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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뉴욕타임스 ‘핵의 악몽’ 시나리오

  • 번역·정리이흥환 < 미 KISON연구원 > hhlee0317@yahoo.co.kr

도난당한 핵탄두, 맨해튼 강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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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러시아 핵전문가들은 모두 토머스 코크란과 친분있는 사람들이었다. 코크란은 워싱턴에 있는 환경보호 및 군축문제 연구소인 자연자원방어위원회(NRDC)에서 핵문제 책임자로 일하는 핵전문가다.

그는 1989년 구 소련의 글라스노스트가 한창일 때 소련을 설득해 소련의 가장 비밀스러운 핵탄두 저장고를 몇몇 미국 과학자와 의회 의원, 기자들에게 공개하도록 만든 사람이다. 우리는 당시 흑해 인근의 핵 미사일 기지를 방문했다. 소련이 처음으로 무기용 플루토늄을 생산한 비밀도시인 그곳에서 우리는 소련 과학자, 공학자들과 어울려 보드카를 마셨다.

코크란의 워싱턴 사무실 컴퓨터엔 미국이 만든 러시아 군사지도가 담겨 있다. 이 지도엔 고해상도의 위성사진이 들어 있어 미사일 발사 기지에서부터 잠수함 기지에 이르기까지, 마우스만 움직이면 러시아 전역의 모든 군사시설을 손금 들여다보듯 자세히 볼 수 있다. 테러리스트가 이 기지 중 한 곳에서 핵탄두를 어떻게 훔쳐낼 수 있을 것인지 궁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코크란은 축구장 크기의 한 지점을 확대해 보이며 그곳이 핵무기 벙커라고 알려주었다. 더 확대하자 이글루 모양의 건물 6개가 나타났다. 러시아 서부 주코프카라고 불리는 지점이었다.

“벙커들이 이중으로 담장에 둘러싸인 게 보일 것이다. 담장 밖에 막사가 있고, 경비병들의 사격 연습장이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제12주경비대일 것이다. 여기서 누군가 밖으로 나가거나 무기가 반출됐다는 흔적은 없었다.” 코크란의 설명이다.



핵 테러는 핵무기를 훔쳐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여기저기 핵무기가 널려 있는데 왜 굳이 만들려 하겠는가. 게다가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훔쳐내는 것이 훨씬 더 극적이다. 1961년 이언 플레밍이 ‘선더볼’을 출간한 이후 도난당한 핵무기는 소설의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선더볼’에선 나토 소속의 추락한 비행기에서 원자탄 2개를 도난당한다. 톰 클랜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The Sum of All Fears’는 신나치주의자가 이스라엘의 핵을 손에 넣는다는 내용이다.

현재 핵을 보유중인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8개국이다. 핵무기 전문가이며 ‘과학 및 국제 안보연구소(ISIS)’ 소장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이 국가들 가운데 특히 파키스탄의 거의 모든 핵 프로그램은 서구 전문가들의 통제를 피하기 위해 암거래 및 산업 스파이를 통해 구축된 것이라 지적한다.

핵 비확산 규칙을 깨뜨리는 것은 이미 뿌리 깊은 관습이 돼 있다. 파키스탄에서 불만을 품은 개인들(이들이 탈레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이 핵물질과 그 제조기술, 심지어 핵탄두를 빼돌리기 위해 불법적인 통로를 찾으려든다면 그 길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취약한 핵탄두 관리

그러나 가장 공포스러운 곳은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가 현재 관리중인 핵 탄두 수는 약 1만5000개나 된다. 전세계의 핵탄두 수가 2만5000개임에 견주어 실로 엄청난 양이다. 이 정도 양이라면 최대 10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500kt(킬로톤·TNT1000t에 해당하는 폭파력)의 파괴력을 지닌 것이고, 적게는 맨해튼을 아주 쑥밭으로 만들어버리기에 충분한 1kt 분량의 지뢰나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회계 상태는 엉성하고 군부는 불만투성이인 데다, 암거래 상인들은 뻔뻔하기 짝이 없다. 이런 환경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자생하는 나라가 러시아다.

이런 우려는 괜한 것이 아니다. 우려를 자아낼 만한 일화가 있다.

러시아 해군 외부의 모든 핵무기를 관할하는 부대인 제12주경비대 대장 이고르 발린킨 장군은 지난 1년 동안 러시아 핵무기 저장시설을 넘보던 두 테러리스트 그룹을 검거했다고 최근 밝혔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의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는 힘들다. 올해초 러시아에서 핵전문가들을 만났을 때 그들 대부분은 이를 믿지 않았다. 보안 담당 군인들은 자신들의 무용담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 그런 사건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러시아와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핵탄두 관리가 취약한 사실에 대해 그리 놀라지 않는 기색이다. 러시아도 그 무기들을 신중하게 보관·관리하고 있으며 아주 조심스럽게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탄두 분실 사례가 아직 확인된 바 없는 것은 사실이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감축하기로 합의한 4000개의 핵탄두를 포함한 전략 핵탄두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서 관리하고 있다. 주변에 견고한 방어벽이 설치돼 있고 엄중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그 위치도 알려져 있지 않다. 또 이곳을 지키는 병사들은 다른 기지의 병사들에 비해 많은 급료를 받으며, 더 엄격한 조사를 받는다.

1998년까지 미국의 전략무기를 담당했고, 에너지부의 핵 반테러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했던 4성 장군 출신의 유진 하비거는 1996∼97년 러시아 핵무기 시설 몇 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러시아의 핵 벙커에 직접 들어가 현장을 조사해본 유일한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러시아가 핵 관리 면에서 기술보다 인적 요소에 더 의존하긴 하지만 전반적인 보안 수준이 미국에 버금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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