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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세계

유머는 힘이 세다

지친 일상의 해독제 유머 광고

  • 김홍탁 <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유머는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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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광고제에서 인쇄·전파 양 부문 그랑프리를 석권함으로써 크리에이티브의 종가를 이룬 디젤 진광고는 키치를 주요 표현형식으로 삼은 대표적인 유머광고다. 그 키치가 품어내는 유머의 중심엔 풍자가 자리한다. “성공적인 삶을 위하여”란 슬로건 하나로 근 10여 년 장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디젤은 광고를 통해 진실로 성공적인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제품에 대한 언급은 없다. 다만 기존 가치관에 딴죽을 거는 새로운 정신을 브랜드의 철학으로 드러낼 뿐이다.

자상하고 멋진 보안관이 형편없는 악당과의 결투에서 한방을 맞고 어이없이 쓰러져 죽는다. 포르노 감독이 촬영장을 나서자마자 자상한 가장으로 변신하는데, 가족이 함께 탄 차 뒤에는 ‘가족, 사랑, 도덕(family, love, morality)’이란 스티커가 붙어있다. 디젤 TV광고는 이처럼 권선징악 일변도의 기존 서술구조를 해체하거나 인간의 허위의식을 비꼬는 유머를 선보임으로써 풍자의 장을 연다.

유머는 힘이 세다

날렵한 카레이서 대신 피에로 같은 남자를 등장시킨 디젤의 인쇄광고(그림①)

유머는 힘이 세다

얄타회담의 근엄한 장면을 룸살롱 분위기로 전락시킨 디젤의 또 다른 광고(그림②)

디젤의 인쇄광고 역시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 날렵하고 멋있게 생긴 카레이서 대신 곡마단의 피에로 같은 남자를 카레이싱의 영웅으로 등장시키거나, (그림1) 그 유명한 얄타회담의 근엄한 장면을 여자를 옆에 끼고 여흥을 즐기는 룸살롱 분위기로 바꾸어 놓은, 그래서 ‘사실 높으신 분들의 모임이란 알고 보면 이런 것 아닐까요?’라는 너스레를 떨면서 전복적 상상력을 통해 풍자 짙은 유머를 전달한다(그림2).

유머는 힘이 세다

그림③ 미녀와 야수를 패러디한 카멜 담배의 풍자성 인쇄광고. 경찰은 담배산업에 제재를 가하는 정부를 뜻하고 바다괴물은 담배회사를, 품에 안긴 미녀는 소비자를 각각 의미한다.



디젤의 키치풍 유머광고는 카멜 담배 광고에서도 쌍둥이처럼 드러나 있다(그림3). 담배산업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 정부를 비꼰 이 광고는 경찰로 대변되는 공권력이 아무리 압력을 행사해도 소비자들은 카멜을 사랑할 것이라는 점을 미녀와 야수를 패러디하여 표현했다.



물론 이때의 그로테스크한 바다괴물은 언론을 통해 묘사되고 있는 담배회사의 이미지다. 이들 광고에서 보이는 부적절·부적합의 요소와 한데 어우러져 벌이는 난장 분위기, 즉 과장·광란의 요소는 키치의 가장 주된 특성이다. 그 엇갈림이 연출하는 광란의 분위기는 유머 속에 담긴 신랄한 풍자의 맛을 더해준다.

네덜란드의 ‘헷 파룰(Het Parool)’이란 일간신문 광고 역시 아이러니를 통한 풍자의 장을 연다(그림4, 5). 네덜란드 비트릭스(Beatrix) 여왕의 생일을 맞아 집행된 이 광고는 여왕과 같은 이름을 가진 평범한 아줌마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펑퍼짐하고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모델을 활용하여 여왕이 공식적인 사진을 찍을 때의 세팅과 복장을 그대로 재현하여 촬영했다. 이 광고는 일부러 여왕의 이미지를 이웃 아줌마들의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마치 안티 미스코리아와 같은 축제의 느낌을 전달한다. 카피는 개개의 비트릭스가 헷 파룰을 몇 년도부터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뿐이다.



한스브링커라는 유스호스텔 광고는 자기 숙박소의 설비와 서비스가 형편없다는 반어법을 통해 접근한다. ‘방마다 문이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자랑하거나(그림6) ‘입구에 개똥이 많다’는 부정적 사실을 전달하면서(그림7) 없어 보이고, 질 낮은 것들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키치적 감수성을 건드리고 있다.



브라질의 헬스클럽 광고 역시 아이러니가 돋보인다(그림8). 그림엔 운동기구 두 대가 나란히 놓여있다. 앞에는 핸드백을 훔친 좀도둑이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고, 뒤에는 그를 쫓는 경찰이 달리기를 하고 있다. 도둑은 도망이라는, 경찰은 체포라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졌지만 체력관리라는 같은 목적을 위해 한 장소에서 운동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의 유머를 담았다. 실제적인 상황에 운동기구라는 장치를 살짝 끼워넣음으로써 별다른 과장 없이도 무릎을 치게 하는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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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탁 < 광고평론가·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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