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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의 세계 |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

체면 버리고 건강 얻는다

  • 박찬석 < 경북대학교 총장 >

체면 버리고 건강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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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임에서 어떤 사람이 내가 자전거 타는 것에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자전거는 얼마짜리입니까?”

“120만원 정도 합니다.”

그러자 그 분은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자전거 값이 100만원을 넘는다고 하면 누구나 “그렇게 비쌉니까?” 하고 되묻는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반격한다.

“선생님의 골프채는 얼마나 합니까?”



“한 200만원 하지요.”

“선생님이 주말에 취미로 하는 도구는 200만원인데, 매일 출퇴근하는 교통수단인 제 자전거는 120만원입니다. 과연 어느 게 비싼 걸까요”

나는 누구에게나 자전거 타기를 권하고 싶다. 사회지도자가 자전거를 많이 타야 자전거 타는 환경이 바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실질적 지식인 운동이라고 말한다. 환경 운동하는 분들도 진실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려면 무엇부터 해야할지 한번 생각해보고 자전거를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달라이라마는 ‘행복론’에서 행복이란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마음은 수행하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결국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수행의 열매라고 봐야 한다. 수행이란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몸부터 단련시켜야 한다. 몸이 말을 듣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몸을 단련하는 것은 몸을 자연으로 귀속시키는 과정이다. 좋은 마음을 갖기 위하여 운동을 하면 수행이 된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면 운동을 기억하는 근육이 발달하여 운동을 계속하려는 관성이 생긴다. 자전거를 6년이나 탔으니 나의 근육 속에도 페달을 밟아야 직성이 풀리는 근육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일인가.

자전거의 미덕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첫째, 돈이 절약된다. 둘째, 건강에 좋다. 셋째,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넷째, 교통문제를 해결한다. 다섯째, 교통사고 사망률을 줄인다. 여섯째,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킨다. 일곱째, 에너지를 절약한다. 여덟째, 도로 건설비용을 줄여준다.

자전거를 타고 나가서 손님을 맞을 경우, 정장을 하지 못해 예를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기 때문에 정장 차림이 아닙니다”라고. 하지만 지금까지 “안됩니다”라는 대답을 들은 적은 없다. 물론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을 만나러 오는 것이지 옷을 보러 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 자전거 복장이 혐오감을 주는 것도 아니다.

감가상각비까지 감안할 때 자동차 한달 운영비는 40만원 정도이다. 자전거를 타면 이것이 고스란히 절약된다. 돈이란 많이 벌어야 모이는 것이 아니다. 버는 것보다 적게 써야 모이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데는 한 달에 5000원 정도면 충분하니, 적게 벌어도 빨리 부자가 될 수 있다.

현대인의 생활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한번 되돌아보자. 우선 자동차를 타기 때문에 운동이 부족하다.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 위해 헬스클럽에 가서 땀을 흘리고 목욕탕에 가서 땀을 뺀다. 돈을 절약해가며 운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왜 돈을 써가며 몸 관리를 하는가. 자전거는 건강, 경제적 풍요, 그리고 공익을 가져다 준다. 나는 자전거를 타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회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에서 배우는 인생의 교훈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전거는 뉴턴의 운동의 법칙에 따라 달려간다. 관성의 법칙이나 마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러나 실전에서 필요한 것은 운동 법칙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감이다. 자전거는 자신만 있으면 30㎝ 폭의 도로에서도 탈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없으면 30m 도로에서도 넘어진다.

세상일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로 가득하다. 계속 달리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은 비단 자전거 타기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이 ‘이제 됐다’고 생각하고 일을 중지할 때는, 현재 정도는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하던 일을 중지하면 현상 유지는 이뤄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자전거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생산과 소비가 계속해서 굴러가야 국가경제가 유지된다. 멈추면 공황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이 있다. 자전거를 탈 때는 기우는 쪽으로 핸들을 더 꺾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꺾으면 넘어진다. “기울어지면 기울어지는 쪽으로 좀더 기울여라.” 이는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파고들어야 살길이 생긴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문제를 피하면 죽는다. 자전거 타기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철학이 담겨 있다.

자전거는 먼 곳을 보고 운전해야 넘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30m 전방을 보고 가야 안전하다. 초보자는 더더욱 그렇다. 인생을 시작하는 학생들이 코앞의 미래만 바라본다면 굳이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30년 앞을 내다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 비록 지금은 속도가 늦어도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자전거 타기는 ‘코앞의 일만 쳐다보면 넘어진다’는 삶의 진리를 가르쳐 준다.

자건거 이용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전거를 타면 체통을 구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체면을 소중히 생각하는가. 만일 자전거 한 대 값이 1억원이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대구와 칠곡 사이에 있는 신동재를 내려올 때는 칠곡 군수 안 부럽다’는 말이 있다. 힘들게 올라갔다가 내리막길을 달릴 때의 상쾌함은 그 무엇에도 비유될 수 없다는 말이다. 스키가 별것인가. 눈 쌓인 언덕을 내려오는 스릴은 신동재를 내려오는 쾌감과 다를 바 없다. 재미있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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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석 < 경북대학교 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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