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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인생

운동하고 또 운동하라 철인은 만들어진다

트라이애슬론 도전하는 ‘철혈(鐵血) 노년’의 체험 제언

  • 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운동하고 또 운동하라 철인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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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철인 3종경기’로도 불리는 트라이애슬론(triathlon)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운동경기’로 악명 높다.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순간의 휴식도 없이 해냄으로써 인간 한계를 시험받는 이 극한의 스포츠에 실버세대 5명이 과감히 도전장을 던졌다. 보통 젊은이들을 훨씬 능가하는 체력을 자랑하는 이들 ‘철인’의 건강관리 비법을 알아보았다.
‘철인’들을 말하기 전에 먼저 트라이애슬론이란 종목을 잠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반에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복합경기는 간단히 말해 개인 참가자가 수영, 사이클, 마라톤을 순차적으로 하는 스포츠. 197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고, 거리에 따라 스프린트코스, 올림픽코스, 장거리코스로 나뉜다.

장거리코스 중 최장거리는 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195㎞로 이뤄진 226㎞를 쉼없이 주파하는 킹코스. 말이 226km이지 서울-추풍령 간 거리와 맞먹는다. 이를 17시간내에 완주한 사람에겐 ‘철인(鐵人·Ironman)’이란 칭호가 붙지만, 제한시간을 넘기면 실격이다. 트라이애슬론이 곧잘 ‘철인 3종경기’로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전국트라이애슬론연합회 고영우(63) 회장은 “철인 3종경기라고 하면 킹코스만을 지칭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올림픽코스라고도 불리는 로열코스는 수영 1.5㎞, 사이클 40㎞, 달리기 10㎞ 등 총 51.5km를 통상 3시간30분내 완주하도록 한 단축코스다.

일본을 경유해 1987년 한국에 트라이애슬론이 도입될 당시 이 로열코스가 킹코스보다 먼저 소개됐는데, 이때 트라이애슬론보다 철인 3종경기란 명칭이 선호되면서 두 명칭이 혼용됐다. 때문에 킹코스와 로열코스를 둘다 뭉뚱그려 철인 3종경기로 부르는 ‘용어상 인플레이션’이 생겨났고, 이런 현상은 한국의 트라이애슬론 대중화를 어렵게 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고회장의 귀띔이다. 철인이란 호칭에 ‘거품’이 있어서도 안되지만, 그 호칭 자체가 트라이애슬론 입문의 문턱을 높이는 ‘진입장벽’이 돼서도 안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어느 코스를 택하든 완주자의 체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 더욱이 더할 나위없이 강한 심폐기능과 초지구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게다가 트라이애슬론 대회는 수온을 감안하는 탓에 유독 체력소모가 많은 6∼8월에 집중돼 있다.



자연히 트라이애슬론의 ‘트’자도 모르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철인들은 ‘이역(異域)의 존재’나 다름없는 의문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철인들은 혹 자신만의 건강비법을 꼭꼭 감춰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특별한 방법은 대체 어떻게 터득한 걸까.

철인들의 저녁식사

철인들에게도 ‘금강산은 식후경’이다. 6월10일 저녁 서울 신당동의 한 한식집. 고영우 회장을 비롯, 6월16일 강원도 원주에서 열리는 제4회 강원도지사배 코리아트라이애슬론대회 참가를 앞둔 김홍규(75)·윤휘웅(65)·김의홍(63)·남도희(62)씨 등 철인 5명이 단합대회를 가졌다. 마침 2002 한·일 월드컵 한국-미국전이 끝난 직후여서 식당내엔 온통 이야기꽃이 만개했다. 철인들의 화제 역시 축구.

화제의 중심은 물론 승패를 가르지 못한 1대1의 스코어. 그럼에도 대화 내내 체력문제를 거론하는 점에서 철인들다운 면모가 내비쳤다고나 할까.

하지만 생김새로만 보면, 이들은 여느 노인들과 다를 바 없다. 지극히 평범해서다. ‘철인들의 식사’ 또한 일반인들의 그것과 하등 다를 게 없었다. 메뉴는 생갈비에 냉면. 단합을 위한 자리인 만큼 소주도 두어 병 곁들였지만, ‘파이팅’을 외치며 건배한 잔을 빼곤 하나같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것이 굳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국내에선 해마다 7∼8차례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열린다. 동호인은 1500여명. 이 가운데 킹코스 완주자는 500명 미만이고, 로열코스 완주자는 1000여 명쯤 된다.

전국에 산재한 트라이애슬론 지역클럽은 45개. 5명의 철인 중 남도희씨만 빼곤 모두 40여 명의 회원을 둔 서울중앙클럽 소속이다. 남씨는 서울강동고덕클럽 소속. 같은 클럽 회원들끼리는 한 달에 한 번 월례회에서 얼굴을 맞댄다. 그러나 운동은 대개 혼자서 한다.

원주대회에 600여 명이 참가한 것을 보면 국내 트라이애슬론 인구도 적지는 않다고 할 수 있지만, 노령인구가 많은 일본이나 호주,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트라이애슬론 강국과 달리 60대 이상 동호인은 15명 가량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김홍규씨가 최고령이다. 80대 이상 동호인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보자. 건강은 ‘인생의 효율’과 직결된다. 철인들의 체력은 과연 타고난 것일까. 아무래도 미심쩍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반인들이 하나만 해도 벅찰 운동을 세 가지씩이나, 그것도 20~30대도 아닌 60~70대가 너끈히 해내는 이 예사롭지 않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욱이 국내 트라이애슬론 동호인의 평균연령대는 40대에 그치는 형편이다.

“건강비법? 그런 게 어딨어?” 이날의 좌장격인 김홍규씨는 “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고영우 회장 역시 “철인을 철인으로만 보는 고정관념이 오히려 일반인들의 ‘철인 등극’을 더 어렵게 한다”며 “매스컴이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신비감을 조장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렇다 해도 철인들의 트라이애슬론 입문 사연을 엿보면 아쉬운 대로 비법의 ‘깃털’ 정도나마 더듬어볼 순 있을 터. 나이보다 젊게 살고 싶은 바람이 누구엔들 없을까. 그러나 신체의 젊음을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잖은 일. 4시간동안 꼬박 철인들의 입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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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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