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7월2일 LA에서 '신동아' 인터뷰에 응한 린다 김
먼저 밝혀둬야 할 것은 린다 김은 인터뷰를 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LA에 일 보러 온 김에 한번 만나고 가겠다”는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에 따르면, 그녀가 기자의 방문을 허락한 데는 과거 인연을 무시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기자는 이른바 ‘린다 김 스캔들’이 불거졌던 2년 전 이맘때 그녀를 두 차례 인터뷰한 바 있다. ‘신동아’ 2000년 6월호에 실린 첫번째 인터뷰는 수십명의 기자가 서울 논현동 그녀의 집을 포위하고 있을 때 밖으로 빼돌려 성사시킨 것이다. 그해 8월호에 실린 두번째 인터뷰는 그녀가 법정구속된 직후 서울구치소에서 이뤄졌다.
같은해 9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미국으로 건너갔던 린다 김이 다시 화제의 대상이 된 것은 지난해 4월. 그녀의 딸 지선양이 LA에서 열린 남가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미스 한국일보’로 당선된 것.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던 언론은 그해 7월 그녀가 자서전 ‘코코펠리는 쓸쓸하다’를 펴내자 역시 경쟁하듯 관련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아직 밝히지 못할 이야기가 많다”는 그녀의 말마따나 자서전 내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당시 기자는 다시 한번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녀는 집행유예 기간(2년)에 대한 부담을 내세워 완곡하게 거절했다.
못다한 인터뷰
이번에 LA에서 만났을 때 린다 김의 집행유예기간은 만료 일주일을 앞두고 있었다. 그것을 꼭 의식한 건 아니지만, 그녀가 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있으리라는 예상은 그다지 빗나가지 않았다.
인터뷰는 3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나중에 시간을 계산해보니 15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린다 김은 지병인 신경통으로 병원에 하루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 첫날은 목장에서, 두번째 인터뷰는 그로부터 나흘 후 LA 시내 한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마지막 날엔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J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오랜 시간 인터뷰를 하다보니 질문과 답변이 일부 겹치기도 했다. 이는 기자가 처음에 운만 떼고 나중에 구체적으로 물어본 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녀가 처음엔 입을 다물거나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로만 답변했다가 나중에 같은 질문을 다시 받고 그제서야 구체적인 얘기를 털어놓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무기중개상 조풍언씨와 현 정권과의 관계나 자신에 대한 기무사 및 검찰 수사 배경, 문민정부 당시 군부 실세들의 파워게임 내막이나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과의 관계에 대한 고백이 그랬다. 아울러 김홍일 의원과 조풍언씨의 관계, 김홍업씨 관련 얘기는 인터뷰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나왔다.
첫날, 린다 김은 사진 찍는 것도 경계할 정도로 인터뷰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민감하다 싶은 사안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거나 암시만 할 뿐 말을 아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비록 숨길 것은 끝까지 숨기는 듯했지만,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울분과 한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엿보이는 공격성과 대담함을 드러냈다.
린다 김의 안내를 받아 목장을 둘러봤다. 14에이커 규모의 이 목장에는 8마리의 말이 있는데 반은 경주용이다. 17년 전 싸게 사들였다는 이 목장은 요즘 이 일대 땅값이 오르는 바람에 시세가 크게 뛰었다고 한다.
구속되기 4일 전인 2000년 7월3일 서울 아미가호텔에서 만났을 때 린다 김은 자신이 F-X사업에 관련됐음을 암시한 바 있다. 당시 그녀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그것이 1998년 기무사 수사의 한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무사 수사는 1998년 9∼10월에 진행된 백두사업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일컫는다.
당시 구속된 사람은 모두 7명. 백두사업 주미연락단장 이아무개 대령을 비롯해 현역장교 4명, 육군 준장 출신 군무원 1명, 민간인 2명이었다. 민간인 2명은 린다 김이 회장을 맡고 있던 무기중개업체 IMCL 한국지사의 사장 신아무개씨와 이사 김아무개씨였다. 이들의 혐의는 군사기밀 유출이었다.