공하고 유치방법도 귀띔했다. 덕분에 불과 1년 사이에 금산인삼시장의 전체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사모의 정보와 네트워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도 어떤 회원이 무슨 도움을 주었는지 박계장조차 파악하지 못할 만큼 금사모 회원들은 조직적이고 열성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금사모가 군청 공무원뿐 아니라 주민들로부터도 전폭적 신뢰를 받게 된 데는 회원 모두가 금산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금사모 사람들은 마음의 고향인 금산을 ‘환경보존이 잘되어 있으면서 풍족하게 사는 고장’으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무분별한 개발의 폐해가 비껴간 덕분에 자연환경과 경관이 좋은 시골마을들은 예외없이 가난하다.
자칭 금사모의 ‘골수분자’이자 모임의 산파역을 맡은 이언오 상무는 “금산이 자연보존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지역개발의 성공적 모델 역할을 하기 바란다. 어디든 살기 좋은 곳이면 사람들이 모여들게 돼있다. 좋은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드는 농촌마을, 그곳이 바로 천국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사모 회원들의 면면은 매우 다양하다. 장관, 정부부처 공무원, 사업가, 타 지역 공무원, 금융계 인사, 벤처 사장, 방송사 간부에 실직자도 있다. 회원수는 500여 명을 헤아린다. 이중 ‘골수분자’가 10여 명, 핵심멤버는 40~50명 정도다. 회칙, 회비, 회장이 따로 없는 모임이라 정확한 회원 수를 추산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언오 상무는 “스스로 금사모 소속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회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직 장관부터 ‘엽기동장’까지
금사모 사람들 중에는 서울대 미술대학 김병종 교수, 한국야생화연구소 김태정 박사, 태평양화학 이우영 사장,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시형 박사, 서울대 생물학과 최재천 교수, 숙대 문화관광학과 홍사종 교수 등 우리 사회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지식인이 여럿 포함돼 있다. 따로 회원가입 절차가 없는 탓에 금사모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사연 또한 회원들 직업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그중 한 사람이 1기 벤처농업대학 강사 35명 중 학생들로부터 ‘최우수강사’로 뽑힌 콤비마케팅 김광호 연구원장이다. 학생들에게 ‘골프마케팅과 농업’을 강의한 그는 지난해 초 지하철에서 우연히 이언오 상무를 만나면서 금사모와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마케팅 관련 책을 보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이가 자꾸 기웃거리기에 ‘관심 있으면 보라’고 책을 주었다. 그때 다음에 찾아뵙겠다며 명함을 내민 사람이 바로 김원장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광주에서 보험사 영업부장으로 일하다 외환위기로 명예퇴직한 뒤, 뭘 먹고살까 고민하다 접대로 이력난 골프에 생각이 미쳐 골프마케팅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벤처농업대학 강의를 부탁하게 됐다.” 이언오 상무의 설명이다.
김태정 박사도 벤처농업대학에서 강의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금사모와 인연을 맺은 경우다. 김박사는 “금산은 4계절이 다 아름답다. 봄 풍경은 잊었던 옛 고향의 정취를 듬뿍 풍기며 어머니 품 속 같은 아늑함으로 다가온다. 여름에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기암절벽을 끼고 굽이쳐 흐르는 맑고 아름다운 금강에 쉬리, 소가리떼가 무리 지어 노닐고, 가을에는 탐스럽게 영그는 인삼의 붉은 열매가 발길을 잡아끈다. 겨울에는 겹겹의 산기슭에 소복이 쌓인 흰눈이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고 금산예찬론을 폈다.
금사모 사람들 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엽기동장’으로 불리는 서울 양재2동 김만수 동장이다. 모임 사람 중 유일하게 자신의 명함에 ‘금사모 회원’이라 새기고 다닌다. 그는 금사모 사람이 되기 전 금산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 출전한 적이 있다. “동강 살리기가 뜻대로 안돼 아쉬워하던 차에 마라톤을 하면서 본 금산의 금강과 적벽강, 천변 풍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후 동강에 쏟던 애정을 금산으로 옮겨보자고 마음먹었다.”
그가 명함에까지 금사모의 이름을 집어넣은 까닭은 그때 받은 첫인상과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공무원으로 조직생활 30년 간 느꼈던 답답함을 금사모를 통해 푼다는 김동장은 금산에서 벌이는 축제나 행사 대부분을 벤치마킹해 양재2동 이벤트로 ‘재활용’하는 순발력을 발휘하고 있다.
“공무원 조직의 생리상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은 5급 승진시험 때부터 변화가 오기 시작한다. 고위직과 하위직 사이에 낀 과도기이자 ‘미래’를 결정해야 할 시기다. 그때 나는 수직상승에의 욕심을 버렸다. 수평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었는데 그즈음 이언오 상무를 만나 금사모 얘기를 듣고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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